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키우려는 토요타, 지우려는 기아차

입력 2016-03-23 08:20   수정 2016-03-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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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와 함께 거론되는 것에 대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하이브리드 시장이 커지는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4세대 신형 프리우스 출시 행사에서 한국토요타 요시다 아키히사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프리우스와 현대차 아이오닉을 비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탓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프리우스를 직접 겨냥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프리우스와 아이오닉은 국내에서 숙명의 라이벌이 아닐 수 없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의 대표 선수다. 세계 최초 양산 하이브리드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어서다. 1997년 1세대 등장 이후 수 많은 대항마가 아성을 공략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장을 지키는 것은 '하이브리드=프리우스'라는 공식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오닉이 호기롭게 도전하는 형국이니 신형 프리우스 출시 행사에 아이오닉이 언급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상할 따름이다.  

 물론 토요타 입장에선 현대차의 도전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장을 키울수록 토요타 또한 유리하다는 점에서 아이오닉의 도전은 득이 된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아직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에 대한 저변 인식이 두텁지 못한 점을 상기하면 국산차의 하이브리드 영역 확대는 토요타가 바라던 바가 아닐 수 없다.   






 현재 토요타의 가장 큰 먹거리가 하이브리드라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은 70%에 이르는 절대 다수다. 그런데 토요타는 4%에 불과한 하이브리드 시장에 주력한다. 나아가 올해 하이브리드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린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올해 판매 목표인 8,500대(렉서스 포함) 중 4,000대 이상을 하이브리드로 채운다는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요타에게 하이브리드 시장 확대는 필수이고,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를 비롯한 국산차의 하이브리드 제품 증대, 나아가 직접 비교도 환영한다.  

 그런데 토요타의 바람과 달리 최근 국산차는 오히려 하이브리드 색깔을 지우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니로를 선보이면서 하이브리드 SUV가 아닌 스마트 SUV를 내세우고 있다. 니로가 국산 최초 하이브리드 소형 SUV라는 상징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기아차가 제품 문구에서 하이브리드를 뺀 이유는 소비자 인식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라는 용어가 일반 소비자가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기술 용어라는 이유에서다.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하이브리드라는 용어가 나올 때마다 기술 설명을 다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예 배제시켰다. "도대체 하이브리드가 뭐야?"라는 질문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를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로 접근하는 편이 소비자에게 쉬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연료 소모를 최소화 했다거나 환경 성능을 높였다는 등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때문에 신차 출시 현장에서도 동력계가 전혀 다른 쌍용차 티볼리를 비교했다. 즉, 니로를 하이브리드 신차가 아니라 기아차의 엔트리 소형 SUV로 삼는 전략이다.   






 그래서 토요타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상반된다. 토요타는 키우려 하고, 기아차는 지우려 한다. 둘 모두 하이브리드라는 친환경 기술을 어떻게든 시장에 뿌리 내리려 하는 것은 같지만 용어를 둘러싼 온도차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를 대체할 쉬운 용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떨까.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고, 기술을 특정하는 용어 말이다. 언뜻 떠오르진 않지만 하이브리드 기술의 핵심을 함의할 경우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그런 용어가 나타나게 되면 굳이 하이브리드를 지울 이유도, 좀처럼 시장 확대가 되지 않는다는 걱정도 없어지지 않을까. 농담 삼아 '반전기차'가 어떠냐고 했더니 웃음만 돌아온다. 어떤 말이 어울릴까?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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