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로 불리는 LPG가 국내에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된 때는 1960년대 후반이다. 특히 한국에서 LPG가 본격 생산된 이후 개조를 통해 자동차에 사용됐고, 이후 1970년대 LPG 연료가 택시에 사용될 수 있도록 법적 정비가 완료된 후 1982년 자동차회사가 LPG 전용 엔진을 처음 만들어 판매했다. 그러니 한국 내 LPG자동차의 역사도 벌써 50년이 훌쩍 넘은 셈이다. 덕분에 LPG엔진 기술은 한국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에 본지는 그간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LPG자동차의 한국 내 역사를 정리해 보려 한다<편집자>.
카렌스, 레조, 카스타 등 LPG 미니밴 3총사는 2000년대 초반 LPG차 붐을 일으켰다. 더불어 갤로퍼와 스타렉스 등 오랜 기간 경유를 사용해왔던 SUV와 승합차에도 LPG 엔진이 적용되며 LPG차는 순식간에 등록 200만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LPG로 자동차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유류세 부족을 이유로 2000년 7월 에너지세제개편을 단행한다. 당시 에너지 세제개편의 주요 골자는 LPG 세금 인상이었다. 2001년 7월부터 2006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세율을 조정해 2006년 7월 이후에는 휘발유를 100으로 했을 때 경유 75%, LPG는 60% 수준이 되도록 했다.
그런데 변수가 하나 나타난다. 유럽이 한국 내 경유승용차 판매를 요구했던 것. 그러자 정부는 2005년 1월부터 경유 승용차의 시판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경유 승용차 보급에 따른 미세먼지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수송용 유류의 가격비를 다시 조정한다. 이에 따라 경유 세율을 올리되 LPG는 다시 낮추는 2차 에너지세제개편 방안을 2004년 12월 확정, 발표했다. 당초 2006년 7월까지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 가격비를 각각 100:75:60으로 조정하려던 1차 에너지 세제개편안이 2005년 7월부터 시작해 2007년 7월까지 100:85:50의 수준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럼에도 당장 LPG 세율이 오르자 유류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LPG보다 경유에 시선을 돌렸다. 이에 따라 자동차회사도 미니밴 외에 LPG 엔진의 확대를 자제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뒤따르는 완성차 업계의 속성 상 차츰 성장이 꺾인 LPG 엔진 시장에 눈독을 들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에너지세제개편과 별도로 LPG 업계는 늘 낮은 효율 비판에도 시달렸다. 특히 겨울철 시동 불량과 출력 부족은 LPG 업계의 고질적인 단점이었다. 그러자 LPG 업계 스스로 효율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99년 한국기계연구원을 통해 LPLi(Liquid Phase LPG Injection) 엔진을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연료를 액체 상태로 태워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2003년 LPLi 엔진이 탑재된 첫 승용차가 등장한다. 바로 현대차 뉴그랜저 XG였다. 당시 뉴그랜져 XG에는 가솔린 외에 V6 2.7ℓ 델타 LPLi 엔진이 탑재돼 택시로 활용됐다. 사실 델타 엔진은 현대차가 세 번째로 독자 개발한 엔진이다. 첫 번째 V6 엔진으로 원래 1998년 EF쏘나타에 처음 적용됐다. 알루미늄 합금이 많이 사용돼 가볍고 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래는 V6 2.5ℓ만 등장했지만 트라제XG, 싼타페 등 몸집이 큰 차에 적용되면서 배기량 2.7ℓ도 등장했다. 물론 기아차 오피러스에도 같은 엔진이 투입됐다. LPG 또한 마찬가지로 V6 2.7ℓ로 주로 모범택시 등의 차종에 집중 적용돼 중형 택시와 차별화했다.
당시 (사)대한LPG산업환경협회 정진성 회장은 뉴그랜저 XG LPLi 승용차 출시에 대해 언론에 소회를 밝혔는데, 의미가 남달랐다. 정 회장은 "부탄 특별소비세 인상과 2000년에 결정된 에너지가격체제 등 가격 영향으로 LPG차 증가율이 둔화된 상황에서 자동차회사도 LPG차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LPG업계의 기술지원으로 개발된 LPLi 엔진이 실용화 된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히기도 했다(에너지경제신문 2003년 12월26일).
그럼에도 LPG차의 성장세는 매년 줄었다. 2000년에만 전년 대비 42만대가 증가했던 LPG차는 2001년 증가대수가 21만대로 줄더니 2003년에는 전년 대비 9만8,000대 확대에 머물렀다. 2006년과 2007년 노후경유차 LPG저공해차 전환 사업 착수에 따라 각각 15만대와 13만대 증가로 다시 반등했지만 국제유가가 치솟은 2009년에는 경유차로 시선이 몰리며 연간 증가대수가 7만5,000대로 떨어졌다. 이른바 국제유가의 변동세로 LPG 또한 심한 부침에 시달리기 시작한 셈이다(7회에 계속)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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