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터’ 최태준 “떳떳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입력 2016-04-15 09:00  


[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드라마에서는 따뜻한 역할을 맡았지만 처음 보는 순간 차갑고 반항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태준에게는 에즈라 밀러의 서늘한 매력, 제임스 딘의 반항적인 매력이 공존해요.’

영화 ‘커터’를 연출한 정희성 감독의 말이다. 정 감독의 말처럼 최태준은 ‘커터’에서 강렬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세준 역으로 완벽히 녹아들었다. 겉잡을 수없이 흔들리는 비뚤어진 고등학생의 반항기 어린 눈빛이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차갑지만 ‘괜찮을 거라’고 감싸 안아주고 싶은 그.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bnt뉴스가 만났다.

지난 2011년 영화 ‘페이스 메이커’ 이후 제대로 스크린 앞에 선 최태준은 “롤의 크기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감정선이 정확하게 다 있고 극의 중심이 돼서 뭔가를 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부담도 많이 됐지만 기분 좋은 부담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커터’는 세 명의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다수의 드라마 경험은 있지만 영화 촬영 현장에는 익숙지 않았던 최태준에게 가장 큰 힘이 돼 준 것도 또래 연기자들이었다.

“선배님은 NG도 거의 안내시잖아요. 그런데 또래 배우들이어서 실수도 함께 하고 서로 용기도 심어줬죠. 감독님도 저희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시기도 하고 편의도 봐 주시고 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어요.”


최태준은 ‘커터’ 촬영과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 촬영을 함께 감행했다. 최태준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 역시 스케줄 조율이었다. 촬영이 겹치는 동안 체력적으로나 연기적으로 힘든 것은 작품을 결정할 때부터 각오했었던 상황이었다고.

“일주일에 두 인물을 오가면서 연기할 수 있었던 부분이 힘들었지만 배우로서 욕심이 컸기 때문에 두 개 모두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어요. 미묘하게 겹쳤더라면 고민이 많았을 텐데 두 인물이 상반돼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부탁해요, 엄마’에서는 긍정 100% 철부지 캐릭터였다면 그의 말대로 ‘커터’의 세준은 지나치게 외롭고도 서늘하다. 최태준은 영화에 대한 욕심과 더불어 세준 역할에 대한 관심으로 ‘커터’에 참여했다. 더불어 최태준이 ‘커터’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세 인물 모두 감정이입이 된다는 점.

“세준이는 일반적으로 소통은 원만하지만 혼자만의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그걸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평소에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보였더라면 연기 포인트를 주기가 오히려 수월했겠지만 세준이는 그런 게 없잖아요. 특히 세준은 나머지 캐릭터들보다 사건에 극단적으로 개입해 있지 않아 표현할 수 있는 대목이 크지 않았어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최태준은 세준이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았던 점도 많았다. 하지만 최태준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스물여섯 살의 시선을 거두고 고등학생이 돼 과거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대입하려 노력했다. 그의 생각대로 작품의 전체를 고등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다르게 보였다. 윤재(김시후)와의 브로맨스 같은 우정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어른들의 시점에서는 세준이처럼 대가없이 하기란 쉽지 않잖아요. 왜 세준이는 윤재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자기가 나서서 해결해 주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좋아하는 친구를 보면 한없이 주는 즐거움이 지금보다 컸더라고요. 순수하기도 하고 계산 없이 관계를 맺기도 하고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때의 우정을 떠올렸어요. 지금은 같이 밥 먹는 시간도 뜻 깊지 않은 시간이면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의 순수한 마음이었다면 가능한 이야기구나 싶었어요.”


앞서 말했듯 정희성 감독은 최태준에게 에즈라 밀러의 서늘한 매력, 제임스 딘의 반항적인 매력이 공존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에 그는 “감사하지만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웃어 보이며 “감독님에게 ‘커터’가 첫 입봉작이셔서 작품에 대한 애착도 강하셨고 우리를 더 예쁘게 봐주신 것도 있는 것 같다. 극찬을 해주신 건 잘해서가 아니라 예뻐해 주셔서 인 것 같다”고 겸손어린 말을 이어갔다.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얼굴이겠지만 최태준은 2002년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에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평범한 학교생활로 돌아갔다. 이후 2012년 영화 ‘페이스 메이커’로 또 한 번 데뷔, 다수의 드라마로 다시금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잠시나마 연기의 맛을 봤던 최태준이 다시 학교생활에 전념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역을 했을 때는 중학교로 넘어가면서 또래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줬던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제 스스로 하고 싶은 건지 시켜서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아요. 꾸준히 연기를 해왔더라면 감사함을 잘 몰랐을 거 같아요. 이제 제 스스로 하고 싶다고 느꼈고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 기회인지 알거든요. 중간에 쉬었던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연기가 하고 싶고, 하면 할수록 행복해요.”

“지금에 오기까지 냉정하게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뭘 했을까 생각해보니 대답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주변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돈을 못 벌어서, 일을 못해서 힘든 게 아니라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겁 없이 살았던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을 뒤로 하고 최태준은 다시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 본격적으로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직업란에 스스로 ‘배우’라고 떳떳하게 못쓰고 있다는 그. 스스로 배우라고 말하기 부끄럽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떳떳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다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끝으로 최태준은 첫 주연 데뷔작이기에 더 특별했던 ‘커터’를 자신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앞으로도 이렇게 큰 스크린 안에서 제 얼굴이 오랜 시간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커터’는 남다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에요. 또 이런 기회가 왔으면 하는 욕심과 함께 더 잘하고 싶어요. 또 다른 마음가짐의 터닝포인트를 가져다준 작품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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