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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사실 배우 안재홍은 ‘응팔 신드롬’으로 스타덤에 오르기 전 영화 ‘족구왕’(감독 우운기)으로 그 무궁한 가능성을 이미 입증했다. 그리고 결과는 독립 영화에서는 드문 4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 평단 역시 그에게 제2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과 제15회 디렉터스 컷 신인연기상을 건넸다.
그리고 안재홍은 다수의 작품을 지나 드디어 만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를 통해 숨 막히게 매력적인 ‘봉블리’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당연 그의 다음 행보 역시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그렇게 더 사랑스럽고 더 의리 넘치는, 그리고 더욱 발칙해진 영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 속 갑덕 역으로 스크린 앞에 선 안재홍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bnt뉴스가 만났다.
극중 안재홍이 맡은 갑덕은 우정을 위해서라면 매를 맞는 것도 두렵지 않은 금수저 행동파 친구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들이 빵빵 터지는 면에서는 ‘응팔’ 속 봉블리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는 “시나리오에 써져있는 감독님 식 유머였다”며 “뜬금없음, 어이없음에서 오는 유머코드를 살리려고 했다”고 운을 뗐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스스로 사건을 만들어내고 매를 버는 친구라서 ‘무슨 생각인걸까, 이 친구는’이라는 마음이 많이 들면서도 그냥 재밌었어요. 그게 오히려 갑덕이의 매력인 것 같더라고요. 알 수 없고 뭔가 불안하게 만드는 점이요. 갑덕이는 어떤 톤으로 연기해야 되는지 상의도 많이 했고 고민도 많이 했어요. 너무 가볍게 날아다녀도 안 되고 적당한 긴장감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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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갑덕은 맞는 장면이 많다.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여학생들에게 꺼낸 말들은 릴레이 따귀를 불러오고, 자식 이기는 아버지가 없다지만 그의 아버지(이한위)는 아들의 잘못에 그의 눈이 시뻘게질 정도로 사랑의 매를 휘두른다. 더불어 갑덕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웃음을 주며 예측 불가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바닷가 여행을 가 남준(김동영)에게 김밥으로 맞는 장면과 아버지에게 맞아 온 세상이 빨갛게 보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때려주시는 분들이 힘드시죠.(웃음) 전 꾹 참고 있으면 되니까 오히려 때려주시는 분들에게 괜찮다고 안심시켜드렸어요. 김밥 구타신을 제외하면 애드리브는 거의 없었어요. 갑자기 즉흥적으로 촬영을 하다가 툭 나와 버리면 템포나 타이밍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노련하게 잘 대처할 자신도 없어서 혼자 즉흥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같이 만들어 갔죠.”
앞서 말했듯 갑덕은 ‘응팔’ 속 정봉이의 많은 부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위대한 소원’은 ‘응팔’이 시작하기 전 촬영을 마쳤고, ‘위대한 소원’ 촬영 도중 ‘응팔’ 오디션 연락을 받아 촬영이 쉬는 날 ‘응팔’ 오디션 장을 찾았다고. 그는 “갑덕이와 정봉이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그때는 정봉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은 게 아니었다”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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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소원’은 약 4억 5천만 원 정도의 저예산 영화다. 그리고 약 한 달간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현장은 세 또래 배우가 있었기에 더욱 화기애애했다. ‘응팔’이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막역한 사이로 지냈다면 그에 못지않게 ‘위대한 소원’ 팀은 한 달 동안 같이 부대끼며 또 다른 끈끈함으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었다.
“스태프 분들과도 다 친했어요. 지방에서 촬영하다가 보통 쉬는 날이 있으면 서울에 갔다 오거나 일을 보고 오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전 ‘응팔’ 오디션 날을 제외하곤 쉬는 날도 촬영장에서 지내면서 배우들, 스태프 분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두 배우들과도 같이 긴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진한 사이가 됐죠.”
하지만 연달아 코믹한 역할을 맡아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그의 대답은 “No”였다.
“코미디라는 장르를 좋아하고 관객으로서도 사랑해요.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에도 다양한 결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독한 코미디도 있지만 따뜻한 코미디도 있는 것처럼 조금씩 다 다르잖아요. 갑덕이라는 역할도 어떻게 보면 착하지만 불량한 착함을 가진 인물이에요. 그런 지점들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런 역할과 비슷한 캐릭터도, 다른 성향의 캐릭터도 들어와요. 어떤 생각이나 계획보다도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있고 싶다는 바람이 커요. 이런 걸 안 해야지 그럴 단계도 아니고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놓는 편도 아니고 이미지가 고정 되는 것도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잘 걸어가고 싶어요. 격정 멜로처럼 다양한 사랑이야기도 하고 싶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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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려를 씻어내듯 안재홍은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 출연을 결정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선의 임금과 그를 따르는 사관이 나라를 뒤흔드는 거대한 음모를 함께 파헤쳐 가는 내용을 담은 추리 활극으로 임금 역의 이선균과 함께 안재홍은 장원급제를 한 사관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속도감 있었고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역할도 매력적이었어요. 이선균 선배님과 같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비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굉장히 하고 싶었죠.”
더불어 안재홍은 친구들과 함께 직접 연출한 영화 ‘검은 돼지’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배우로서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 나올 때와 다른 떨림이 든 다는 그는 “그때의 과정이나 시간들이 너무 즐겁고 뜨거웠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지금은 연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작품 세계가 따로 있다거나 또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이야기에 꽂히게 된다면 만들 수도 있겠지만 당장의 계획은 전혀 없어요. 그래도 제가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출연까지 한 작품이라 더 떨립니다.”
지금이 오기까지 그에게 ‘허투루’는 없었다. 대여점에서 많은 영화들을 빌려 다시 보고, 또 다시 봤던 한 소년은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를 위해 배우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 극장이 아니더라도 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같은 마음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안재홍. 예측할 수 없는 영화 속 갑덕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그의 앞으로의 무대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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