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이제는 배우 박해진이 아닌 유정 선배를 상상할 수 있을까. 캐스팅만으로도 치어머니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던 박해진이 ‘치인트’ 신드롬을 넘어 박해진 신드롬을 일으켰다. TV에서 걸어 나온 듯한 박해진의 미소는 섬뜩하지도 날이 서있지도 않았다. 그저 따뜻했다.
최근 bnt뉴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연출 이윤정, 이하 ‘치인트’) 박해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해진은 극중 달콤한 미소 뒤 날카로운 눈빛을 숨긴 완벽한 남자 유정 역을 맡아 김고은(홍설 역)과 숨 막히는 로맨스릴러를 펼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긴 시간 연재된 인기 웹툰 ‘치인트’에 쏟아지는 사랑만큼 앞서 드라마 화 된다는 소식에 말도 많았던 것이 사실. 박해진 역시 유정 역으로 캐스팅 1순위에 올랐지만 여러 번 출연을 고사했다.
“부담이 컸어요. 웹툰이 결정하는 요소이자 거절하는 요소였어요. 그런데 캐스팅을 거절하고 읽었을 때와 결정하고 읽었을 때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캐스팅을 제의받고 다시 봤을 때엔 드라마로 제작이 안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만큼 재밌고 좋았어요. 처음에는 3D보다 2D로 남아줬으면 하는 독자의 마음이 컸지만 다른 시각으로 읽어보니 ‘내가 잘만 해내면 입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는 부담보다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치인트’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기사와 유정 역할로 제가 캐스팅된 공백이 컸어요. 그리고 감독님, 작가님, 편성, 배우들도 모두 다 미정이었던 상태여서 ‘어떻게 되려나’는 걱정이 있었죠. 다행히 좋은 분들과 함께하게 돼서 기대이상의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치인트’는 사건의 발생과 더불어 인물들의 심리적 묘사가 묘미인 작품이다. 특히 박해진은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유정을 위해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했다.
“유정을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려 했어요. 극중 유정은 잘못된 모든 상황을 알고 위에서 내려다봐요. 한대를 맞았을 때 어떻게 정타로 먹여서 다시는 나한테 싸움이 있다거나 시끄러운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죠. 유정은 남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그 잘못을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인물이에요.”
‘치인트’는 현재 마지막 촬영과 종방연까지 끝난 상태. 아직도 알쏭달쏭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유정과 홍설(김고은), 그리고 유정과 마음의 벽을 쌓아 버린 백인호(서강준)와 백인하(이성경)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흠뻑 빠져 들었다. 박해진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마지막 촬영신을 떠올렸다.
“작품을 생각하면서 배우들을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설이를 볼 때와 인하, 인호를 볼 때, 그리고 친구들을 볼 때 마다 다 다르게 다가와요. 특히 인호를 볼 때 아팠어요. 어떤 작품이든 마지막 신에서는 감정이 주체가 안 되는데 마지막 인호와의 촬영신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되면서 유독 슬프더라고요. 슬프면 안 되는 신이었는데 제가 느끼는 감정과 유정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돼서 걷어내고 다시 찍었을 정도였어요.”
박해진은 배우들의 실제 이름 대신 ‘홍설’ ‘인호’ 등 극중 이름을 부르며 작품과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 촬영 중 박해진에게 극중 백인호가 더욱 슬프게 다가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10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 감정선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 서강준 덕분이었다.
“인호(서강준)가 저를 불편해했으면 친구 역할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서로 불편했을 거예요. 인호와 유정이 연기하는데 서강준으로서 박해진에게 다가온 게 아니라 인호로 다가와 주더라고요. 대견한 친구예요. 후배지만 너무 좋았던 기억이에요. 그래서 유정으로서 더 아팠어요.”
박해진은 지난 2006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데뷔한 이후 ‘내 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 ‘나쁜 녀석들’, 그리고 현재 ‘치즈인더트랩’까지 맞춤옷을 입기 위해 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꾸준히 앞만 보고 달려온 박해진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었다. 아쉬움이 클수록 남다른 것처럼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 유독 그랬다. 하지만 그는 ‘나쁜 녀석들’이 있었기에 ‘치인트’가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욕심이 있었고 더 보여줄 수 있었다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보여드리지 못해서 너무 아쉬워요. ‘치인트’ 유정 역할에 많은 분들이 있었겠지만 유력했던 이유가 ‘나쁜 녀석들’에서 서늘한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유정 역도 더 친절하게 풀어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제가 극중 인턴을 나가게 되면서 할 게 없더라고요. 같이 이야기하는 상황 자체가 없어서 그게 조금 아쉬웠어요.(웃음)”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박해진에게 ‘치인트’는 다시 한 번 그의 입지를 넓혀준 작품임이 분명했다. 차근차근 자신만의 필모를 쌓아가는 박해진의 행보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배우생활을 하면서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지는 않았어요. 어떤 목표를 세워놓았다면 그걸 쫓아갈 것만 같아서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작품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은 바람뿐입니다.” (사진제공: WM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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