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하이브리드카로 토요타 프리우스를 꼽는다. 1995년 도쿄모터쇼에 컨셉트카로 등장한 뒤 1997년 양산차로 나왔으니 벌써 19년이 지난 셈이다. 그 사이 프리우스는 4세대로 진화하며 전기 활용 기술을 향상시켰고,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프리우스'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원래 프리우스에는 전기 사용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금 프리우스는 전력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전기가 들어갔을까. 편집자
1994년 11월, 기술담당 부사장인 와다 아키히로는 G21의 리더인 우치야마다 타케시에게 개발중인 차세대 미래형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주문했다. 만약 하이브리드를 넣을 수 없다면 프로젝트는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적어도 미래를 이끌어 가려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야 주목을 끌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G21팀에선 도쿄모터쇼 출품을 위한 컨셉트카에 하이브리드를 넣었지만 양산제품에는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염두에 둔 상태였다.
오기소 사토시는 “처음엔 모터쇼의 쇼카로 하이브리드 버전을 만들어 공부도 겸하라는 의도로 생각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점차 판매용 제품에 하이브리드를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강해지면서 걱정도 앞섰다고 말한다.
하이브리드로 방향이 바뀌면서 프로젝트의 벽은 갑자기 높아졌다. 효율도 1.5배가 아닌 계획보다 2배 이상 높여야 한다는 지시가 떨어졌다. 개발팀은 통상의 방법으로는 2배의 효율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하이브리드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마침 G21과 병행해 미래자동차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던 참이었고, 그 것이 'BRVF(Business Reform Vehicle Fuel Economy)'로 불린 '효율재편사업'이었다.
미래는 환경규제 강화로 배출가스 감축이 필요했고, 이는 곧 고효율을 의미하는 만큼 하이브리드 개발에 나서려던 때였다. 결국 1994년말, 기존 자동차보다 '2배 이상의 효율'이라는 개발목표를 확정했고, 이를 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 채택을 결정했다.
BRVF에는 EV 엔지니어도 참여했다. 당시 RAV4 EV를 개발하던 이들로, 사내에서 모터나 배터리에 관해 가장 많은 지식을 보유했다. 그러나 모터와 엔진을 결합한다는 건 또 다른 과제였다. 이를 위해 엔진으로 발전해 모터로 구동하는 시리즈 방식 등 하이브리드의 설계부대가 모든 방법을 검토했다. 그 중 최종 결정한 방식은 엔진에 2개의 모터를 더하는 방식이었다.
먼저 구동용 모터는 엔진 출력을 보조하되 감속할 때는 발전기 역할을 하고, 또 하나의 모터는 엔진으로부터의 동력을 사용해 발전하되 변속 시스템의 제어 기능도 갖도록 했다. 훗날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THS)으로 불린 방식이다. 설계가 간단하고, 엔진 출력을 바퀴 및 발전기 구동에 배분하는 것 외에 회전수를 제어, 무단변속기 활용도 가능했다.
이후 양산할 제품 개발과 함께 모터쇼 출품 컨셉트카 개발도 병행했다. 물론 모터쇼 전시차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으나 실제 토요타가 개발중인 THS는 채택하지 않았다. 이미 경쟁사도 하이브리드를 개발하던 때여서 굳이 THS를 공개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컨셉트카에는 하나의 모터를 달고 직분사 엔진과 CVT를 결합한 방식이었다. 토요타는 이 시스템에 '에너지 매니지먼트 시스템(EMS)'이란 이름을 붙였고, 컨셉트의 차명은 프리우스로 확정했다. 프리우스란 '~에 앞서'라는 의미를 갖는 라틴어다.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갖는 자동차여서 붙인 이름이다. 원래의 개발코드는 '890T'였다.
개발과정에 따라 토요타는 시험차 제작에 들어갔다. 그런데 하이브리드여서 엔진을 정하면 그에 맞는 모터와 배터리 개발을 선행해야 했다. 핵심 기술을 모두 토요타가 만든다는 기업 철학에 따라 모터, 컨버터, 인버터는 모두 직접 개발하기로 하고, 배터리는 마쓰시다와 손잡았다. 그리고 목표는 20세기 내에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잡았다. 시간이 촉박했고, 디자인부터 전용 서스펜션 개발도 시급했다. 그 즈음 오쿠다 히로시가 토요타의 신임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개발에 있어 그의 취임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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