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는 내수 승용차부문에서 총 132만6,776대를 판매했다. 121만3,943대였던 2014년과 비교해 9.2% 신장했다. 지속된 경기침체와 수입차의 대대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신차 출시 및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등에 업고 비교적 선전했다. 그러나 올해 전망은 어둡다. 주요 기관들은 2016년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물론 내수도 감소세로 전망했다. 이를 계기로 오토타임즈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을 분석해 완성차업체별로 올해를 내다보기로 했다. 그 중 세 번째는 한국지엠이다.<편집자>
한국지엠은 2015년 내수 시장에 15만8,404대를 판매했다. 성장률은 2.6%로 국산 브랜드 평균 9.2%에 미치지 못했다. 개소세 인하와 함께 하반기 강력한 판매 프로모션을 내걸었던 상황을 고려할 상당히 아쉬운 성적이다.
그나마 한국지엠이 소폭 성장세를 거둘 수 있었던 건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의 선전 덕분이다. 두 차종은 지난 2013년 배출가스 규제(OBD-Ⅱ)를 이유로 판매가 중단됐지만 2014년 8월 생산이 재기돼 지난해에만 1만1,980대를 소비자에게 인도했다. 경상용 부문의 연간 성장률은 64.6%에 달했다.
그러나 승용과 RV 부문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한국지엠의 승용 부문 실적은 10만5,494대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RV는 4만924대 판매돼 성장률이 3.8%에 머물렀다. 북미산 수입 준대형 임팔라가 7,000대 가까이 판매되며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주력인 스파크 신형이 5만8,000대를 이상 책임졌지만 아베오와 크루즈, 말리부 등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RV 부문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란도가 9월 유로6 엔진을 발빠르게 탑재하며 2만대 가까이 출고되는 기염을 토했지만 트랙스의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연식변경에 그친 캡티바에 대한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국내 5개사와 수입 브랜드가 지난해 형성한 내수 승용시장은 총 157만676대다. 한국지엠의 내수 승용 점유율은 9.3%로, 당초 목표였던 '점유율 두자릿 수' 달성에 이르진 못했다. 그러나 회사 내부적으로는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스파크 외에 판매신장을 이끌어낼 마땅한 신차가 없는 상황에서 힘든 시기를 잘 버텨냈다는 것. 따라서 북미에서 수입해오는 임팔라는 물량 수급에 아쉬움이 적지 않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유로5 엔진을 탑재한 디젤차 재고를 판매 마감 시점이었던 11월보다 1~2개월의 앞서 판매하면서 주요 차종에 2개월 정도 판매 공백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한국지엠은 전방위 파상공세에 나설 태세다. 이를 통해 5년 연속 내수 판매 증가와 점유율 10%대 진입을 목표로 두고 있다. 우선 스파크 마케팅 활동 강화에 나선다. 할인폭을 늘리고 각종 프로모션도 적극 추진한다. 출시 후 시즌별 프로모션에서 제외되던 신형 스파크였지만 올해는 각종 판촉 프로그램과 무이자 할부 등에 적극 투입할 방침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기아차 모닝을 겨냥한 공격적인 활동도 왕성할 전망이다.
여기에 유로6 엔진 차종도 속속 다시 투입한다. 캡티바와 크루즈, 말리부 등 디젤 트림 판매가 재개되면 한국지엠은 올란도와 트랙스 등과 함께 다시 한 번 폭 넓은 디젤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폭스바겐 스캔들로 국내 소비자들의 디젤 사랑이 이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지난해 올란도의 성공을 비춰봤을 때 디젤 제품군 투입이 판매 증가로 직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력한 신차도 준비했다. 우선 주행거리연장차(EREV) 볼트(VOLT)로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한다. 1.5ℓ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가동해 18.4㎾h급 배터리를 충전, 모터에 전력을 공급해 달리는 차다. 발전기를 탑재한 전기차의 개념으로, 국내에는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중 어떤 차종으로 분류되는 지에 따라 500만~1,200만원(지자체별 보조금 제외) 보조금이 책정될 전망이다.
신형 말리부도 올해 기대주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뉴욕모터쇼에 공개된 9세대로 날렵한 디자인, 2,830㎜에 달하는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넓은 실내 공간, 8세대 대비 100㎏ 이상 달성한 경량화 효과 등을 무기로 내세웠다. 기존 가솔린과 LPG 외에 디젤의 투입도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북미에서 선보인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경우 현재 국내 투입이 결정되진 않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등 국산 중형 세단들이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강조하는 만큼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투입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수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한국지엠이 계획대로 선전한다면 점유율 두자릿수대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지난해 말 광역 딜러사들과의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판매 네트워크 관리에 공백이 생긴 점, 임단협 문제 등은 올해 한국지엠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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