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020년, 95g'에 사활 거는 자동차

입력 2016-03-03 08:45   수정 2016-03-07 09:44


 올해도 어김없이 스위스 제네바모터쇼는 '친환경'이 대세다. 판매 차종 가운데 HEV와 PHEV, EV가 무대 중앙을 장식했고, 고성능 슈퍼카도 전력(Electric Power)을 담아내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물론 친환경에 대한 자동차회사의 노력은 오래돼 왔다. 자동차 등장 이후 배출가스는 언제나 사회적 문제였고, 해결방안은 '규제'였다. 하지만 규제는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리에 밀려 규제와 환경은 양날의 검처럼 냉탕과 온탕처럼 공존했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간 IT와 전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내연기관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자동차가 내뿜는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95g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예를 들어 ㎞당 120g을 내뿜는 자동차를 1대를 판매했다면 ㎞당 70g 이하의 완성차도 같은 수량 만큼 팔아야 한다. 이 경우 두 차의 평균배출량은 95g으로 규제를 통과하게 된다. 그러니 탄소를 내뿜는 내연기관의 비율을 무조건 줄여야 하는 과제가 기업의 생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게다가 EV는 탄소배출량을 '0'으로 간주하는 만큼 ㎞당 190g을 내뿜는 중대형차 한 대를 팔기 위해선 EV 판매도 절실한 셈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브랜드의 친환경 3종을 내놓은 것도, 포르쉐가 2017년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미션E의 양산 계획을 밝힌 것도 2020년부터 시행될 규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다.






 하지만 중대형 고급차에 대한 완성차회사의 집념도 여전하다. 수익성 측면에선 그야말로 효자 차종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유럽법인 토마스 슈미트 부사장도 "유럽의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를 생각할 때 아이오닉은 매우 좋은 제품이지만 제네시스 또한 판매를 늘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에선 친환경차, 다른 쪽에선 수익성 높은 중대형차 판매에 매달려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2020년 배출가스 규제는 현실론이다. 영국에서 온 리차드 A. 로프트하우스 자동차 저널리스트는 영국 정부의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설명하며 과거에는 환경이 산업에 밀렸지만 영국은 지금 환경이 산업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한다. 자동차를 비롯해 모든 산업에 '저탄소(Low Carbon)'를 접목시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여기서 영국이 앞서 가려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된다는 의미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는 가장 첫 머리를 장식하는 의제라고 덧붙인다. 게다가 최근 폭스바겐 스캔들로 디젤엔진의 질소산화물 배출 억제에도 적극 나서는 등 한 마디로 지금의 유럽 자동차 시장은 '배출가스 전쟁(Emission War)'으로 불러야 된다는 말도 남겼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환경부는 최근 2020년까지 ㎞당 이산화탄소 97g 이하, 복합효율은 24.3㎞/ℓ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지난 2012~2015년 온실가스 140g/㎞, 복합효율 17.0㎞/ℓ보다 한층 규제를 강화했다. 유럽의 91g/㎞(2021년), 일본의 100g/㎞(2020년), 미국의 113g/㎞(2020년) 등 해외 규제와 비교해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2020, 95g'이란 단어는 모터쇼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유럽 자동차업계 관계자 모두 '2020, 95g'을 언급하며 이번 만큼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자동차산업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니 생존하려면 맞춰야 하고, 맞추려면 HEV를 비롯한 PHEV, EV의 등장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금 제네바에 불어닥친 친환경 열풍, 그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제네바=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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