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드라마 ‘태릉선수촌’(2005)으로 처음 대중들에게 얼굴을 내비친 이후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만난 ‘내 딸, 금사월’은 배우 송하윤을 나만 아는 배우가 아닌 더 알고 싶은 배우로 기억되게 했다. ‘내 딸, 오월이’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작품의 히로인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배우 송하윤을 bnt뉴스가 만났다.
첫 방송부터 중견 배우들과 아역 배우들의 열연으로 화제를 낳은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이재진)은 화제성과 함께 34.9%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이유 있는 복수가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한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뽀글 머리에 촌스러운 복장을 한 송하윤(주오월, 이홍도 역)이 있었다. 미혼인 그에게 억척스러운 두 아이의 엄마라는 설정이 처음에는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을까.
“못생김을 심을 겨를도 없었어요. 오월의 인생은 이거니까요. 걸음걸이와 뛰는 것까지 단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신경을 쓰면 오월이는 사라지고 송하윤이 나오더라고요. 송하윤을 완전히 버려야 됐어요. 작품에 들어갈 때는 송하윤이 아닌 오월이로 사는 걸 택한 거니까요.”
송하윤의 캐릭터는 가장 화제가 됐었던 인물 중 하나지만 작품 초반에는 중도 하차가 예정돼 있었다. 극의 후반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주오월(송하윤)이 다시 등장하며 안방극장에 통쾌함을 선사하지만 처음 시놉시스에서는 아빠 주기황(안내상)을 만나지 못하고 오혜상(박세영)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이었다.
“20회에서 30회 사이에 오월이는 죽는 캐릭터였어요. 아빠와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게 오월이의 결말이었는데 시청자 분들이 오월이의 인생이 너무 아깝다고 안타까워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다시 나올 수 있었죠.”
오월이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송하윤의 노력이 있었다. 극중 송하윤은 오혜상과 강만후(손창민)의 계략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다. 특히 공사장에서 떨어진 후 기억을 잃고 지능이 떨어지는 장면을 위해 송하윤은 직접 유치원을 찾아 아이들의 감정에 대해 이해해보려 했다고.
“부담이 많이 됐어요. 드라마 시작 전 유치원도 가보고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많이 참고했죠. 누군가를 모티브로 잡기 보다는 그냥 아이들의 티 없이 깨끗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림을 그리거나 편지를 써주더라고요. 그런 순수함이 너무 예쁘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아요. 평소 제 아기 같은 하이톤 말투에 콤플렉스가 있었거든요. 그런 제 장점을 바보 엄마가 된 오월이에게 부여하니까 장점이 되더라고요.”
극중 송하윤은 달달한 로맨스도, 거침없는 사랑 표현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생을 바라봤던 남편에게 버림을 받기도 하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기며 누구보다 우여곡절을 겪는 인물이다. 안방극장의 많은 시청자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오월이의 위기에 공분하며 함께 울고 웃었다.
“오월이는 폭이 넓은 인물이에요. 분명 오월이라는 한 인물의 인생을 살았는데 여러 인생을 산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로 인해 연기자로서의 감성이 더 넓어진 것 같아서 스스로 많이 변하기도 했어요. 두려움도 조금 없어진 것 같아요 처음 대본 받았을 때 무섭기도 했는데 이제는 부딪혀 보자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런 그를 이끌어 주며 힘을 실어 줬던 건 현장의 선배 연기자들이었다. 배우 손창민, 전인화를 비롯해 박상원, 도지원, 박원숙, 안내상 등 많은 연기 경험을 한 베테랑 연기자들과 호흡하며 송하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전인화 선배님은 분량부터 어마어마하셨어요. 그런데 체력도 피부도 하나도 안 망가지시고 감정과 대사도 흐트러짐 없이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아우르는 리더십까지 정말 많이 배웠어요. 손창민 선배님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다 받으셨어요. 연기할 때도 같이 잡아주시고 부족한 거 있으면 몰래 귓속말로 말씀 해주셨죠. 선배님이 현장에 오시면 인사가 꽉 안아주시는 거였어요.”
이어 송하윤은 자신의 아빠 역할이자 많은 신을 함께 했던 배우 안내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내상 선배님에게 너무 감사해요. 현장이 아무리 하하호호 웃고 편하다고 해도 사실 편한 게 편한 게 아니거든요. 긴장되고 웃고 떠들고 있어도 대사와 감정을 생각하면서 이중적인 감정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안내상 선배님이 그런 긴장을 풀어 주셨어요. 장난도 쳐주시고 감정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선배님이 안 나오더라도 제가 몰입할 수 있게 직접 도와주시고 받아 쳐 주셨어요.”
극중 오월이처럼 맑고 큰 눈망울로 필자의 눈을 맞추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송하윤에게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그의 기억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배우라는 꿈을 놓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감정이에요. ‘액션’ 하는 순간이 말로 표현이 안돼요. ‘컷’했을 때와 다르게 ‘액션’을 하고 펼쳐지는 것에 대해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너무 매력 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감정을 전달하는 직업인 것처럼 그 감정을 말로 담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결론은 행복 아닐까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놔야했던 오월이 캐릭터를 두고 걱정 어린 주변의 시선이 많았지만 큰 행운처럼 오월이를 맞이한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예쁨을 잠시 내려놓고 인생 캐릭터를 만나 대중들에게 한 발짝 다가간 배우 송하윤에게 시청자들이 오월이를 위로했듯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최종 제 목표는 행복이에요. 화려하기보단 솔직하게 연기하고 싶고 옆집언니처럼 그렇게 있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 송하윤으로서 옆에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진 모르겠지만 제 연기 색에 있어서는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하게 아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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