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색이 있는 모델, 주원대

입력 2016-04-19 11:04  


[이유리 기자] 어딘가 반항적이고 무심한 눈빛 거기에 시선을 사로잡는 백금발. 모델 주원대는 확실히 그만의 색이 있는 모델이다.

어린 모델들이 한 해에도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 모델계에서 그는 무려 4년 동안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프리랜서의 왕’이라는 수식어를 지녔었지만 대중에게 그를 확실히 각인시킨 것은 ‘데블스 런웨이’였다.

그 스스로에게도 ‘데블스 런웨이’는 모델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수도 없이 이 길에 대해 고민하던 그에게 ‘데블스 런웨이’는 그의 부족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 것. 전화위복이라고 하던가. 확실히 무언가를 깨고 나온 그는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다.

Q. 오늘 화보 촬영 어땠나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라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성격 자체가 ‘일은 재밌게 하면 된다’ 주의였는데 ‘데블스 런웨이’를 통해 많이 바뀌었다. 프로들도 촬영 전에 만발의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 시안을 보고 사전에 준비를 했다.

Q. ‘길 위의 남자’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화보, 주원대하면 또 스트릿 패션으로 유명하다. 스트릿 패션을 항상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반반이다. 준비를 하고 나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어디 나갈 때는 조금씩은 신경 쓴다.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패션도 여건에 맞춰 입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내가 가진 옷 중에 비싼 옷은 없다. 구제 옷도 좋고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아껴서 산다.

Q. 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나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쇼룸을 가끔 간다. 광장시장이나 동묘도 간다. 꼭 어떤 옷을 사겠다고 마음먹고 가는 경우보다 돌아다니다가 나와 잘 어울리는 옷을 발견하면 그때그때 구입하는 편이다. 나는 포멀한 의상보다는 빈티지한 옷을 좋아한다. 편안 옷을 선호하는 것 같다.


Q. 모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고등학교 때까지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생회장도 했었다. 그런데 수능에서 내가 생각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재수를 했는데도 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군대나 가야겠다하고 입대를 앞두고 이화여대 재학 중이던 누나 집에 머물 때였다.

코엑스를 지나는데 메트로시티 쇼를 하더라. 그때는 패션쇼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막연하게
구경하고 있는데 관계자 한 분이 나에게 ‘빨리 준비하라’고 하시더라. 그때 문 듯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델처럼 보였나.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그래서 막연하게 모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누나에게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누나가 모델학교를 알아봐줬는데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 한 채 1년이 흘렀다. 그리고 군대에 가게 됐다.

군대에 가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 아무 것도 못 이뤘다는 생각에 나 홀로 군대에서 이것저것 많이 했다. 제대 후가 진정한 시작이라 생각했다. 프로필이 없으니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어줄 사람을 찾았는데 그냥 지망생이다 보니 찍어주는 분도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디지털 카메라 하나를 사서 무작정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로 프로필을 만들고 디자이너, 브랜드에 무작정 돌렸다.

가산디지털단지, 구로디지털단지의 브랜드 본사에 대뜸 찾아가서 인사하고 컴카드 200장을 돌렸다. 한 2주 뒤에 브랜드 카탈로그 일이 처음으로 들어왔다. 그 이후로 또다시 일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23살, 24살 사이 그때가 정말 힘들 때였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알고 지내던 메이크업 교수님 한 분이 일을 소개시켜주셨다.

패션스쿨 졸업 촬영이었다. 처음에는 나를 쓴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멀뚱히 하루 종일 촬영을 바라보는데 한 학생이 나를 써보겠다고 하더라. 나는 일을 할 때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후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졸업 작품을 하다보면 그냥 일적으로 만나는 것보다 사적인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다. 졸업하는 학생들이 후배를 소개시켜주고 하다 보니 일이 늘어갔다. 대다수의 모델들은 졸업 작품을 하는 건 이미지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보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다.

시간이 흘러보니 그 학생들이 유명 디자이너 밑에서 일하게 됐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도 하더라. 디자이너 미팅을 가서도 아는 사람들 얼굴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일을 그렇게 조금씩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가 작년에 프리랜서로서의 한계에 부딪혔다. 그 때 출연하게 된 것이 ‘데블스 런웨이’다.

Q. ‘데블스 런웨이’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건가
일이 별로 없으니 자연스레 시간이 많았고 인터넷을 하다 ‘데블스 런웨이’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됐다. 전화를 받고 미팅을 갔는데 50~60명 정도 모여 있더라. 메이저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꽤 보여서 내가 될 거란 생각을 못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어서 아는 동생에게 내가 먼저 연락을 해봤다. 그러니 그 동생이 그 날 수주 누나 연락을 받았다고 자랑을 하더라. 만약 내가 된다면 오늘 연락이 오겠구나 싶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안 오더라.

우울하게 집에서 혼자 있는데 저녁 8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설레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는데 아는 동생이었다. 실망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잠시 후에 또 다시 전화가 왔다. 방금 전의 그 동생이었다. 짜증을 내고 전화를 다시 끊었는데 바로 벨소리가 또 울렸다. 그게 수주 누나의 전화였다. 아직도 그 때 기억이 생생하다.

경리단길로 부르기에 뛰어갔다. 최종선발이 아닌지 열 몇 명이 이미 와있더라. 수주 누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혼자서 했는데 포트폴리오가 좋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며칠 후에 최종 선발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집에 있는데 작가분이 전화를 주셨다.

최종 선발은 며칠 후지만 나는 수주 누나가 마음에 들어 해서 먼저 선발했다고. ‘아 이제 뭔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절대 그런 것이 아니더라.

Q. 촬영은 어땠나
출연하는 시니어 모델들과 멘토들은 톱모델이었다. 그 앞에 서는 부담감도 심했다. 나 혼자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잘한다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잘못된 점을 지적받고 잘하는 점에 대해 칭찬도 받으면서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됐다.

Q. ‘데블스 런웨이’에서 받은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인가
촬영할 때나 쇼에 설 때 해외모델의 행동을 자주 따라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수주 누나가 한 마디 하더라. ‘너는 너야, 너만의 방법으로 찍으면 되지 남을 따라 하지마’라고 얘기해주는데 그 얘길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톱모델들은 자기만의 색이 다 있는데 아차 싶었다.

수주, 한혜진 정말 탑모델이라 내가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을 때도 나 같은 애들을 거들떠나 보겠나 이렇게 생각했다. 방송이라 다 짜고 치는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두 분 다 자식 대하는 것처럼 정말 진정성 있게 대해주시고 많은 것을 알려줬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Q. 프리랜서로 활동하다가 방송 후 정식 계약을 했다
탈락 후에도 개인 활동을 시작하는데 너무 막막했다. 7여개 회사와 미팅을 가졌는데 씨제스와의 미팅에서 확신을 가졌다. 계약기간도 부담 없었고 가장 편안했다. 내가 무엇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눈에 보인다. 많이 고맙다. 모델 활동을 하는 4년 동안 ‘이제 그만할까’ 이런 생각을 계속 했는데 씨제스와 계약한 지금 1달 동안 참 재밌고 신이 난다.     

Q. 오랜 시간 프리랜서로 활동한 이유가 있을까
내 잘못이다.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프리랜서로 활동 당시 주위에서 칭찬해주는 말에 허세가 생겼던 것 같다. 이런저런 조건들을 내세우다보니 겉돌게 됐다. ‘데블스 런웨이’를 통해 많은 생각을 했다. 멘토들을 보면 확실히 달랐다. 촬영할 때 임하는 자세나 포즈나 눈빛 모든 것이 정말 다르더라. 그들을 보고 내가 거만했구나 생각하고 반성했다.  

Q. 트레이드마크인 금발머리에 얽힌 사연이 궁금하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다. ‘데블스 런웨이’ 메이크 오버 타임 때 수주 누나가 ‘너 백발해보는 건 어때’라고 권하더라.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조금 더 영해보이고 차가워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든다. 수주의 안목이 일반인의 안목과 확실히 다른 것 같다. 방송에서 나오는 것처럼 ‘신의 한 수’ 같다. 관리하긴 힘들지만 잘한 것 같다.

Q. 이번 F/W 패션위크는 어땠나
매년 하는 것이지만 이번 시즌은 유달리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급하게 진행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가장 좋았다. 매번 1~2개의 쇼에 서다가 이번에는 6개 쇼에 섰다. 디자이너가 공들여 만든 옷을 입는 사람으로 나를 선택해줬다는 자체가 매우 감사하다. 최대한 그 브랜드의 색에 맞게 하려고 노력한다.

Q. 쇼에 설 때 무슨 생각을 하나
무대에 짧은 시간 서지만 그 시간은 오로지 나 혼자 서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깐 여유 있게 보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멋있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Q. 모델 주원대가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
내 눈매가 마음에 든다. 반항적이고 무언가 하기 싫어 보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 임레오다. 그 분의 눈매가 나보다 한 단계 위다. 쇼에 섰을 때보면 무기력하고 심드렁한 표정인데 정말 멋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고 싶다.

Q. 예전 인터뷰에서 해외진출 이야기를 했던데 지금 해외진출 실현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디올 옴므 캐스팅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있다. 캐스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이 기회만으로도 너무 기쁘다. 처음 캐스팅을 위해 홍콩을 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다. ‘디올 옴므’는 모든 남자모델들의 꿈이다. 막말로 디올 옴므 쇼에 서고 은퇴해도 여한이 없다. 이전 디올 쇼도 다 봤다. 정답은 없더라. 기회가 주어줬는데 이 시간 동안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쇼에 서면 좋고 당연히 하고 싶고 욕심도 많이 나지만 너무 욕심내면 되는 일이 없더라. 최대한 여유롭게 하려고 노력중이다.

Q. 체중관리는 어떻게 하나
유산소, 근력을 많이 하기 보다는 많이 걷는 것이 나의 비법이다. 하루에 10km 이상을 걷고 살이 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기 전에 간단한 근력운동을 한다.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 체중감량을 위해 여러 가지를 해봤는데 걷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Q. 모델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언제인가
일하면서 칭찬받을 때가 가장 즐겁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나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것이 느껴질 때가 가장 행복하다.

Q.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도 궁금하다
정말 많아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들어가자마자 소속이 어딘지를 묻고 바로 내쳐지는 일은 빈번했다. 한 번은 일을 했는데도 페이를 주지 않아서 6개월 후에 연락했더니 정산중이라고 했다. 8개월 쯤 지나서 다시 연락을 하니 적반하장으로 나에게 화를 내더라. 나도 너무 화가 나서 그 회사를 찾아갔더니 오만 원짜리 두 장을 주면서 가라고 했다. 그때는 그 돈을 받아서 돌아왔는데 가장 비참했을 때인 것 같다.

Q. ‘서울 걸즈 컬렉션’ 엠씨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2년 전에 걸즈 컬렉션에 모델로 섰었다. 그 당시 스물 명 가량의 여자모델과 4명의 남자모델이 있었다. 컬렉션의 특성상 여자모델과 여자관객이 대부분인데 남자모델 중 내가 나갈 때 가장 환호성이 컸었다고 하더라. 그 때 나를 마음에 들어한 대표님이 이번에 엠씨 제안을 주셨다. 첫 엠씨 도전이다. 회사의 도움을 받아 연습 중인데 엠씨가 쉽지 않더라. 걱정이다.      

Q. 모델 외에 방송 쪽으로 진출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욕심은 있다. 예능도 하고 싶고 패션 프로그램 엠씨도 하고 싶다.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없지만 관심을 주는 몇 곳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델 본업에 충실하면서 틈틈이 방송 쪽 일을 하고 싶다.

Q. 요즘 부모님이 참 뿌듯해하시겠다
요즘 제 기사 보는 재미로 사신다. 예전에는 기사 링크를 하나씩 보내드렸는데 요즘은 먼저 물어보신다. 어머니가 파워블로거셨다. 예전에는 누나 사진, 고양이 사진은 올리는데 제 사진은 거의 안올리셔서 서운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을 하는데 내 사진이 절반 정도라서 뿌듯하다. 엄마가 나보다 인기가 많아서 나도 그 덕을 보고 있다. 아줌마 팬 분들이 많은 관심을 준다.

Q. 먼 미래의 주원대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 방송이든 뭐든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 기회가 없어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 앞으로 5년 정도는 무엇을 해도 괜찮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무엇이든 해보려고 한다. 나는 매사에 준비를 해놓는 편이다. 친구들은 ‘쫄보’라고 놀리기도 한다. 내 인생의 목표는 나이 들어서 편하게 사는 것이다. 내 앞 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니깐.

아직 어리니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영어공부, 중국어공부, 마케팅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 나이 때는 사람 만나는 것보다 좋은 경험이 없다고 생각한다.

Q. 어떤 모델이 되고 싶나
남들과 다른 모델이 되고 싶다. 누가 봐도 주원대. 그래서 나는 캐릭터 있는 모델 선배들을 좋아한다. 김원중, 신해남, 임레오 선배들처럼 이름만 들어도 자신의 개성을 가진 모델이 되고 싶다.

기획 진행: 이유리, 김벼리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진호
의상: 울프(wolp), 슈퍼스타아이, 소잉바운더리스
슈즈: 아키클래식, 페이유에, 사토리산
선글라스: 리에티
헤어: 라뷰티코아 청담 베네타워점 정영석 원장
메이크업: 라뷰티코아 청담 베네타워점 안주희 실장
장소협찬: 엑스트라스페이스 셀프스토리지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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