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티브 잡스’, 천재가 품고 있던 그림자의 이야기

입력 2016-01-11 15:18   수정 2016-01-11 19:49


[bnt뉴스 김희경 기자] 애플의 창시자이자 많은 이들에게 천재로 불렸던 스티브 잡스. 관중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찬사를 받았던 그의 무대 뒷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찾아온다.

영화 ‘스티브 잡스’(감독 대니 보일)는 애플 사의 창업자 스티브잡스의 혁신적인 3개의 프레젠테이션과 그 무대 뒤 펼쳐지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려낸 영화.

극중 스티브 잡스가 준비하는 프레젠테이션은 1984년 매킨토시, 1988년 넥스트큐브 그리고 1998년 아이맥 등 총 3가지로 모두 인류 역사상 큰 충격을 안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호평과 혹평의 범람 속에서도 스티브 잡스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고, 결국은 IT 업계의 1인자로 자리 잡은 바.


영화는 스티브 잡스를 칭송하기보다 그저 누군가의 상사이자 동료, 아버지의 모습에도 많은 모습을 담아냈다. 스티브 잡스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마케팅 책임자, 공동 창업자, 전 상사, 개발팀 직원, 사실혼 관계의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친딸이 등장해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불특정다수에게는 천재나 우상 등으로 불렸으나 가장 가까운 이에게는 괴짜나 매정한 아버지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비난을 듣고 반응하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불온전한, 그러나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내비친다.

‘스티브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기 40분 전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실제 40분으로 동일하게 담아냈다. 아무리 캐릭터가 스크린 위를 동분서주하더라도 의자에 앉아있는 관객들은 신선함이 없으면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 허나 생동감 넘치는 화면과 배우들의 치열한 열연은 관객들에게 40분의 시간을 한 순간에 보내는 마법을 선사한다. 실제 ‘스티브 잡스’를 촬영하는 당시 시대상의 분위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각각 16mm, 35mm, 디지털 카메라로 영상을 담아내 더욱 현실성을 높였다.

하지만 가장 현실성을 높이게 만든 장치는 단언 마이클 패스벤더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스티브 잡스를 연기한 그의 메소드 연기는 감탄의 연속을 자아낸다. 생전 호리호리한 스티브 잡스의 체형을 닮기 위해 다이어트를 감행해 싱크로율을 높인 것은 물론, 무거운 왕관을 짊어지고 있던 스티브 잡스의 어두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또 한 번의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외형이 변하는 모습은 물론 갈수록 짙어지는 스티브 잡스 특유의 위트와 노련함을 재현한 모습은 실제 프레젠테이션이나 제품 창시의 순간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극의 이해도를 높이게 만들었다. 유려하면서도 강단 있는 걸음걸이와 시니컬하면서도 확고한 말투는 스티브 잡스 자체의 모습을 구현해내며 그의 생전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일일 터.

영화 속 스티브 잡스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제품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주를 이루기보다, 인간적 결함이 다수 포함된 모습과 그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야망꾼의 솔직함과 열정을 드러낸다. 그가 남몰래 품고 있던 찬란하면서도 고독한 천재의 그림자는 이제 관객들에게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편 ‘스티브 잡스’는 21일 전국 극장가서 개봉된다. (사진출처: 영화 ‘스티브 잡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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