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동차 생산 중단, 누구를 욕할 것인가

입력 2016-04-23 08:40   수정 2016-04-23 09:03


 지난 2011년, 1,350원짜리 피스톤링 하나 때문에 국내 완성차 공장 라인이 가동을 멈췄다. 당시 자동차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성기업 파업이다.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일부 영향 받을 만큼 사회적 파장이 컸다. 부품 하나로 자동차산업 전체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리고 며칠 전 자동차 공조장치 금형을 생산하는 대진유니텍이 자동차업계를 들썩였다. 거래처인 한온시스템과 갈등을 일으키며 납품을 중단하자 공조장치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일이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한라공조로 출발한 자동차용 공조시스템 전문 기업이다. 여기서 공조장치를 만들면 현대모비스가 모듈을 만들어 현대기아차에 건네는 구조다. 납품 물량의 품질문제로 갈등이 벌어진 뒤 봉합됐지만 그물망처럼 촘촘히 얽힌 자동차산업의 특성 상 하나의 부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완성차 생산에 영향을 주고, 여기서 생산이 중단되면 연관이 없는 다른 부품 업체도 생산에 타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자동차산업 구조를 흔히 '거미줄'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부품 회사의 갈등이나 문제보다 지금까지 부품 업계를 어렵게 만든 곳은 완성차회사다. 제조사가 파업 등으로 가동을 멈추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품업계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성차는 대기업이란 명분으로 파업 기간 임금까지 보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이 공장을 멈춰 세운 부품업체는 보상 여유도 별로 없다. 완성차나 부품사 근로자 모두 손 놓기는 마찬가지 입장이지만 갈등 이후 처리 과정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국지엠 노사가 갈등을 예고했다. 현대차 또한 올해 임단협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그러자 부품업계는 벌써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최근 찾았던 한 부품업체 CEO는 "마진이 자꾸 줄어드는데 라인이 멈춰 서면 참으로 힘들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부품 공급을 중단할 수 없지만 마음 같아선 '너네도 한번 당해봐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물론 국내 완성차회사들은 그간 협력업체의 동반성장과 상생을 앞세우며 '함께 가자'고 외쳐왔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기금을 조성하고, 협력사 직원 교육은 물론 기술개발에도 적극 참여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생산 중단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 완성차회사가 파업을 하면 협력사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제도적으로 보장된 쟁의 행위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완성차회사의 가동 중단이 발생하면 해당 제조사 근로자보다 협력업체가 보다 많은 고통에 휩싸인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일부 부품업체의 가동 중단이 완성차로 이어졌다고 부품사를 탓할 수는 없다. 유성기업이나 대진유니텍이 완성차 라인을 세운 것보다 완성차 노사 갈등이 정지시킨 부품사의 컨베이터 벨트가 훨씬 더 길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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