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프랑켄슈타인’ 한지상, 끝없는 갈증을 채우기 위해

입력 2016-02-29 17:44   수정 2016-02-29 18:14



>>>1편에 이어

[bnt뉴스 이승현 기자] 배우 한지상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이름 앞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떤 무게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됐다. 무대에 오른 지 십여 년이 지났고 그만큼 채웠지만 아직 더 채워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그를 보며 경각심이 들 정도.

최근 bnt뉴스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역과 괴물 역을 맡은 배우 한지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 그 이상을 말하는 한지상을 보며 그의 연기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깊은지, 그가 배우로서 그리는 청사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조금은 가늠케 했다.

‘너의 꿈속에서’ ‘난 괴물’ ‘상처’ ‘후회’ ‘단 하나의 미래’ ‘남자의 세계’ ‘산다는 건’ 등 주옥같은 넘버들이 작품을 떠나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지상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하던 그는 “2막 첫 노래를 좋아한다”며 입을 열었다.

“1막의 상황들을 압축하잖아요. 지나간 여정을 압축해서 알려주는 장면들이 좋아요. 괴물이 되서 빅터 앞에 나타나 지난 3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아냐고 하며 그 동안의 세월을 빨리 감는 장면들 있잖아요. 왜 괴물이 빅터에게 복수를 할 수 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니까요. 그 노래 하나만 해도 진짜 목이 나갈 거 같아요.”

“작품 속에 데드라인이라고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든 부분들이 있어요. 보통은 2막에 하나씩 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여러 군데 데드라인이 포진돼 있어요. 정말 장면이 끝나고 암전되면 스태프들한테 부축 받고 나갈 정도죠.”

‘프랑켄슈타인’은 창작뮤지컬 최초로 단일 시즌 최다 매출을 기록했다. 재공연 매출 100억에 10만 관객까지 돌파한 것. 이렇게 많은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작품의 힘은 무엇일까. 한지상에게 관전 포인트를 묻자 그는 “괴물을 보고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답이다”고 말했다.

“관객이 어디에 꽂히느냐에 따라 작품을 보는 포인트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괴물을 보고 미안해질 수도 있겠죠. 아니면 자기가 괴물의 입장에서 핍박받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걸 느낄 수도 있죠. 또 빅터한테는 저렇게 발명가마냥 일을 벌려놨다가 파멸을 당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구나, 인간 대 인간일 수밖에 없는 공감이죠. 이런 빅터를 보며 경각심을 가질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한지상에게 ‘프랑켄슈타인’은 어떤 의미의 작품일까. 그에게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작품성이 훌륭하다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보였다.

“제가 주목받기 시작한지 2, 3년이 채 되지 않았어요. ‘프랑켄슈타인’은 저처럼 특이하고 색이 강한 배우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 작품이자 저 스스로 풀어내고 싶던 숙제를 해결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특이함과 보편성의 여지를 줬죠. 괴물은 정말 개성이 강한 캐릭터거든요. 감독님과 1:1 과외 같은 캐릭터 구축 과정을 통해 탄생했으니(웃음). 이제 재연인데 삼연이든 사연이든 나중에도 계속 하고 싶은 캐릭터예요.”

“‘프랑켄슈타인’ 배우들이 진짜 고생 많이 해요. 괴물이 빛날 수 있게 배우들이 서포팅 해주는 에너지가 엄청나요. 작품 속에 키가 188센티에 체격 좋은 캐릭터가 있어요. 제가 툭 밀면 덤블링해서 넘어지는 친군데 그 친구 몸이 성할 리가 있겠어요. 저를 아이언맨으로 만들어주려고 다들 엄청나게 서포트 해주고 계시다는 것 잘 알고 감사한 부분이죠. 저도 많이 반성을 하고 저한테 몰아주는 에너지만큼 얼마나 이타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반성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군대에 갔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해 무대에 올랐던 그는 지칠 줄 몰랐다. 소위 한 번 쯤은 겪을 수도 있는 매너리즘에 대해 그는 “아직”이라는 말로 고개를 저었다. 쉼 없는 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성장해왔을 그에게 만족스럽냐고 물었더니 그 역시 “배우로서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며 섣부른 긍정을 답하지 않았다.

“저는 계속 배가 고프던데요(웃음). 매너리즘은 뭔가 성취감이 동반 되서 쳇바퀴처럼 헛돌 때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에 저는 아직 헤쳐 나가야 될 게 많고 전진해야할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잘 하는 배우들은 많아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제격인 사람과 작품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의 문제인거죠. 그거에서 감사해야 되는 거죠. 좋은 물을 만났을 때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요. 그 기회의 장 안에서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엄청난 기회와 기쁨이 생긴다는 것에 감사드리죠.”


한지상은 무대 뿐 아니라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2014),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등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드라마와 예능에서도 출중한 연기력과 노래 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그에게선 새로운 매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보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죠. 근데 저는 예전부터 겁이 많았는데 그만큼 깡도 많았어요. 겁도 많은데 깡도 많은 아이였죠(웃음). 무서우면서도 가고 싶은 거예요. 즐기긴 하지만 겁도 나죠. 근데 깡이 많아서 괜찮아요.”

데뷔 14년차, 어쩌면 스스로의 모습에 타협하고 나태해질 법도 한 시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성실한 태도는 그의 마인드 어느 곳에도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기 자신을 멈추지 않고 다그치고 있었다.

“계속해서 다그치지 않으면 건방짐이라는 악마가 나타날 것 같았어요. 배우적인 걸 계속 갈망했어요. 한일월드컵 때 많은 사람들이 16강 진출을 염원했고 결국 이뤘잖아요. 근데 그때 히딩크 감독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배고프단 말을 했죠. 즉 16강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벌써 만족하기에는 제가 가진 꿈이 원대하지 않겠어요?(웃음)”

‘프랑켄슈타인’ 이후 그의 차기작에 대해 공개된 것은 없다. 그의 다음 행보가 무대든 브라운관이든 혹은 또 다른 어디든 이는 분명 그가 그린 배우 한지상이라는 청사진의 일부일 뿐이리라. 어떠한 선택이든 그의 마인드라면 못 해낼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한 결 같이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사람과 같은 그의 열정에 그 누가 응원의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있을까. (사진제공: 충무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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