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유 가격 인상, 지켜보는 자동차

입력 2016-06-0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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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가 경유에 환경개선부담금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비가 100:95 수준에 맞춰지면 수요가 억제되거나 휘발유 자동차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 2008년 휘발유와 경유의 ℓ당 가격 차이가 100:95 수준인 78원에 불과했을 때 디젤엔진이 탑재된 SUV 및 RV 판매가 줄었다는 점을 주목한 결과다. 경유의 세액을 높이거나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에 포함시키는 등 어떻게든 경유 가격을 높여야 경유차 수요가 억제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올라도 경유차 판매가 기대만큼 줄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세로 자리한 SUV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서다. 또한 2008년 때와 달리 소득 수준이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2008년 상황과는 분명 다르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자동차업계가 경유 가격 인상에도 경유 SUV 판매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에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자리하고 있다. 2008년 경유 가격이 휘발유 대비 95% 수준에 올랐을 당시 집계된 국민소득 2만달러(한국은행 발표 기준)는 전년의 2만3,033달러에서 무려 3,000달러나 감소했다. 소득 감소와 동시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 대비 95% 수준에 도달하자 수요가 가솔린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다. 그해 완성차 내수 판매가 124만대로 전년 대비 10만대 정도 늘었는데, 대부분 가솔린이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이 83%였던 2007년 SUV 및 RV는 27만9,579대가 판매됐고, 이 가운데 휘발유차 비중은 0.6%에 머물렀다. 하지만 경유 가격이 휘발유의 95% 수준에 도달한 2008년은 RV 내 휘발유차 비중이 7.7%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주목할 시점은 2009년이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대비 87% 수준으로 안정되자 디젤 RV 판매는 2008년의 16만대에 비해 6만대가 증가한 22만대로 늘었다. 그렇다면 휘발유차 비중이 떨어졌을까? 정답은 '아니다'로 모아진다. 2009년 휘발유 RV 비중은 7.9%로 오히려 경유 가격이 가장 비쌌던 2008년에 비해 늘었다. 판매대수도 2008년의 1만5,979대보다 많은 2만364대에 달했다. 2009년 RV 전체 판매가 전년 대비 6만대 증가할 때 휘발유와 경유 RV 모두가 수혜를 얻었다는 뜻이다. 또한 2009년은 국민소득이 2008년보다 더욱 줄어든 1만8,000달러에 머물렀던 시점이다. 소득이 줄어도 RV 선호 현상이 심화됐고, 불경기에 따른 연료 가격 민감도가 높아 디젤 RV로 구매가 몰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340달러로 2008년과 비교해 7,000달러 이상 늘었다. 2014년의 2만8,017달러에 비해 줄기는 했지만 2008년처럼 전년 대비 가파른 하락은 아니다. 더불어 소득 수준이 증가할수록 SUV 선호 현상은 강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유 가격 인상이 디젤 SUV의 선호도를 꺾을 수 있을까? 환경부는 분명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완성차업계는 디젤 RV 구매 흐름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100:95 수준이라도 경유의 ℓ당 효율이 휘발유 대비 20% 이상 높아 경제적 장점은 유지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환경부의 경유 가격 인상을 바라보는 자동차업계의 시선은 차갑다. 정책적 효과가 크지 않음을 알면서도 인상안을 밀어 붙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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