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희 “연기 변신이요? 많은 경험을 한 후예요”

입력 2016-03-21 11:40  


[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매 시즌마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응답하라’ 시리즈 중 지난 2013년 겨울, ‘응답하라 1994’를 만난 한 배우가 있다. 작지만 다부진 체격과 걸쭉한 사투리로 안방극장의 시선을 끈 가수 겸 배우 도희가 각종 드라마, 영화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배우로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최근 bnt뉴스는 막을 내린 MBC 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 장준호)에서 강재(이태성) 바라기 콩순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도희를 만났다.

약 7개월간의 긴 여정이었다. 무거웠지만 소중했던 짐을 내려놓은 도희는 한결 홀가분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계절도 바뀐 꽤나 긴 시간동안 도희를 한 뼘 더 성장하게 한 ‘엄마’에 도희 역시 “하길 잘했다”며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공중파의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도 처음이어서 개인적으로 정말 많이 배우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저를 한 계단이라도 살짝 올라갈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공중파고 주말드라마를 떠나서 처음 콩순이 역할을 보고 ‘어? 이거는 내가 도전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웃음) 그리고 감사하게도 작가 선배님께서 저를 콩순이로서 받아주셨죠. 콩순이에 캐스팅되고 하셨던 첫 마디가 ‘콩순이가 콩만한 애가 됐네’ 셨어요.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기분 좋았어요.”


극중 도희는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사투리를 쓰는 인물을 연기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표준어를 쓰는 인물이었지만 감독과 상의 끝에 사투리를 쓰는 콩순이로 새롭게 만들어냈다. 하지만 도희는 ‘응답하라 1994’로 시작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선보인 사투리에 식상함을 느낄 시청자들이 걱정됐다고.

“감독님이 어느 날 콩순이에게는 사투리도 참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또 사투리 연기를 하면 시청자분들이 식상해하실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저 하나만 봤을 땐 안 쓰는 게 좋았겠지만 콩순이로 봤을 땐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동안의 환경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극중 콩순이는 짝사랑했던 강재와 하룻밤을 보낸 후 덜컥 임신이 돼 가출까지 감행하지만 결국에는 반대하던 가족들에게 결혼 허락을 받으며 해피엔딩을 맞는다. 밝고 순수한 연기부터 애절한 감정 연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은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어려웠던 부분이 그 부분이었어요. 초반부 콩순이는 씩씩하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제 나이에 맞는 감정선이 많았어요. 재밌게 가볍게 했는데 후반부에 임신하고 나서의 감정선들이 어려웠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제 스스로 고민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하고 부담도 많이 돼서 생각이 복잡했죠. 현실적으로 확 와 닿지 않아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엄마’에는 배우 차화연, 박영규, 장서희를 비롯해 김석훈, 이문식, 진희경 등 베테랑 명품 배우진들이 합류해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극을 이끌어갔다. 워낙 연기로서는 대선배들인 만큼 도희에게도 부담감이 컸을 터. 하지만 도희에게 ‘엄마’ 현장은 기분 좋은 부담감을 안음과 동시에 배울 것도 풍성했다.

“많은 선배님들하고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처음에는 그 부분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선배님이랑 같이 해서 얻어가고 배워가는 게 많았던 거 같아요. 현장 분위기가 엄청 좋았어요. 모든 선배님들 자체가 웃으시고 맞아주시고 챙겨주셨어요. 한 집에 진짜 사는 것 처럼요.”

지금의 도희가 있기까지 그 몇 년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 2012년 걸그룹 타이니지의 보컬로 데뷔한 도희는 운 좋게 ‘응답하라 1994’ 윤진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라는 극찬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이후 사투리 고정 배우 이미지와 배우병 논란에 휩싸이며 많은 악플들도 견뎌야 했다.

“회사의 권유로 ‘응답하라 1994’를 하게 됐어요. 너무 운이 좋게 연기를 우연히 시작하게 된 거죠. 첫 작품부터 좋은 분들이랑 재밌게 즐겁게 해서 연기에 대해 흥미를 얻게 됐어요. 그렇게 조금씩 배워가면서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고 많이 말씀드렸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나중에 경험이 오래 쌓이면 그때 연기 변신을 해보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제가 하고 있는 역할도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 쓰신 안 좋은 글들은 수긍할 수밖에 없고 한 번 더 반성하는 계기가 돼요.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 좋은 말을 한 분이라도 덜 쓰시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앞으로 조금 더 재밌는 캐릭터를 만나고 잘 소화해내면 다른 이미지가 생기겠죠?”


도희는 앞서 tvN ‘SNL코리아6’에 출연해 직접 배우병 논란을 언급하며 셀프 디스를 한 바 있다. 정면 승부였다.

“뜨끔하거나 찔리는 게 있다면 못했겠죠. 전혀 그런 게 아니니까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여기서 해도 되겠냐’고 해서 ‘그렇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어요. 재밌는 추억을 만든 것 같아요.”

끝으로 도희는 깜찍한 바람을 전했다. 현재 도희는 가수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연기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 도희는 “쉬지 않고 연달아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게 목표”라며 기분 좋은 욕심을 드러냈다.

“꾸준하게 대중분 들에게 얼굴을 내비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조금씩이라도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신뢰를 드릴 수 있는 연기자가 되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엄마’ 역시 저를 한 계단이라도 살짝 올라갈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에요. 황정음, 하지원, 황정민 선배님, 아직은 부족하고 감히 그분들과 함께할 수 없겠지만 같이 연기하진 못하더라도 같은 작품에 출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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