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인공지능은 법적으로 운전자(Driver)인가

입력 2016-02-12 08:33   수정 2016-02-12 15:06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가 구글의 자율주행차를 하나의 운전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협회는 구글이 해당 내용을 질의하자 공식 답변을 통해 "자율주행차는 그 자체가 하나의 운전자로 여겨질 수 있으며, 인간 운전자와 동일 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선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빌 날이 성큼 다가왔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반면 NHTSA의 해석에 앞서 지난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자율주행차의 운행 조건으로 "면허를 소지한 운전자가 있어야 하고, (사고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인간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제동 페달 등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을 해도 100% 완벽하지 못한 만큼 사람의 필요성을 법률의 기초 개념에 담은 셈이다. 따라서 최근 NHTSA의 해석은 캘리포니아의 자율주행 법률 초안을 반박하는 형국이어서 미국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자율주행차에서 '운전자'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 사고 책임 때문이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인공지능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 명령을 수행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얘기다. 해당 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운전 명령만 내렸을 뿐 직접 운전하지 않았기에 책임에서 한 발 벗어나 있고, 제품을 판매한 제조사는 정부의 규정에 따라 자율주행차 판매를 했다는 점에서 비켜서 있다. 이런 이유로 캘리포니아와 NHTSA의 개별 해석은 책임 소재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캘리포니아는 인공지능이 운전하다 사고내면 탑승한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고, NHTSA는 인공 지능 시스템을 만든 제조사 책임에 무게를 두는 식이다.

 여기서 논란은 제조사 책임인 경우다. 제조사 책임이 무거울 경우 자율주행차 등장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16 CES에 참가한 대부분의 자동차회사 관계자도 '제조사 책임'이 높아지면 자율주행차의 현실적인 등장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더불어 같은 행사에 참가한 IT 회사도 제조사 책임은 곧 인공 지능을 만든 IT 기업의 책임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물론 현재도 전자장치의 고장은 흔히 일어난다. 그럼에도 제조사가 책임에서 벗어나는 배경은 인간 운전자가 탑승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국내법에도 사고의 책임에 대해선 '자동차가 누구를 위해 운행됐느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자율주행차 사고는 인공지능과 사람의 운전 여부가 아니라 운행에 따른 이익을 보는 사람이 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경우 또한 공동의 이익으로 운행될 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행될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법적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벌어지는 자율주행차의 법적 논란을 전혀 성격이 다른 '과학(기술)과 법'의 갈등 구도로 보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쉴라 제너서프 교수는 <법정에 선 과학(Science at the bar)>을 통해 '과학=진실, 법=정의?' 또는 '과학=진보, 법=절차?'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한 마디로 앞서가려는 과학기술이 법에 의해 제약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법이 과학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과학과 법이 얼핏 분리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법적 토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자율주행차 산업을 이끌기 위해 '기업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국가 미래를 위한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에 자율주행차를 넣는 등 기술 장려에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미국에서처럼 활발한 법적 논의는 배제돼 있어서다. 






 과학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법은 새로움보다 기존 사회 구조 속에서 통념을 찾아가려 하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과학과 법은 대립이 불가피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려면 과학과 법의 융합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자율주행차에서 앞서 가기 위해 법적 논의 또한 절실하다는 뜻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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