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여름 날,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는 늘 맑게 웃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최근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의 주역 배우 김소현을 만나 영화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소현은 가슴 속에 꽁꽁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더 지켜질 수 있었던 첫사랑 수옥 역을 맡았다. 김소현의 첫 고민은 수옥을 사랑스러운 아이로 만드는 것이었다.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기존의 첫사랑과는 다른 것 같더라고요. 수옥이는 남자친구들에게도 사랑을 받았지만 여자 친구인 길자(주다영)에게도 사랑을 받았어요. 여자 친구들이 봐도 저 친구는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친구로 만들고 싶었어요. 순수하지만 오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만들어갔습니다. 여자들이 봐도 순수하고 솔직하고 강한 예쁜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더불어 중요했던 건 상대 배우 도경수(범실 역)와의 애틋함이었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두 사람이기에 어색했던 것이 사실. 이에 감독이 내놓은 해결책은 ‘손잡고 있기’ 였단다.
“첫 촬영이다 보니 어색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도경수 오빠와 계속 손을 잡고 있으라고 하셨어요. 어색함이 풀릴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웃음) 너무 덥고 불편해서 먼저 손을 뺀 걸 감독님께서 보시곤 다시 잡으라고 하셨어요. 감독님께서 생각하셨던 게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편해지더라고요. 업히는 장면들에서도 처음에는 친하지 않으니까 불편하고 죄송했는데 나중에는 편해지기도 하고 수옥이가 범실이에게 업히는 것 자체가 감동적인 교감이었던 것 같아요.”
그중 김소현과 도경수의 애틋한 감정이 가장 크게 드러난 장면을 손에 꼽자면 단연 ‘우산 키스 신’이다. 서로를 사이에 두고 우산에 입을 맞추는 신은 범실의 수옥의 진심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다.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좋았어요. 당연히 우산 안에서 입을 맞추는 장면일 줄 알았는데 그런 장면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림이 안 그려졌는데 촬영을 하고 화면을 보니까 감독님이 왜 이런 우산키스를 뚝심 있게 고집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촬영 당시에는 정말 슬펐어요. 관객 분들이 수옥이로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수옥이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보시면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김소현도 이런 간질거림을 느껴본 적 있을까.
“아직 사랑을 해본 적은 없어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첫사랑의 로망에 대해 몰랐었는데 ‘순정’을 찍으면서 이제야 생각해봤어요. 수옥이와 접점을 만들면서 한 사람을 좋아하는 아픈 마음을 잘 느껴본 것 같아요. 첫사랑을 느껴본 느낌이에요.”
‘순정’은 가슴 한켠에 쌓이는 사랑의 감정뿐만 아니라 다섯 친구의 끈끈한 우정도 큰 볼거리다. 촬영 현장 밖에서도 김소현과 도경수를 비롯해 주다영, 연준석, 이다윗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진 또래이기에 촬영 매 순간이 에피소드였다.
“같은 나이 또래다보니 친구들이랑 노는 장면은 특히 잘 와 닿았어요. 그 나이가 보이는 장면도 많았고요. 이들에게 닥치는 상황들이 정말 17살답지 않나요? 그래서 찍을 때도 더 서럽고 마음이 아팠어요.”
김소현은 실제 나이 18살. 17살의 극중 수옥과 같은 또래다. 특히 김소현은 홈스쿨링을 택해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연기에 오롯이 집중하며 자신이 택한 길을 걷고 있는 중. 뚜렷한 꿈을 꾸고 달려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소신 있고 생각 깊은 수옥과 왠지 겹쳐 보였다. 특히 김소현은 선배 연기자 엄기준을 언급하며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의젓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래야 된다’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했었어요. 그리고 워낙 어릴 때부터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 했어요. 공감할 수는 없지만 선배님들이 이야기해주시는 삶이라든지 지혜라든지 너무 좋아서 무작정 들었어요. 특히 엄기준 선배님은 뮤지컬을 하실 때마다 초대를 해주시기도 하고 연기할 때에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선배님들이 해주셨던 말씀들을 생각하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헤쳐 나가는 것 같아요.”
10대를 책임지고 있는, 그리고 20대를 책임질 대표적인 여배우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소현의 바람은 뭘까. 한 떨기의 꽃처럼 가녀리지만 그 속은 단단한 김소현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얻은 게 정말 많아요. 계획에 없었지만 지난해 많은 작품을 하기도 했고 매 작품마다 큰 걸 얻어서 지금까지는 잘 밟아서 쌓아 왔다면 이제는 문을 연 거 같은 느낌이에요.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맡아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감사해요.”
“다양한 방면으로 보여드리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는 연기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갖고 있는 색깔이 부족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 집중하려고요. 사이코패스 같은 센 역할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정말 발랄하고 천방지축 캐릭터를 맡고 싶기도 해요. ‘이 친구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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