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디젤 강국 독일도 디젤 외면하나

입력 2016-04-13 08:13   수정 2016-04-13 08:22


 "디젤 강국인 독일이 디젤을 규제한다." 최근 외신을 통해 전해진 소식이다. 최초 디젤 엔진을 개발하며 디젤 확산에 앞장섰던 독일이 디젤을 규제한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독일 정부마저 뒤흔든 폭스바겐 스캔들 영향이 컸지만 이제는 아예 디젤차 운행까지 억제하겠다니 깜짝 뉴스로 다가온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에 따르면 독일 내에서 연간 판매되는 300만대의 신차 가운데 절반이 디젤이다. 그만큼 독일은 유럽 내에서 프랑스와 더불어 디젤 강국으로 꼽힌다. 그랬던 독일이 변하고 있다. 환경을 위해 디젤 규제의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방법은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부터 유로6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디젤차의 진입을 막는 방안이다. 독일연방환경청이 적극 나서 올해 안에 법령을 도입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유로6 기준 미만 디젤차는 운행에 제약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오랜 기간 디젤을 장려했던 독일 정부가 자동차산업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디젤 규제로 돌아선 배경은 무엇일까? 이유는 단 하나, 배출가스 때문이다. 현재 독일 전체에 등록된 디젤차 가운데 30%는 유로6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독일은 한국보다 앞선 2015년부터 유로6 기준을 적용, 질소산화물을 ㎞당 8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유럽 환경청이 질소산화물 배출에 따른 연간 사망자를 1만명으로 발표하자 독일 정부도 위험성을 인식해 디젤 규제에 동참한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독일 정부를 송두리째 흔든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도 디젤 억제에 힘을 보탠 계기가 됐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디젤 엔진을 개발한 독일이 자동차산업 위축론에도 디젤 규제에 팔을 걷어 올린 것 자체가 오히려 디젤 산업의 새로운 육성법이라는 시각도 있다. 환경과 개발의 접점을 찾는 방법으로 구형 디젤엔진의 조기 종식을 통해 또 다른 클린 디젤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서다. 실제 독일은 구형 디젤 엔진의 조기 폐차를 유도하되 유로6 기준 디젤을 확산시켜 다시 한 번 '깨끗한 디젤'을 부각시킨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전체 자동차 산업군에서 아직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디젤의 수명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독일 자동차에 유리해서다.

 물론 독일 정부도 디젤 엔진이 가진 원천적 한계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매연을 줄이면 질소산화물이 증가하고, 질소산화물을 줄이면 매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둘 모두를 완벽히 잡아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디젤을 포기할 수 없는 독일로선 보다 엄격히 강화된 배출기준으로 디젤 산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디젤 퇴출론은 곧 독일의 국가 이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다. 

 하지만 디젤에 대한 환경 책임론이 커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럽연합 내에서 디젤 규제가 나올 때마다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독일조차 규제 강화로 돌아섰다는 것은 그만큼 디젤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한국도 디젤에 대한 정책을 다시 한번 검토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니, 어쩌면 디젤 뿐 아니라 전기차 등장까지 감안한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을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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