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희경 기자] ‘돌아와요 아저씨’에서 청순한 긴 머리로 등장했던 오연서는 한층 짧아진 숏컷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확실히 긴 머리를 하니까 남자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며 웃어 보이는 오연서의 얼굴에는 솔직함이 가득했다.
4월18일 서울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오연서는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극본 노혜영, 연출 신윤섭)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극중 홍난 역을 맡았던 오연서는 전생의 기억을 갖고 환생한 남자를 연기해 다소 과격하거나 털털한 이미지를 보여주며 새롭게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첫사랑 이하늬와 애틋한 로맨스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케미를 보여주기도.
이처럼 오연서에게 ‘돌아와요 아저씨’는 상당히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에게도, 다른 여배우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 그를 보며 혹자들은 ‘오연서의 재발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처음 촬영을 들어갈 때 캐릭터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였으니까요. 제가 작품을 위해서 참조해야 했던 김수로 선배님의 몸짓이나 웃음소리, 말투 등을 다 따라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무래도 워낙 특징이 있으신 선배니까 제가 했을 때 ‘하나도 안 비슷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김수로 선배가 저를 위해 초반에는 대본 녹음도 해주셔서 처음 촬영 편집본과 함께 참고해가면서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이처럼 그의 공이 빛을 발하는 드라마였지만, 동시간대 방영된 인기 드라마에 밀려 생각보다 높은 시청률이 나오지 못했기에 아쉬움도 공존하기도. 다행이 오연서에게는 ‘긍정의 힘’이 있었다. 인기 드라마 작가의 등장에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초연하기도 했다.
“시청률은 제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높게 나오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하늘의 뜻 같아요. 그래도 ‘돌아와요 아저씨’가 화제성은 있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감독님이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놓지 않는 스타일이라 배우들도 끝까지 밤을 세워가면서 노력한 거 같아요.”
‘돌아와요 아저씨’는 촬영 내내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촬영장 에피소드에 대해 묻자 “너무 많아서 뽑을 수가 없다”며 정지훈과의 에피소드에 대해 말했다. 한 번 웃음이 터지면 계속 해서 NG가 났다는 두 사람의 촬영에 대해 말하며 오연서는 “그렇게 많이 웃는 사람은 또 처음 봤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지훈 오빠는 정말 배려가 많아요. 힘들고 피곤해도 티를 잘 안 내죠. 촬영분이 가장 많으니까 당연히 피곤한데도 항상 웃으셨죠. 제가 연기를 짜온 걸 부탁할 때도 모두 받아주셨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스타였던 오빠였는데 늘 사람을 배려해주니까 정말 더 멋있어 보였어요.”
“현장 분위기는 늘 즐거웠어요. 그중에 지훈 오빠와는 너무 즐거웠죠. 정지훈 오빠는 제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시켰을 정도였어요.(웃음) 정말 친한 친구 같은 느낌었달까요? 정말 합이 잘 맞았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서로 준비를 하는데 처음 맞춰봤을 때도 너무 잘 맞아서 놀랐어요.”
뿐만 아니라 오연서와 이하늬의 ‘홍난이연’ 커플은 키스신을 포함한 달달한 로맨스로 정지훈과 이민정 못지 않은 화제성과 인기를 끌었다. 여자와의 첫 로맨스 연기였기에 어쩌면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오연서는 “인간적으로 좋아한 것이니 별 무리는 없었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베스트 커플상에 대해서도 그는 “꼭 주셨으면 한다”며 베스트 커플상에 대한 열망을 보이기도 했다.
“부모 자식간 혹은 친구간의 사랑도 저는 모두 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여자와 여자의 로맨스를 이상하게 생각했다면 이 작품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또 제가 몸은 여자라도 속은 남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는 남자다’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거 같아요.”
“확실히 제가 남자로 멜로를 찍다보니까 색다르더라고요. 그동안 여자로 로맨스를 할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어요. 여자는 비교적 말도 많이 하고 우는 모습들도 많은데 남자는 말없이 옆에서 지켜주고, 그 사람을 바라봐주는 역할이니까 스스로 ‘홍난 너무 멋있다’라는 생각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제가 연기하면서도 ‘와, 남자들은 이렇게 멋있는 걸 하는구나’ 싶었어요.(웃음)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고, 이런 연기는 앞으로도 제가 못할 것 같고 캐릭터 자체도 한동안 나오지 않을 거 같아요.”
오연서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주체적인 여성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들이 주로 존재한다. 그 또한 스스로 대중들에게 비춰지길 바라는 모습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며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왔다 장보리’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제 캐릭터를 보면 정말 밝고 당당한 아이들이 많아요. 자신의 운명을 헤쳐 나가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이제 와서 제가 청순한 연기를 하면 안 어울릴 거 같아요.(웃음)”
“늘 사람들이 저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게 (배우로서) 참 힘든 거 같아요. 저는 언제나 깍쟁이일 것 같고, 고생도 안한 것 같은 느낌이 있으니까 연기적으로도 많이 사릴 것 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거든요. ‘왔다 장보리’ 같은 경우도 제가 일부로 선택한 캐릭터인데, ‘오연서도 이렇게 촌스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앞으로 저는 이러한 연기에 많이 도전하고 싶어요.”
도전. 어느 누구에게도 간단하지 않은 이 단어를 바라보는 오연서의 자세는 매우 단호하고 당당했다. 배우로서 자신의 한계점을 돌파하는 일은 단순히 연기만으로도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오연서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마주한 순간 필자는 앞으로 보여줄 그의 활약에도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다. 오연서라는 배우가 그려낼 수십 명의 캐릭터들을 기다리는 일은 꽤나 즐거울 것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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