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신 기자] 다양한 배역을 통해 이름 보다는 배역으로서 대중에게 각인 된 배우 최재환. 앳된 얼굴이 무색한 12년 차 경력의 그는 몹시도 ‘배우’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최근 웹툰 원작의 드라마로 연일 화제인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배우 박신양이 극중 맡은 조들호가 보육원 시절 아끼던 동생 역할인 강일구로 호연한 그는 자신의 단단하고 빛나는 연기 경력에 또 한 번 강렬한 획을 그었다.
‘싸인’, ‘미스코리아’, ‘한반도’, ‘파스타’, ‘국가대표’, ‘식객’, ‘마왕’, ‘비열한 거리’, ‘말죽거리 잔혹사’까지. 일일이 나열하기에 입 아플 정도의 필모그래피를 지닌 그는 점점 더 연기자로서 거대해지고 있었다.
bnt와 그가 만난 화보는 3가지 콘셉트로 진행됐다. 첫 콘셉트는 스포티한 룩을 통해 소년스러움을 표현했다. 이어진 콘셉트에서 그는 기존에 보여주던 모습과 정반대되는 반항적인 무드를 보여줘 촬영 내내 현장을 압도했다.
마지막 콘셉트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그와의 화보 촬영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배우의 꿈을 갖고 서울로 무작정 상봉했다는 그는 보조 출연만을 전전하던 시절의 얘기를 꺼냈다.
실제로 사용하는 말과 같이 진짜 날것과 같은 연기를 해보자는 생각에 연이어 보조 출연을 나갔고 굶주리고 수입도 부족했지만 너무 재밌었다고 회자했다. 그 와중에 그를 눈여겨 본 관계자들의 입소문이 퍼져 큰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게 됐다고.
그 시절엔 스스로 명함을 파서 나이트 웨이터처럼 현장에서 돌리던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로서 생각하면 누구를 줬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돌렸다고.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상상이나 이상으로 가장 풍족한 시기였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결국 학교는 결국 가지 않게 됐다고. 단순히 학론을 배운다던지 어떤 연기 방법론을 배우는 실전 주의라는 것들이 너무 먼 얘기였다고 밝혔다. 당장 앞에 있는 ‘안녕하세요?’와 같은 일상적인 대사를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했었다고.
동시에 세 작품에 캐스팅되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드라마 ‘베스트극장 – 태릉선수촌’과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비열한 거리’에 캐스팅 됐다고. 특히 ‘태릉선수촌’은 기존의 단막 형태와 달리 8부작으로 진행돼 놀랐었다고 덧붙였다.
사무실도 없는 어린 그가 홀로 3작품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거였다고 털어 놓은 그는 부득이 ‘비열한 거리’의 출연을 위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출연을 고사해야 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에게 감명 깊은 얘기를 전해 듣고 배우로서의 좋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큰 역할보다는 감초 역할에 주로 캐스팅 돼 아쉽지 않냐 는 질문에 그는 고민과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맡은 캐릭터가 왜 그래야 되는 지에 대한 최소한의 명분만 주어진다면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충분하고 절대적인 이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소신 있게 대답했다.
또한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라는 말을 늘 가슴 속에 새기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얘기하고 보여줄 이유가 분명한 캐릭터라면 그게 주연이든 조연이든 단역이든 보조출연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친한 동료에 대한 물음에 그는 배우 이준혁과 김동욱을 꼽았다.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 만난 김동욱은 또래이기도 해서 더욱 더 친근하다고. 또한 배우 이준혁과 가수 ‘더 크로스’의 김경현은 그의 일을 자신의 일인 것처럼 도와주는 감사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롤모델에 대한 질문에 그는 지금의 자신을 직간접적으로 만들어 줬다며 배우 임창정을 꼽았다. 늘 오디션을 준비할 때 임창정이 나왔던 영화의 한 장면을 자유연기로 준비해 갔었고 결과에 상관없이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연기가 필요했을 때 그런 취지에 부합하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임창정 이었다고 밝혔다.
자신 있는 연기에 대한 질문에 그는 드라마 ‘파스타’를 통해 보여줬던 어리바리한 모습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의 기본 성향과는 정반대되는 것들이라고. 그가 가진 다양한 모습들이 많으니 또 다른 모습을 꺼내 극대화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로는 비열하고 잔인하고 독종이고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드라마 ‘싸인’ 출연 당시 비슷한 느낌의 배역을 맡았었고 만족스러운 연기와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범죄자 측면을 보여주는 스토리가 없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또한 영화 ‘이끼’에서 배우 유해진이 맡은 역할이 탐났었다고. 당시 조감독의 추천으로 고려 대상에 포함돼 있었으나 아쉽게 무산 됐다고 전했다. 이후 영화에 나오는 유해진의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고 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역할들이 탐이 난다고 밝혔다. 그는 늘 어려운 역할이 하고 싶다고. 남들이 기피하는 그런 역할이 좋다고 덧붙였다.
날것 그대로의 연기를 추구한다는 그는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로 김래원, 하정우, 박신양을 꼽았다. 그런 ‘대배우’들의 공통점은 현장의 구조물이나 상황을 빨리 캐치한다는 점에 있다며 그들의 폭 넓은 시야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냈다.
본인 또한 늘 보이지 않는 한계와 싸움을 하고 있다고. 덕분에 촬영은 고통스럽지 않은데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이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그렇게 준비한 작품들이 더 만족도가 높고 반응도 좋았었다고 전했다.
최근 출연작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대한 질문에 그는 박신양과 함께 작품을 하며 그에게 ‘신양심’을 느낄 정도였다고 답했다. 같은 앵글 안에서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열정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그런 모습에 대단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촬영을 얼마 남기지 않고 캐스팅 돼 힘들었지만 박신양 덕분에 연기를 잘 해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드라마를 본 동료 배우들이 연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특히 전 작품인 ‘다 잘 될 거야’로 돈독해진 배우 한보름에게 안 좋은 피부로 모공까지 연기하는 걸 봤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웃으며 답했다.
예능 출연에 대한 질문에 그는 만약 기회가 된다면 kbs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타 예능의 경우 리얼리티라고 하지만 연출이 가미돼 부담스럽다고. 주변에서 예능을 하면 작품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권유 하지만 전통적인 방법으로 승부하고파 예능을 기피한다고 소신 있게 답했다.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에 대한 물음에 미국의 ‘샤이아 라보프’를 지목한 그는 개인적으로는 현존하는 배우 중 연기를 제일 잘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영화 ‘청담보살’을 통해 만난 임창정이 했던 출연 제의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와 아쉬움을 함께 드러냈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에 대한 질문에 그는 영화 ‘국가대표’로 연을 맺었던 김용화 감독과 영화 ‘암살’,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을 꼽았다. 연기도 연기지만 현장 안에서 그와 공통된 고민을 하며 그가 왜 명감독일수 밖에 없는지 자신의 눈과 몸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한 질문에 그는 영화로는 ‘국가대표’, 드라마로는 ‘파스타’를 언급 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너무 즐거운 촬영장이었다고. 물론 흥행적인 측면에서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국가대표’로 2009년 제17회 이천춘사대상영화제 공동연기상을 수상 했는데. 그에 대한 질문에 그는 함께 했던 주변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절대 받지 못했을 거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당시 박빙이었던 ‘해운대’ 팀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하정우, 김지석, 김동욱, 이재응 과 함께여서 받을 수 있었다고.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 그는 늘 솔직하고 탐험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관객들이 그를 떠올렸을 때 이미지로 그려지는 예상되는 연기가 아닌 늘 호기심을 주는 그런 배우로 관심을 받고 싶다고 전했다.
기획 진행: 조원신
포토: bnt포토그래퍼 문진우
의상: 울프(wo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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