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간이탈자’ 임수정, 기분 좋은 꿈속을 걷고 있는

입력 2016-04-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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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이린 기자] 1983년도의 감성과 2015년의 현실, 그 30년의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외모와 분위기가 단연 독보적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83년도의 아련함과 지금 현재, 그 세련됨의 정점까지 강렬하고 섬세하다.

4월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의 주역 배우 임수정을 bnt뉴스가 만났다.

‘시간이탈자’는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 지환(조정석)과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 건우(이진욱)가 우연히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임수정)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곽재용 감독만의 짙은 감성과 함께 끊임없는 추적의 스릴이 적절히 녹아있는 ‘시간이탈자’에서 임수정은 1983년도의 여자 윤정과 2015년의 여자 소은, 1인 2역을 맡았다.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줬던 사랑스러움과 강단 있는 모습을 적절히 섞은 그대로였다.

“사랑스러움을 억지로 드러내기보다는 제 안에 있던 것에서 끌어 올리려고 했어요. 극중 윤정은 고전적인 여성성이 극대화돼 있지만 소녀 감성들도 담겨 있잖아요. 지환(조정석)과의 모습에서도 왠지 소년 소녀 같은 느낌이 있지 않나요? 83년도의 감성과 함께 첫사랑, 순수함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애써 사랑스럽게 연기를 하지 않아도 캐릭터 자체가 사랑스러웠던 것 같아요.”


1983년도와 2015년, 무려 30년 가까이의 같지만 다른 두 여자를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임수정이 가장 신경 쓴 부분도 그 미묘한 지점이었다. 하지만 임수정은 두 시대의 다른 두 남자 조정석(지환 역)과 이진욱(건우 역)과의 연기 호흡에서 답을 찾았다.

“상대 배우가 달라서 몰입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아요. 시대가 다르고 다른 인물이긴 하지만 묘하게 닮았다는 게 영화상에서도 설정돼있어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분명 다르게 연기해야 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크게 염두 하지 않고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춰서 그때의 상황과 감정에 맞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묘하게 다른 점들이 카메라에 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임수정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두 남자 조정석과 이진욱과의 호흡도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상대배우와의 다른 로맨스 연기 자체가 임수정에게 행운으로 다가왔다.

“다른 로맨스에 두 가지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분 다 너무 잘생기시고 배우로서도 너무 매력 있잖아요. 더구나 사람으로서 인성도 좋으시고요. 연기도 잘하시고 캐릭터에도 잘 맞고 두 분 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재밌어요. 좋은 상대 배우들을 만난 것 같아요. 배우로도 좋지만 사람으로서도 좋은 기운이 영화 현장 내내 있었기 때문에 그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시간이탈자’는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의 곽재용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았다. 더군다나 곽재용 감독이 많은 시도를 이어왔던 멜로가 아닌 추적 스릴러라는 새로운 도전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임수정은 곽재용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며 즐거웠던 작업을 회상했다.

“제가 신인이었을 때도 곽재용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가지고 계셨던 감성과 함께 평소 표현하고 싶어 하시던 시간을 초월하는 사랑의 감성이 잘 녹아있어서 반가웠죠. 처음부터 감독님과의 작업이 굉장히 기대됐어요. 곽재용 감독님은 청년같은 젊은 감성이 있으세요. 그래서 순수한 느낌이 들고, 그런 것들이 전파되면서 행복했어요.”

임수정은 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솔직함과 털털한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이날 가장 화제가 됐던 그의 발언 중 하나는 ‘배우의 감성’. 임수정은 이날 방송에서 “나이가 들면서 감성이 소멸되지는 않지만 변화하는 것 같다”며 “감성이 나이 들지 않게 노력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덧붙여 그는 “40대가 넘어가고 50대가 넘어가도 ‘저 배우는 너무 소녀 같고 여성스럽고 심지어 사랑스럽고 어쩔 땐 관능적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런 배우로 보여 지고 싶고 그렇게 되고 싶다”고 첨언했다.

임수정은 그 감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 중 하나로 글쓰기를 꼽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즐겼다는 그는 지금도 방을 정리하다가 한 번씩 그 당시 썼던 글들과 일기장을 읽으며 그때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린다고. 또한 임수정은 집필에도 욕심을 드러내며 배우, 그리고 사람 임수정으로서의 기분 좋은 꿈을 꿨다.

“연기도 제 안에서 나와서 확장시키는 거지만 사실은 정해져 있는 캐릭터가 있잖아요. 글은 쓰다보면 더 많이 드러나더라고요. 어디까지 저를 보여주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 어렵기도 해요. 그래도 매력 있어요. 멀지않은 시간 안에 에세이 형식의 집필도 하고 싶어요.”


임수정은 대표적인 30대 동안 배우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내면의 단단함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임수정은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다작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나이에 비해서 어려보이는 말을 들으면 지금도 좋고 앞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요. 배우는 연기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누군가는 노래로, 누군가는 춤으로, 누군가는 음악으로, 미술로, 글로 하듯이 저는 연기로 표현하잖아요.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으면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배우라는 일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연기가 무작정 좋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전 제 안의 것들을 표현하는 작업을 늘 열망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시작을 연기로 한 거죠. 만약에 저에게 또 다른 기회가 있다면 글로도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에요. 배우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분명 있어요. 지금 제 나이 대에 맞는 인생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사랑을 주셨지만 30대 여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분명 다르다고 봐요. 깊이 있는 역할, 그리고 연기로 많이 왕래하며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제공: YNK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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