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국민들이 사랑하는 시인으로 단연코 손꼽히는 윤동주는 부끄러움과 참회의 마음을 글자 안에 담은 대표적인 일제 투항 시인 중 하나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친이자 가족, 그리고 평생의 라이벌 송몽규가 있었다.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는 모두에게 기억될 수 있었던 윤동주, 잊지 말아야 했던 송몽규의 청춘으로 되돌아간다.
낡은 역사책 한 권을 꺼내듯 조심스럽다. 일제 강점기, 그 때의 아픔을 되살리듯 ‘동주’는 그들의 가시밭길을 함께 걷기 시작한다. 이름도, 언어도, 꿈도 무엇 하나 허락되지 않았던 그때, 만주 명동촌에서 함께 태어나고 자라고 배운 윤동주(강하늘)와 송몽규(박정민)는 분명 같지만 다른 두 길을 걷게 된다.
이미 윤동주는 우리에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로 익숙하다. 그리고 ‘동주’는 일제의 잔인한 폭행의 기억을 참회의 기록으로 고스란히 담아낸 윤동주의 이야기를 기본에 뒀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독립 운동가 송몽규라는 인물에 주목했다. 그 당시 문인으로서 매우 인정받았던 동아일보 신춘문예 콩트 부문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윤동주에게 매 순간 살아 숨 쉬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 송몽규는 윤동주와는 달리 온 몸으로 일제의 매질을 감당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너무나 앞서있었던 불운한 천재였다.
‘동주’는 치안유지법 위반의 죄목으로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된 윤동주와 송몽규가 각각 일본 고등형사(김인우)를 독대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는 물론 수갑을 찬 채 가지런히 모은 손 떨림까지 관객들의 숨을 죽인다. 그리고 극의 후반부, 그 죄를 취조하며 윤동주와 송몽규의 억지 자백과 서명을 받아 내는 장면은 쌓아놨던 모든 감정을 폭발시키듯 아프고도 참혹하다.
그렇기에 긴 러닝타임을 이끌어갈 배우들의 역할은 중요했다. 윤동주 역을 맡은 강하늘은 극중 삭발까지 불사할 정도로 윤동주 시인이 되기 위해 이를 악 물었다. 송몽규 역의 박정민은 크랭크인 전 사비를 들여 송몽규의 생가와 묘지를 찾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를 이해하려했다. 그리고 그들은 북간도 사투리는 물론 대사의 반이었던 일본어까지 막힘없이 소화해내며 그렇게 두 인물의 자취를 따라갔다.
시작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읽혀진 것 역시 하나의 볼거리다. 그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색체를 써 관객들에게 색을 덧입히게 한 이준익 감독의 연출은 가히 대단하다. 약 6억의 제작비로 19회 차에 완성시켰다는 사실 역시 놀라울 따름이다.
‘동주’는 분명 저예산 영화다. 하지만 “500억 영화의 가치를 지녔다”는 강하늘의 말처럼 꾸준히 회자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러닝타임 110분. (사진출처: 영화 ‘동주’ 메인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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