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autotimes.hankyung.com/autotimesdata/images/photo/201601/16943cf16d44bc921957862e9503161d.jpg)
지난해 11월 오토타임즈를 통해 시승기를 시작한 필자가 2015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말에 두 번째 시승차를 탔다. 바로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이다. 폭스바겐 하면 작년 디젤 게이트로 잡음이 많았던 탓에 이제 막 시승기에 입문한 입장에선 다소 부담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민 끝에 폭스바겐의 잘못에 대한 대처방안과 책임의식 또는 향후 전망 그리고 폭스바겐에 대한 국민 정서 변화 등은 개인적인 것으로 일단 미루고, 시승인 만큼 여기서는 시승기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먼저 밝혀둔다. 필자가 시승기를 쓰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솔직함이다. 그러나 시승이라는 것은 시승자의 주관적 느낌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필자의 시승기는 객관성과 주관성이 공존하는 글임을 알리고 싶다. 추가적으로 시승기에 임하는 각오는 차차 밝히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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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필자가 탄 차는 폭스바겐 투아렉의 최상위 트림인 3.0 TDI 블루모션 R라인이다. 언뜻 보면 골프를 요술 망치로 쳐서 '펑' 하고 덩치가 커진 느낌이다. 한 번 치면 티구안이 되고 두 번 치면 투아렉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디자인은 폭스바겐 특유의 심플한 디자인의 패밀리룩을 유지하는 듯하다.
하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면 그 이상의 디테일과 근육질의 묵직함이 있다. 전방 크롬 그릴라인도 2줄이 아니라 4줄로 되어 있고, 하단에도 역시 크롬으로 가로 줄무늬 라인이 들어가 있어 좀 더 강하고 세련돼 보인다. 그릴 라인 한편에는 R라인이라는 로고가 작게 들어가 있는데 '나는 프리미엄 라인이다'라고 대놓고 밝히지 않고 관심을 가져야 알 수 있는, 튀지 않는 디자인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그리고 21인치 알로이 휠은 투아렉을 듬직하게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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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센터페시아는 복잡하지 않고 버튼의 수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터치스크린 방식을 적용해 모니터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프리미엄급 차가 가진 수많은 기능들을 단순 명료하게 정리해 놓은 것도 엄청난 기술력이겠지만 필자가 촌스러워서인지, '이게 1억원에 가까운 차의 센터페시아라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뭔가 비어 보이기도 한다. 모순된 표현이지만 비어 보이면서도 다 가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좋게 말하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과 심플함이고, 안 좋게 말하면 가격에 비해 어딘지 부족해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아내는 내부의 깔끔함에 감탄을 했고, 시승자의 매니저 반응은 후자 쪽이었다.
기어 박스에는 로터리 스위치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온로드 및 오프로드에 맞게 조향각을 조절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에어서스펜션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스위치다. 또 주행모드를 노멀, 컴포트, 스포츠로 조절하는 스위치도 있다. 이 모든 스위치는 다이얼 방식으로 돼 있어 손가락 한두 개만 까딱하면 2t이 넘는 차의 서스펜션과 댐핑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도 오버하지 않은 적당한 크기의 R라인 로고가 붙어 있어 최상위 트림임을 잊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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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및 승차감
먼저 에어서스펜션 조절 스위치를 움직여 차고를 조절해 보았다. 로터리 스위치를 오프로드레벨로 돌리면 나처럼 감각이 둔한 사람들도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차고가 높아지고 작동은 상당히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스위치를 특별 지역 레벨로 돌리면 차고가 최대로 올라간다.
차에서 내려 확인해 보니 마치 지프마니아들이 오프로드 주행에 맞게 서스펜션을 튜닝해 놓은 것처럼 높이 올라와 있다. 이 정도 높이라면 어떤 장애물에도 자동차 하부가 긁히는 소리 따위는 듣지 않고도 거뜬히 넘어갈 수 있을 듯하다. 다시 올라타서 서스펜션을 낮게 조절하니 역시 부드럽게 내려간다. 이렇게 높낮이 폭이 크게 조절되는데 '어떤 높이로 운행을 해야 효율적이지?'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속도에 맞게 에어서스펜션 레벨이 알아서 조절된다. 또한 댐핑을 노멀 모드로 설정하면 일상적인 주행에 최적인 상태가 되고, 컴포트 모드로 하면 도로사정이 좋지 않거나 장거리 운행을 할 경우 안락성에 초점을 맞춘 상태가 된다. 스포츠 모드로 하면 스포티하게 설정된다. 주행 속도가 시속 140㎞ 이상으로 올라가면 차체는 알아서 최대로 낮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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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이런 저런 기능들을 시험해 보고 둘째 날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영종도로 출발했다. 투아렉은 제원상 3.0L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방식의 TDI 엔진을 사용하며 최고 245마력, 최대 56.1kg.m의 토크를 가지고 있다. 엔진 소리는 디젤의 소음이라기보다 독수리 5형제 주제곡에서 나오는 것처럼 강력한 성능에서 나오는 '우렁찬 엔진 소리'에 가까워 거슬리지 않는다. 8단 자동변속기와도 안정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처음 이 차를 몰고 난 후 엔진의 제원을 확인했을 때 필자가 실제 느낀 것보다 낮은 마력수와 토크에 조금 놀랐다. 이전에도 프리미엄급의 SUV 시승을 해봐서 어느 정도 좋은 성능을 몸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도 기대 이상이었다. 전반적인 느낌은 우아한 드라이빙의 느낌보다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스포티한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에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이 차를 몰고 난 후 엔진의 제원을 확인했을 때 필자가 실제 느낀 것보다 낮은 마력수와 토크에 조금 놀랐다. 이전에도 프리미엄급의 SUV 시승을 해봐서 어느 정도 좋은 성능을 몸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도 기대 이상이었다. 전반적인 느낌은 우아한 드라이빙의 느낌보다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스포티한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에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영종도를 향해 달리기 시작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키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땐 채 주행해 보았다. 앞차와 거리를 조절해 놓을 수 있어 차간 거리에 따라 알아서 속도를 줄이고 높인다. 주행 중에 설정 속도를 바꾸는 것도 깜빡이 켜는 것처럼 간단하다.
이번엔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달렸더니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차가 낮게 깔리며 앞으로 치고 나간다. 반응 속도도 빠르다. 좀 더 밟아보려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에 있는 차들이 다들 속도를 줄였기에 더 이상의 평가는 안타깝게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그렇게 인천공항을 지나 근처 비포장도로로 빠져 주행했다. 서스펜션을 오프로드 레벨로 조절하고 달리니 질척거리는 비포장 길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험로는 아니었기에 오프로드 주행의 진가를 알 수 있을 정도의 주행능력은 시험해볼 수 없었지만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여의도에서 출발해 인천공항 근처까지 57㎞ 정도의 거리를 달려왔을 때 평균연비는 공식연비와 같은 10.9㎞/ℓ가 나왔고, 다시 여의도로 돌아와 총 112㎞의 거리를 주행했을 때는 10.3㎞의 연비가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연말인데다 퇴근시간까지 겹쳐 올림픽대로에서 정체가 심했는데 차의 무게와 풀타임 4륜구동, 그리고 정체구간을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연비는 아니다.
여의도에서 출발해 인천공항 근처까지 57㎞ 정도의 거리를 달려왔을 때 평균연비는 공식연비와 같은 10.9㎞/ℓ가 나왔고, 다시 여의도로 돌아와 총 112㎞의 거리를 주행했을 때는 10.3㎞의 연비가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연말인데다 퇴근시간까지 겹쳐 올림픽대로에서 정체가 심했는데 차의 무게와 풀타임 4륜구동, 그리고 정체구간을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연비는 아니다.
▲총평
폭스바겐 투아렉의 모든 것을 알아보기에 이틀이란 시간은 짧았다. 여유있게 타며 어디 고장이라도 내서 서비스도 받아봐야 성능 외적인 부분도 제대로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성능 좋은 차라고 느끼는 데는 전혀 부족함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엔진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퍼포먼스와 어떤 길이든 가리지 않고 달리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기술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9,600만원이 넘는 가격은 마냥 감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단순히 '비싸다'의 문제가 아니다. 순수하게 성능만을 놓고 볼 때 적정 수준의 가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차를 구매할 때 성능 말고 다른 부분들도 본다. 디자인, 인테리어 또는 브랜드의 이미지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격이라면'이라는 전제도 빠질 수 없다. 그렇다. 투아렉의 최고 트림 R라인에 '그 가격이라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생긴다. 그 가격대의 다른 차들도 성능 면에서 대체로 '그만큼'은 하는 데다 비슷한 가격일 때 인지도가 더 높은 브랜드 제품도 있다. 투아렉보다 훨씬 잘 팔리는 티구안은 '그 가격이라면'이라는 전제가 붙었을 때 다른 대안의 차보다 경쟁력이 앞선다.
이렇게 판매가 많은 폭스바겐의 차들은 대부분 다른 브랜드보다 성능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경우가 많다. 물론 금전적 여유가 있고 아주 미세한 성능의 차이까지 중요시하며 차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그리고 숨겨진 명차를 타고 싶은 사람이라면 투아렉 R라인의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판매가 많은 폭스바겐의 차들은 대부분 다른 브랜드보다 성능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경우가 많다. 물론 금전적 여유가 있고 아주 미세한 성능의 차이까지 중요시하며 차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그리고 숨겨진 명차를 타고 싶은 사람이라면 투아렉 R라인의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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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대해서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투아렉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심지어 필자 주변에는 '폭스바겐에 그렇게 비싼 차가 있다고?'라며 놀라는 사람들도 있다. 높은 가격에 놀라는 데는 독일에서 폭스바겐이 국민차 또는 합리적인 대중의 차로 통한다는 인식도 한 몫 할 것이다. 물론 요즘 들어 그런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젤 파문에도 불구하고 요즘 폭스바겐의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이미지 타격에 따른 판매량 감소를 우려해서 장기간 무이자 할부와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한 덕분이기도 하다. 앞으로 모든 차종의 엔진이 유로6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 프로모션이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그 때도 투아렉 R라인이 지금 만큼의 선택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이승윤(개그맨, 헬스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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