![](https://imgbntnews.hankyung.com/bntdata/images/photo/201601/04169407ad965c14c94bb3dbc24b0b3b.jpg)
[박시온 기자] “청소를 시켰으면 청소만 해주면 되지 쓰레기를 훔칠라 카노?” 월드스타 이병헌에게 살벌한 악행을 저지르기 전 그가 한 말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10분 남짓의 짧은 출연이었지만 이병헌과 조승우 그리고 백윤식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조상무역의 배우 조우진. 짧지만 굵었던 장면 하나로 신스틸러가 된 그는 작품 하나만으로 충무로의 기대주가 됐다.
하지만 이렇게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전 그는 다양한 연극을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로 17년간 연기를 했다. 긴 세월 동안 연기를 하며 단 한 번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던 그.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생각은 누구보다 진중했고 신실성이 묻어났다. 지금부터 배우 조우진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생 첫 화보촬영 어땠나요?
하하(웃음). 보셨겠지만 정신 없고요. 여전히 실감 안 나고 이렇듯 어색해요. 연기할 때보다 더 떨렸어요. 더 열심히 할게요. 사진은 연기도 그렇지만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거 같아요. 아직은 많이 어색해요.
조우진에게 있어 내부자들이란 영화는 지금까지 출연했던 모든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작품일 거 같아요.
그건 제가 아직 판단을 못 하겠어요. 제게 있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의 작품인지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봐야 알 거 같아요. 상투적이지만 내부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또 고마운 작품이죠. 이 작품 덕분에 취직을 했어요. 즉 소속사가 생겼다는 말이죠. 그리고 생에 처음으로 인터뷰를 해보고 화보를 찍게 됐죠.
원래 조상무의 수하역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어요. 조상무 역에 캐스팅 됐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제법 큰 물결이 닥친 느낌이었어요. 기쁘기도 하지만 그 물결이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물결이었기 때문에 무서운 기분도 들었어요. 어떨 때는 구름을 탄 느낌이기도 했고요. 내부자들이라는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했어요.
왜 조우진씨가 조상무 역에 캐스팅 된 거 같나요?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평범한 직장인이 악행을 저질렀음 좋겠다고 하셨죠. 악행을 볼 때 관객이 느낄 섬뜩함, 서스펜스 그런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저를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작품 외적으로는 전혀 모르는 얼굴이 월드스타 이병헌에게 악행을 저질렀을 때 느낄 수 있는 작품 안에서 느끼는 서스펜스도 있지만 작품 외에서 느끼는 서스펜스도 분명 존재해요. 그런 효과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들었어요.
조상무 역할을 연기를 하면서 어려움도 있을 거 같아요.
엄청난 아우라를 가진 선배님들과 실력이 뛰어난 배우들, 스태프분들과 함께하니 누가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호흡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과 그와 동시에 따라가기 바빴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진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쉽게 능수능란했다는 건 아니고요. 어렵구나 생각이 들었던 건 짧은 시간 내에 살을 찌워야 했죠. 의상피팅 때 감독님께서 살을 좀 찌웠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살을 좀 찌워야 제가 갖고 있는 평상시 모습보다 나이도 더 들어 보이고 조금 더 못돼 보일 거 같다고 하셔서. 열흘동안 10kg를 찌웠어요. 운동도 안하고 먹기만 했어요. 살이 찌다 보니까 몸이 무거워지고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조금 힘들었어요.
![](https://imgbntnews.hankyung.com/bntdata/images/photo/201601/a157b84ed63039988ab1e4f3b3f35034.jpg)
배우 백윤식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백윤식 선배님은 스크린에서만 접해왔던 분이에요. 이때까지 그분이 맡았던 역할들 전부 카리스마 넘치고 악역이 아니더라도 장면 자체를 장악하시는 분이잖아요. 정말 동경했던 분이에요. 그래서 사실 만나면 굉장히 무서울 줄 알았어요. 첫 인상은 제가 느끼고 생각들 때문에 무서울 줄 알았어요. 역시 포스나 기운이 엄청난 분이에요. 범의 기운이 느껴졌죠. 하지만 백윤식 선배님 한 번이라도 대화를 한다면 알 수 있을 거에요. 굉장히 인자한 분이에요. 현장에서 옛날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어찌나 낭만적이 던지. 그저 추억, 향수가 아닌 노스텔지어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계속 선배님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압도당한 느낌은 지금까지 살면서 백윤식 선배님이 제일 강했죠.
‘내부자들’ 에서 배우 이병헌과의 연기는 어땠나요?
저는 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요. 남자가 봐도 멋있다 아니면 매력 있다. 이런 느낌이요. 근데 이병헌 선배님을 보고 느꼈죠. 전작들 광해를 비롯해 많은 작품들을 보고 연기력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어마어마한 연기력과 집중력을 갖고 있죠. 굉장히 반했어요. 남성다운 매력과 생각보다 훨씬 깊이 있었던 몰입력. 후배로서 배우고 싶다 느끼는 부분이 많았죠. 그게 리딩부터 시작해서 현장까지 그대로 이어졌던 거 같아요.
우장훈역의 배우 조승우씨는 어땠어요?
저보다 어린 줄 알고 있었지만 굉장히 형 같았어요. 그런 부분을 어디서 느꼈냐면 굉장히 여유있어요. 친화력 또한 굉장하죠. 현장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 어울러지는 모든 부분이요. 리딩과 고사, 현장에서 연기할 때, 하지 않을 때, 쉴 때 등 항상 조승우씨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특유의 친화력을 보이더라고요. 근데 그게 절대 비즈니스를 위해서 정치적으로 다가가는 게 아닌 진솔함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을 보면서 승우 같은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 느꼈죠. 지금은 승우씨가 많이 바빠 잘 못 만나지만 나중에 말하려고요. 너가 형해라 하고요(웃음). 형 하면 안되겠니 그러고 싶을 정도로 조숙하다는 표현하고는 안 맞고요. 그냥 형 같아요.
대본 리딩 또는 영화를 촬영하며 생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나요?
딱 하나의 에피소드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연기할 때는 집중해 있으라 잘 몰랐는데 촬영 후 모니터를 보고 선배님들의 연기력에 소름이 돋았죠. 저는 조상무의 역할로서 안상구 즉 이병헌씨를 괴롭히는 연기를 할 때였어요. 슬레이드를 치기 전인데 이미 안상구가 돼서 밑도 끝도 없는 공포감이 눈에 꽉 차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니까 소름이 처음으로 돋더라고요. 그게 촬영 초반이었는데 저까지 함께 몰입이 되는 현상들을 경험했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그리고 별장에서 촬영할 때 인데 영화장면에서는 거의 막바지에요. 우장우검사가 용의꼬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그 장면 찍을 때였어요. 그 장면이 모였던 배우들이 제일 많은 때였어요. 백선생님과 이경영 선배님, 승우씨, 김홍파 선생님 등 다 계셨는데 대기하면서 백선생님은 이야기하시고 다른 배우들은 듣고 차 마시고 평범하게 대기하는 데 저는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요. 그 의자에 다 앉아있는 자체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로 멋진 작품이 나오더라고요.
내부자들 감독판에서는 조상무를 더 만날 수 있나요?
저도 궁금해요(웃음). 더 나올 거라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어요. 어떤 기사에서는 응징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등 이야기가 많은데 전 잘 모르겠어요(웃음). 봐야지 알 거 같아요.
영화 흥행 이후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거 같아요.
아직까지 한 번도 못 알아 봤어요. 제가 스케줄이 없을 때는 웬만해서 잘 안 나가요. 책을 사러가거나 영화를 보러가거나 아니면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빼고는 외출을 잘 안 해요.
16년동안 수많은 작품 활동을 했네요.
공연도 그렇고 제가 쌓은 필모그래피도 그렇고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어요. 16년으로 표현을 하셨는데 제 입으로는 한 번도 제가 16년 동안 연기를 했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그냥 데뷔가 포털사이트에 1999년도 라고 나와있더라고요. 그때 실감을 했어요. 긴 시간을 내가 어줍지 않게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잡고 있었구나 생각했죠.
내부자들 외에 소중한 작품 또는 기억나는 작품은 뭔가요?
손가락이 열 몇 개가 된다면 짚어보고 싶을 정도의 작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이었는데 2009년도 중편영화 ‘껍데기’라는 영화에요. 그 영화 촬영을 하면서 아주 조금, 정말 조금 연기에 있어 즐기기 시작했어요. 그때 그 경험이 정말 소중해요. 그 작품을 통해서 첫 상업영화를 하게 됐죠. ‘마마’라는 최익환 감독님의 영화를 하게 됐죠.
![](https://imgbntnews.hankyung.com/bntdata/images/photo/201601/844dd4bb481bb15e3fe00df70ea44399.jpg)
16년간 연기를 하면서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 있나요?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거에요. 모든 직업군의 사람들이 힘든 건 확실해요. 대학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다들 힘들어하시고 지금도 힘들게 버티고 있으신 분들이 많아요. 그 와중에 제가 감히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건 어불성설인 거 같고요. 포기라는 단어는 제가 읊어본 적이 없어요. 제 입으로 그리고 생각으로 힘들지 않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 이겠죠. 주변의 반대도 있을 거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을 테고 다들 겪어봤을 거 에요. 하지만 절대 연기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요.
영화 ‘리얼’에 캐스팅 됐다고 들었어요. 이제는 오디션 안 봐도 되나요?
‘리얼’도 오디션 봤어요. ‘내부자들’ 개봉 전에요. 요즘 많은 분들이 제게 이제 오디션 안 봐도 되겠네 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필요하면 오디션을 봐야죠. 사람들이 나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그걸 증명할 방법이 오디션밖에 없으니까요. ‘리얼’도 다르지 않아요.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 뭔가요?
지금 맡고 싶은 역할에 대한 욕심 소망 같은 걸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인 거 같고요. 아직까지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작품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시점이에요. 욕심이나 소망보다는 의지요.
오늘 인터뷰를 읽을 독자들을 위해 영화 추천 하나 해주세요.
최근에 본 ‘시카리오’ 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인데 영화가 뿜어낼 수 있는 힘이 있잖아요. 몰입시켜 관객을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느낌이요. 극장 불이 다 꺼진 상태에서 스크린에 집중시키는 그런 흡입력이요. 최근에 본 작품 중에 재미라던가 작품성이라는 걸 떠나서 흡입력이 그렇게 엄청난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이동진 평론가가 말하길 이런 영화야 말로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영화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100%공감해요. 오랜만에 영화의 힘에 기꺼이 끌려가고 싶다던가 다른 생각 하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은 분들 게 추천해요.
본인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항상 하는 답인데 모르겠어요. 워낙 다양하게 많은 분이 말씀해주세요. 눈빛이 좋다든가 등등이요. 하지만 절대 제 입으로는 말하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게 내 장점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제가 그것만 두각 시킬 까봐 최대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고 싶어요. 선배들께서도 많이 다그치세요. 좋으면 좋은 걸로 받아들이고 자부심을 가지라고 하시는데 아직까지는 제가 그런 내공이 없어요. 그냥 계속 민망해 하면서 제가 생각했을 때 어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이상형 있나요?
외모나 성격보다는 제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부터 만난 친구나 사회에서 만난 정말 친한 친구까지도 따라올 수 없는 친한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여자친구 있나요?
있어요. 9년정도 만난 친구에요. 정말 소중한 친구라서 보호하고 싶어요. 그래서 다른 언급은 할 수 없어요.
앞으로 배우 조우진의 목표
길고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제가 바라는 건 의지와 초심을 잃지 않고 싶어요. 굳건히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고 연기자였으면 좋겠다고 항상 다짐해요.
기획 진행: 박시온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상원
의상: 펠틱스, 코모도스퀘어, 헨리코튼, 본, 반하트디알바자
슈즈: 닥터마틴, 로크
시계: 잉거솔
선글라스: 폴휴먼
헤어: 김활란뮤제네프 김정옵 팀장
메이크업: 김활란뮤제네프 이선민 팀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 스타들의 패션으로 본 ‘신년모임 룩’
▶ [패션★시네마] 영화 ‘내부자들’ 속 이병헌 스타일 따라잡기
▶ 대세남들의 색다른 겨울 아우터 스타일링
▶ “멋과 보온 다 챙기고 싶다고?” 올 겨울 남성 패션 스타일링
▶ ‘소녀소녀해~’, 남심 흔드는 원피스 스타일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