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역할을 빛내기 위한 방법에는 튀어야하는 방법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캐릭터에 맞게 자제할 줄 알고, 한없이 밝아지는 분위기를 조금은 낮출 수도 있어야한다. 묵묵하지만 충분히 빛날 수 있다. 성훈이 연기한 장준성 처럼.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극본 김은지, 연출 김형석 이나정)에서 주연배우 못지않게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많았던 인물, 장준성 역을 맡아 활약한 성훈과 bnt뉴스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가 연기한 장준성은 태어나자마자 입양기관을 전전하다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된, 날 때부터 상처가 많은 인물. 김영호(소지섭)를 만난 후, 방황을 끝내고 친모를 찾기 위해 이종격투기 챔피언이 된다.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준 김영호, 매니저 김지웅(헨리)과는 절반 이상을 붙어 있고, 친어머니와의 관계는 물론 장이진(정혜성)과의 로맨스까지 더해져 그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에도 풀어내야할 이야기는 산더미였다.
특히 극중 장이진과의 러브라인은 헨리와 더불어 장준성의 무거운 분위기를 중화시켜 주기도. 크지 않은 분량에도 서툰 두 사람의 사랑법에 시청자들의 지지도 많았다. 정말 딱 ‘감초’라는 표현이 적당할 분량에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그 정도라도 표현이 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성훈은 “많은 시청자분들이 저희 러브라인도 사랑해주셨지만 강주은(신민아)과 김영호의 케미를 더 보고 싶어 하시니까. 저희 분량을 챙겨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이 정도로 만족 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러브라인을 통해 “과거 굉장히 거칠게 살았던 친구였기 때문에 여자문제도 복잡했을 것 같은 반면, 로맨스에서는 취약한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던 그에게서는 어머니와의 스토리라인도 빼 놓을 수 없다. 성훈은 어머니에 대한 결핍으로 방황하는 모습부터, 어머니와의 애틋한 재회까지 해냈다. 쉽게 접해보지 못했을 아픔을 간직한 장준성의 사연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터, 그는 어떻게 준성의 아픔을 표현해냈을까.
“제 친모로 나오는 남기애 선생님을 촬영장에서 처음 뵙고, 너무 젊고 예쁘셔서 놀랐어요. 잘못하면 아들과 엄마 사이가 아니라 사랑과 전쟁의 이상한 그림이 나올까봐 걱정하기도 했죠(웃음). 사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연이잖아요. 이해가 어려울 때는 대본을 계속해서 읽었어요. ‘어떻게 할까’보다는, ‘제가 이렇게 자랐더라면’ 생각하면서 대입을 시켰죠.”
러브라인에 친모와의 이야기, 여기에 은인과도 같은 김영호와의 이야기도 있다. 그를 만나 상처를 딛고 세상 밖으로 나온 준성이기에 영호의 사고 현장을 목격했을 때의 절규가 더욱 와 닿기도 했다. 그만큼 준성이 느끼는 영호에 대한 감정도 남달랐을 것 같다.
“(준성이는) 엄마를 찾겠다는 일념하나로 이종격투기를 시작해요. 성공해서 엄마를 모셔야겠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하는데 준성이 캐릭터에 아빠는 없었어요. 엄마는 찾았지만 끝까지 아빠는 없었죠. 과거에 그렇게 통제 불능이고, 거칠기만 하던 준성도 영호 앞에서는 강아지 마냥 순했죠. 아마 준성이는 아빠의 부재를 영호한테서 채운 것 같아요.”
극중 영호와 더불어 그의 매니저 김지웅은 장준성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그의 옆에서 준성은 한 없이 밝은 지웅을 자제 시키고, 붕 뜨는 분위기를 잡아줬다. 어머니와, 장이진, 김영호와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장준성의 모습을 보인다. 여러 캐릭터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준성의 매력을 각각 다르게 표현한 지점이 있을까.
“중심을 잡아야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연기하기 힘들었다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중심역할로서 셋만의 브로맨스를 잡아갈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민을 하던 중 지섭이 형의 한 마디가 고민을 일단락 시켜줬죠. 형이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지웅이는 통통 튀는 캐릭터니까 밝은 부분을 담당하고, 난 로맨스를 담당할 테니 넌 정극을 담당해라’고 정리해줬어요(웃음).”
“사실 표현하면서 욕심이라는 게 없을 수는 없잖아요. 영호, 준성, 지웅 세 명의 형제들이 각자 너무 다른 색깔을 갖고 있어요. 전 동생과 형 그 중심에 있었죠. 너무 오버스럽게 가도 문제고, 너무 다운 시켜도 문제고. 욕심 같아서는 어떤 제스쳐나 톤을 높이거나 밝은 분위기에 맞게 애드리브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튀어버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셋이 함께 있을 때 제가 같이 까불고 농담을 던질 수도 있었는데 그랬으면 제 캐릭터가 이도저도 아니었을 것 같아요.”
실제로는 장난기도 많고 잘 웃는다는 그는 주로 무뚝뚝하고 진지한 역할을 맡아왔다. 성훈은 풍기는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각자의 사연을 지닌 여러 캐릭터를 만나며 조금 잠잠한 시기를 지냈다. 그 시기를 보내던 중 그는 ‘우리동네 예체능’을 만났다. 이어 웹드라마 ‘고결한 그대’ ‘오 마이 비너스’, 최근 ‘아이가 다섯’ 캐스팅까지 줄줄이 이어졌고, 준비된 자에게 온 기회를 제대로 잡아냈다.
“‘우리동네 예체능’부터 좋은 기운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2015년이 지나가는 삼재였다고 하는데(웃음). 그것과 상관없이 좋은 기회들이 맞물리고, 또 맞물려서 왔어요. ‘우리동네 예체능’을 했기 때문에 ‘오 마이 비너스’를 할 수 있었고, 또 ‘오 마이 비너스’를 통해 ‘아이가 다섯’에 들어갈 수 있었죠. 또 신기한 게 이 세 가지 전부 KBS에요(웃음). 사실 기회를 갖고 싶어도 못 갖는 분들이 많은데 기회를 잘 잡은 것 같아요.”
앞서 한 인터뷰에서 성훈은 ‘2015년은 노출의 해’라고 이야기한 바, 2016년은 무슨 해로 만들고 싶은지 묻자 그는 “제가 지난해 SNS에 ‘노출은 마지막이라고 전해라’면서 마지막으로 노출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올해의 시작부터 노출을 할 것 같다(웃음). 노출이라는 게 배우한테 있어서 무기가 될 수도 있는데 자꾸 그 무기를 남발하면 식상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팔자려니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며 웃어보였다.
“저는 개인적으로 2015년, 2016년 구분을 짓지는 않아요. 제가 2015년 여름부터 계속 이어서 달리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번 작품, 이번 작품으로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작년, 올해 보다는 한 작품, 한 작품 성장하는 배우였으면 해요. 큰 꿈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이번엔 목표가 하나에요. 신이 많든 적든 간에,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을 만한 배우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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