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테슬라, 기대를 접을 때인가

입력 2016-03-01 17:00   수정 2016-04-28 14:36


 지난해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글로벌 판매는 5만658대다. 나름 의미 있는 성장이지만 숫자만 보면 르노삼성차의 내수 8만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품 가격이 높아 매출액은 1조4,600억원에 달하지만 11분기, 그러니까 거의 3년 동안 연속 적자를 기록해왔다.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가 올해 판매목표를 8만~9만대로 밝혀 주가가 잠시 올랐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올해 모델X의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설비 투자 없는 증산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가뜩이나 적자에 시달리는 테슬라가 미래 위험성을 감수해가며 설비 투자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기존 완성차업체의 전방위적인 공격도 테슬라를 위축시키는 요소다. GM은 최근 테슬라가 인디애나주에서 직접 판매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를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제조-판매-소비자'로 연결되는 유통 구조를 테슬라가 '제조-소비자'로 줄이는 것은 공정한 거래가 아니라고 맞섰다. 주정부가 테슬라 방침을 허용하면 GM 또한 '제조-소비자' 방식을 추구할 것이고, 이 경우 미국 내 자동차 산업 구조 자체가 요동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인디애나주는 GM의 주장을 받아들여 테슬라의 직접 판매 불허 방침을 결정했다. 오랜 시간 경쟁을 위해 제조와 판매의 철저한 분리를 추구해왔던 미국 정부로선 테슬라의 직접 판매가 이른바 '경쟁 위반'이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의 플래그십인 모델S P90D도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 포르쉐가 '미션E' 전기차로 테슬라를 단숨에 잡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포르쉐 따르면 미션E는 4도어 스포츠카로 최고 600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에 3.5초가 걸리며, 1회 충전으로 최장 5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특히 15분 만에 80%의 충전이 가능한 800볼트 충전기는 포르쉐가 꼽는 경쟁력이다. 주차장에 코일을 설치하면 무선 유도 충전 또한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글로벌 판매망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춘 포르쉐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은 테슬라에게 분명 위협이다. 가뜩이나 서비스 네트워크가 취약한 테슬라로선 EV 플래그십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테슬라(Tesla)'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높다. '테슬라' 단어만 보고도 세상을 바꿀 것 같은 기대감을 표출한다. 특히 국내에도 테슬라 진출 보도가 이어지자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하려면 판매와 서비스가 견고하게 구축돼야 하지만 그보다 '테슬라'라는 단어에 오히려 주목하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홍보 전문가들은 '테슬라'를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사례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엘론 머스크와 세상을 바꿀 것처럼 보이는 전기차가 시너지를 발휘해 주가를 높였고, 덕분에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회사의 벽을 뛰어넘을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의 생각은 다르다. 기본적인 산업 구조와 대량 생산에 필요한 투자 및 손실분기점 등을 고려할 때 테슬라가 흑자를 내려면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돼야 하는데, 10만대까지 가려면 엄청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자동차 전문가들은 엘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키워 기존 완성차회사에 매각할 것이란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하면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 사업은 매각을 염두에 둔 전략적 차원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테슬라가 올해 내놓을 보급형 제품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해당 제품군은 경쟁이 치열한 세그먼트인 데다 제품력을 갖춘 프리미엄 브랜드가 적지 않아서다. 같은 가격일 때 테슬라보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의 EV 제품이 보다 주목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자동차사업은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산업이다. 적정 수준의 생산물량이 확보되지 못하면 투자금 회수는 물론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 되돌아 올 수 있어서다. 일부에선 140년 동안 기존 완성차회사가 외부의 신규 시장진입을 막았다고 하지만 그보다 기업 간 인수합병이 더 활발하게 이뤄졌다. 한 마디로 경쟁력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합병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특히 덩치와 규모를 키울수록 위험이 줄고, 이익이 늘어나는 산업 특성은 인수 합병을 보다 활발하게 촉진시켰다. 그런 측면에서 테슬라도 자동차를 제조하는 한 비슷한 산업논리에서 배제될 수 없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86회 모터쇼 현장에서 다양한 완성차회사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또한 IT 및 부품기업 관계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테슬라'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한결같이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언급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심지어 EV를 개발하는 기업 관계자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엘론 머스크는 '미래 성공'을 자신하고 있지만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던지는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엘론 머스크의 고민도 깊지 않을까 한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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