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자동차 관련 규제는 19세기 말 영국이 제정한 '기관차 조례(Locomotive Act)', 일명 '적기조례(Red Flag)'로 알려져 있다. 이후 각 나라별로 관련법과 규제 등이 등장했고, 여기에 맞춰 자동차도 개발돼 왔다. 물론 절대적인 전제는 바로 사람이었다. 운전자와 보행자까지 보호하는 쪽으로 모든 규제가 집중됐고, 덕분에 자동차회사는 '안전(safety)'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많은 기술개발 노력을 해왔다. 또한 사람이 운전을 한다는 점에서 사고의 책임도 명확했다.
하지만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사고 책임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운전자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자율주행 상황에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이 타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물건을 배송하다 사고가 났다면 더더욱 책임 소재가 곤란해진다.
그러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자율주행의 전제 조건으로 수동 장치를 언급했다. 자율운전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즉시 수동으로 전환, 직접 운전에 가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래서 지능을 가진 자동차라도 수동 운전에 반드시 필요한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 스티어링 휠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이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책임을 지면된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가 내놓은 자율주행규제법의 초안에 담긴 내용이다.
그런데 논란의 초점은 사람이 탑승했어도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다 사고가 났을 때다. 다시 말해 사람이 운전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사고가 발생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그저 탑승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주는 당분간 이 때 책임을 제조사가 지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자 자동차업계 뿐 아니라 구글이나 애플 등도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실제 2016 CES에서 만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ADAS(Advanced Driving Assistant System) 기능이 들어가 판매되고 있는데, 제조사가 책임을 지면 누가 판매에 나서겠느냐"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불똥은 전자업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시계와 연동돼 움직일 때가 대표적이다. BMW는 지난해 CES에서 스마트시계를 이용한 자동주차 기능을 선보였다. 그런데 만약 이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전자회사와 완성차회사의 책임론이 뒤따르게 된다. 시계와 자동차를 연결하는 시스템의 오류 원인을 찾아 책임을 가리겠지만 전자회사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게다가 향후 스마트 시계와 스마트 자동차는 패키지로 묶여 판매될 가능성도 높다. 이 때 전자회사가 팔면 전자회사가, 자동차회사가 팔면 자동차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면에서 캘리포니아주의 법령 초안은 여전히 논란이다. 2016 CES 현장에서 만난 기아차 관계자는 "제조사가 책임을 지도록 하면 쉽게 판매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제 아무리 자율주행이 완벽해도 사고라는 것을 100%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부품업계 관계자도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는 놀랍도록 빠른데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사고 책임을 누가 지느냐가 IT와 기존 자동차회사의 명암을 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자회사는 운전 장치가 필요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를 꿈꾸는 반면 완성차회사들은 기존 자동차에 지능을 부여하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주의 자율주행차규제법령 초안은 CES에서 화두가 될 만큼 많이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세계 최초의 법안이라는 점에서 각 나라 정부도 관심이 높다. 지금까지 기계가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 운전하는 시대를 인류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계가 운전할 때, 그리고 스마트 시계로 주차하다 사고가 났을 때 보상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2016 라스베가스 CES에 등장한 화려한 자율주행 기술에 감추어진 고민이자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담론이다.
라스베가스=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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