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헌츠맨: 윈터스 워’,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에게

입력 2016-04-11 17:50  


[bnt뉴스 김희경 기자]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흔한 동화 속 명대사는 욕망이 가득한 여왕의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허나 그 여왕이 세상 가장 강력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마녀라면? 영화는 이 출발점에서부터 거대한 서사시를 그려간다.
 
‘헌츠맨: 윈터스 워’(감독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 이하 ‘헌츠맨’)는 지난 2012년 개봉된 영화 ‘스노우 화이트 맨 더 헌츠맨’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전 시리즈에서 스노우 화이트(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옆에서 동료로 활약한 에릭(크리스 햄스워스)의 탄생 비화와 세상의 운명을 건 강력한 전쟁을 그린 판타지 블록버스터.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솔로들의 열폭보다 진하다고
 
앞서 개봉된 ‘헌츠맨’의 예고편에서는 두 여왕들의 섬뜩한 아름다움과 사라(제시카 차스테인)의 화려한 액션이 주된 모습이었다. 낮은 목소리로 “헬로, 헌츠맨(Hello, Hunts Man)”이라며 우아하게 미소 짓는 이블 퀸 레베나(샤를리즈 테론)의 모습은 그야말로 걸 크러쉬를 유발하는 대목이었고, 사연이 있는 듯한 깊은 눈매로 분노와 슬픔을 그려내는 청아한 매력의 아이스 퀸 프레야(에밀리 블런트)와의 자매 케미는 영화를 기대케 하는 관전 포인트였다.
 
이에 혹자는 예고편에서는 비교적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크리스 햄스워스의 분량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허나 정작 베일을 벗은 ‘헌츠맨’ 속에서는 사랑꾼 에릭의 불도저 같은 사랑 전도가 줄을 이었다. 과거 90년대 여아들에게 정신적 지주로 통했던 ‘웨딩 피치’의 명대사 중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행해요”라며 악당 키메라에게 응수하는 피치와 케인의 모습이 겹쳐 보일 정도랄까.
 
정혼한 남자의 아이를 갖고 해피엔딩을 꿈꾸던 프레야는 언니 레베나의 욕심으로 아이를 잃고 심장까지 얼어붙는 아이스 퀸으로 변신한다. 대륙의 북쪽 끝에서 국가를 세운 아이스 퀸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다.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면 군대를 키우겠다”

 
이처럼 여왕의 극단적인 성향으로 애먼 아이들은 부모를 잃고 왕국의 전사로 키워지게 된다. 도끼 한 자루도 제대로 쥘 수 없던 에릭은 훗날 신의 망치를 휘둘러도 거뜬할 것 같은 성인 남자로 장성했고, 엄마를 그리워했던 주황 머리의 사라는 결코 화살을 빗맞게 하지 않는 실력자로 거듭난다. 잘생기고 예쁜 두 남녀는 어두운 밤 속에서 밀회를 일삼았고, 이를 몰래 지켜보던 아이스 퀸은 자신의 충성심을 저버린 두 사람에게 격노한다.
 
아이스 퀸은 두 사람의 마음과 몸을 떨구기 위해 갖은 수를 가리지 않는다. 허나 7년 만에 자신의 와이프를 다시 만난 에릭 또한 만만치 않다. 7년 간 감옥에 갇혀 자신을 증오했다며 적대감을 잔뜩 드러내는 사라에게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미소를 유지하기도 하고, 그물에 한데 엉킨 틈을 타 사라를 품에 안고 좋아 죽겠다는 미소를 숨기지 않는다. 이 얼마나 바보 같고 사랑스러운 헌츠맨인가. 에릭이 그리고 있는 한결같은 사랑은 전 세계 많은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의 외모 또한 한 턱 하겠지만.

 
배우-의상-CG,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 퍼레이드
 
앞서 언급한 크리스 햄스워스의 비주얼 활약뿐만 아니라 ‘헌츠맨’에서는 많은 미(美)들이 등장한다. 영화의 장르 특성상 CG의 활약은 불가피한데, ‘헌츠맨’ 속 그래픽은 그야말로 ‘CG팀의 영혼을 갈아넣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지나가는 고슴도치 한 마리에게도 수십 마리의 나비를 올려놓는 센스가 있다는 것만 언급하더라도 박수를 치고 싶다.
 
또 여왕들의 화려한 의상들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관객들에게 꽤나 ‘심쿵’할 수 있는 포인트로 작용될 것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뛰어든 재단사, 맞춤 기술자 및 장인들은 약 120명이며, 캐릭터들의 성격과 스토리까지 반영해 영화에 더욱 걸맞는 의상을 완성했다.
 
물론 이 같은 황금 멍석을 잘 깔고 앉은 배우들의 연기력은 더할 나위 없다. 이제는 둔기 전문 배우라고 해도 손색없는 크리스 햄스워스지만 그의 훈훈한 미소와 몸은 그를 오래토록 스크린에서 보고 싶게 만든다. 또 차분한 듯 에너지가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제시카 차스테인은 “내가 사랑하는 건 나를 위해서여야 한다”라는 대사로 다른 판타지 여주인공들에게서는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
 
여왕 자매들의 활약에서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단 한 가지, 분량에 있다. 먼저 에밀리 블런트는 강인함과 유악함을 동시에 그려내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자칫 붕 뜰 수 있는 판타지 영화의 흐름에서 중심을 잡아냈다. 타락한 여왕을 과하지 않게 그려낸 샤를리즈 테론은 ‘관상’ 속 이정재 뺨치는 강렬한 첫 등장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매드맥스’(2015) 속 퓨리오사가 극한의 터프함으로 매력을 발산했다면, 이블 퀸은 극한의 아름다움으로 매혹적인 자태를 자랑했다. 아마 샤를리즈 테론을 모르는 관객에게 “이블 퀸이 ‘매드맥스’의 퓨리오사다”라고 말한다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한편 ‘헌츠맨: 윈터스 워’는 13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사진출처: 영화 ‘헌츠맨: 윈터스 워’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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