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벼리 기자] 영화 ‘함정’ 속 농아 연기로 대사 한마디 없이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 지안. 스크린을 통해 신비하고 묘한 매력을 풍기며 배우로서 진가를 보여준 그는 아직은 대중에게 신선한 배우이지만 어느덧 데뷔 13년차인 베테랑 배우이다.
오랜 무명시절이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자신의 목표가 톱스타가 아니라 장수 배우이기에 단역이든 조연이든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던 그. 지안은 그렇게 긴 연기 세월을 묵묵히 걸어 왔다.
‘미스 춘향 진’ 출신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을까. 평소 지안하면 떠오르는 신비하고 도도한 이미지와는 달리 촬영장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웃음이 많고 그 누구보다 순수한 모습 자체였다.
이제는 스릴러 전문 배우가 아닌 코믹 영화를 통해 망가지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던 배우 지안. 생각보다 그는 연기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털털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Q. bnt와 첫 번째 화보 촬영 어땠는지?
bnt화보는 처음이라 되게 설렜다. 이전에 다른 화보들을 찍긴 했지만 bnt화보는 자기만의 색깔을 많이 표현할 수 있는 화보라고 생각을 해서 많이 설렜었다. 이렇게 촬영을 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Q. 최근 근황은?
영화 ‘함정’이 끝나고 나서 영화 4편 정도를 촬영했다. 첫 번째는 이제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이고, 그 다음으로 ‘사선 위에서’, ‘커피메이트’,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범씨의 첫사랑(가제)’이라는 작품을 촬영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친언니와 사업으로 하고 있는 웨딩슈즈 일을 하며 거의 쉬는 날 없이 바쁘게 지냈다.
Q. 많은 사람들이 배우 지안을 신인배우로 보고 있지만 어느덧 데뷔 13년차 베테랑 배우다. 눈에 띄는 성과 없이 오랫동안 배우의 길을 걷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나는 톱스타가 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김혜자 선생님처럼 장수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밟다 보면 언젠가 누가 알아봐주겠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단역이든 주연이든 조연이든 가리는 거 없이 내가 즐기는 일을 한다는 게 너무 행복한 것이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너무 좋아서 힘들다 이런 거 보다는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많았다. 물론 오랜 기간 기다리는 것이 안 힘들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그 시간에 나는 다른 걸 한다. 가만히 있으면 잡생각이 많이 들어 스스로 힘들어 하는 편인데 현재 친언니와 같이 웨딩슈즈 사업을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런 잡생각들이 잘 안 든다. 그리고 나는 사업이 결코 연기랑 벗어났다고 생각을 안 한다. 연기자는 많은 삶을 살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숙자도 돼봐야 하고 사업자, 피아니스트, 선생님, 기자까지 그런 모든 삶을 살아봐야 하는 게 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웨딩슈즈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이를 통해 그 사람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연기만 했으면 결코 이런 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했을 텐데 돈 주고도 못 배울 수업을 이렇게 사업을 통해 배우고 있는 거다. 그래서 항상 즐긴다. 그런데 솔직히 함정 이전에는 힘들어서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었다. 그렇게 연기를 쉬고 웨딩슈즈 사업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연기에 대한 갈증이 계속 생겼었다. 도저히 내가 너무 사랑하는 연기를 놓을 수가 없더라. 그냥 카메라 안에서 노는 게 너무 좋고, 사람들이 카메라 안의 내 모습을 숨죽여 봐주는 것도 좋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도 좋다. 솔직히 사람들이 결혼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서 결혼 생각이 아직 없다. 그 정도로 배우라는 직업이 좋아서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
Q.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3년도에 ‘미스 춘향 대회’를 나가게 되면서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원래는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교회에서 유치부 선생님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사실 고등학교 때 한복 모델을 했었는데 사람들이 한복이 잘 어울린다며 ‘미스 춘향 대회’에 나가보라고 권유를 많이 했다. 그렇게 대회에 우연히 참가를 하게 됐는데 감사하게도 1위를 하게 되었다. 당시 많은 대형 기획사에서 명함을 주셨는데 나 말고도 본선에서 1번부터 36번까지 모든 참가자들이 명함을 받았다. 그런데 단 한 회사만이 나한테만 명함을 줬다. 그 회사가 탤런트 이광기씨네 회사였는데 그 분이 직접 오셔서 “다른 회사는 모든 사람한테 줬지만 나는 유진이한테만 줬다. 그렇기 때문에 믿을만한 회사 아니냐”며 말하셨다.(웃음) 그 때 내 이름이 임유진이였다. 그 때 그 한마디에 원래 연기자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계약을 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아카데미를 다니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천직인 거 같다. 밤을 새도 안 피곤하고 너무 배고파도 그냥 다 기쁘고 행복하다.
Q. 앞에서 연기를 잠깐 관두기도 했었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이 직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계가 있으니깐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전환을 하려고 했던 거 같다.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웨딩슈즈사업을 하면서도 ‘나는 언젠가 연기를 다시 해야 되겠다. 연기가 너무 그립다’ 이런 마음은 들었었다. 완전히 그만 두려고 접은 게 아니라 잠시 쉬는 기간을 갖자는 거였다.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던 게 아니라 사업하면서도 계속 광고촬영이나 모델 일은 계속 했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고 내 길이 아닌가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Q. 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말 그대로 나이도 꽉 찼었다. 여자는 나이가 서른만 넘어도 많이 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해도 안 되나 보다. 이 길은 아닌가 보다’하는 의문점이 들었었다. 미련은 계속 있었지만 그런 점 때문에 그만둬야하나 생각을 계속 했던 거 같다.
Q. 현재 친언니와 연 매출 수억대의 웨딩 슈즈 사업을 하고 있다. 연기를 그만 둘 당시 웨딩 슈즈 사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나는 웨딩슈즈 사업이 주목적이 아니라 일부라고 생각한다. 아까 연기자가 모든 삶을 살아보는 게 숙제라고 말한 것처럼 나는 연기자가 연기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투잡인 셈이다. 그리고 연기는 10년 째 접어들었을 때 심리적으로 지쳐서 잠시 쉬었던 거지 ‘왜 배우로 다시 돌아왔냐’ 이런 것은 아니다. 원래 연기는 평생 할 생각이었고 오히려 연기는 호흡이 중요한데 사업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깐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Q. 배우 지안하면 영화 ‘함정’ 속 민희라는 캐릭터가 떠오른다. 그만큼 강렬했던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됐었는데 극 중 민희는 어떤 사람인가?
민희는 되게 백지장 같다. 너무 순수하고 하얗다. 어쩌면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성철이라는 오빠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고 심지어는 어떤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도 그게 잘못된 건지 모르고 살아 온 여자이다. 그런데 성대를 다쳐서 말을 못한다. 그래서 민희라는 역할을 표현해 내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Q. 영화 ‘함정’ 속 순수하고 맑은 캐릭터인 민희. 그렇다면 지안의 실제 성격은 어떠한가?
민희랑 나는 많이 다르다. 나도 여우같을 땐 여우같은 면이 있다. 굉장히 엽기적이다. 어디로 튈지 몰라 별명이 ‘럭비공’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들 내가 인터뷰만 한다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엉덩이를 들썩거리고는 한다. 옛날에는 이런 적이 있었다. 여자 매니저분이랑 신문사 인터뷰를 갔는데 내가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매니저분이 말하지 말라고 허벅지를 꼬집으셨다.(웃음) 그 정도로 너무 솔직하다 보니깐 마음 속 깊은 이야기까지 터놓고 그래서 기자님이랑도 금방 친해지고는 한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이 이런 솔직한 면을 좋아해 주는 면도 있지만 반대로 많이 피해를 보는 적도 많다. 그래서 강한 척도 엄청 많이 한다.
Q. 말을 못하는 농아 역할로 대사 한마디 없이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펼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다.
그렇다. 실제로 촬영 20일 전부터 농아처럼 말없이 삶을 살았었다. 백화점을 갈 때도 성대 다친 사람처럼 말을 안 하면서 물건을 샀다. 그 당시 도와준다는 매니저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말 못하는 연습을 계속 해야 했기에 혼자 다니기도 했고 만약에 전화가 오면 ‘문자로 말하세요’ 이렇게 얘기도 했었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이런 노력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실제로 주유를 할 때도 진짜 농아처럼 했었는데 당시 종업원이 ‘젊은 여자가 어떻게 하다가 말을 못하게 되었을까’하는 눈으로 쳐다봤었다. 그런데 ‘함정’의 준식이도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 시선처리 조차도 도움이 많이 됐었고 그렇게 20일을 살다보니 농아분들의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이 때는 이런 감정이었으니깐 이런 눈빛이 어울려’라는 생각도 들고 촬영할 때 그런 점들이 많이 도움이 됐었던 거 같다.
Q. 영화 ‘함정’은 오랜 연기 생활 끝에 얻은 첫 주연 자리이다. 하지만 여배우로서 수위 높은 베드신을 찍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베드신 때문에 고민이 되지 않았는가?
솔직히 말하면 그 전부터 베드신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들어 왔었다. 그 때는 다 거절했었다. 그런데 ‘함정’은 오디션이 있었고 심지어 내가 연기에 대한 갈증이 나서 한 작품이 절대 아니다. 단지 내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민희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베드신은 전혀 고민이 되지 않았었다. 아무리 수위가 높다 해도 그 당시 나는 민희라는 캐릭터에 푹 빠졌었다. 꼭 내가 이걸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오디션에 3차까지 임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권형진 감독님의 전작을 봤다. 그 중 너무 감동적이게 봤던 작품이 ‘호르비츠를 위하여’랑 ‘트럭’이었는데 그 때 권감독님이라면 충분히 베드신을 아름답게 미화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믿고 하게 된 거였고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은 영화 ‘함정’ 속 베드신을 일반 b급 영화의 베드신이 아닌 굉장히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으로 표출해 주셨다.
Q. 민희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여자가 봐도 민희는 영화 속에서 계속 시선이 가는 캐릭터였다. 너무 끔찍하게 사랑하는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 중 준식이가 민희한테 시선이 간다는 것은 그 캐릭터 상에 매력적인 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는 순간 민희라는 캐릭터는 그런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Q. 영화를 본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되게 색다른 모습을 봤다고 했다. 과감한 연기가 너무 멋있다며 자기 같았으면 못 했을 거 같다고 그러더라. 많은 배우들이 베드신을 두려워하니깐. 그런데 후회는 안 한다. 기술시사회에서 처음 내 모습을 봤을 때 빼고는 베드신을 후회한 적은 없다. 그리고 너무 감사한 게 나는 솔직히 아직도 ‘함정’을 보면 부족하고 고쳐야 할 부분들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민희를 사랑해줬던 게 너무 감사하다. 이 작품에 너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었고 그렇기에 쓴 소리를 해도 나는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됐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신 모든 분들이 너무 좋은 소리만 해주시니깐 정말 감사하다.
Q. 영화 ‘함정’은 지안에게 어떤 의미인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연기를 그만두고 다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때 들어왔던 작품이었고 간절했던 만큼 헌신을 다했었고 오히려 내가 연기를 더 사랑하게 만든 작품인 거 같다. 왜냐하면 촬영 현장이 너무 즐거웠다. 스텝들 이름조차도 다 외울 정도로 얼굴도 다 기억난다. 그 정도로 영화 ‘함정’은 나에게 소중한 작품이고 내가 나의 연기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같은 작품이다. 실제로 이 작품으로 인해 굉장히 내 삶도 많이 바뀌었다. 무명 배우였지만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이름도 임유진에서 지안으로 바꿨다. 그만큼 이 작품은 나에게 소중한 작품이고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다. 아직도 함정팀하고 계속 만나고 단톡방으로 연락도 자주 한다.
Q. 영화 ‘함정’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너무 많다. 딱 하나를 꼽는다면 내가 정말로 연기를 너무 사랑했었는지 영화 ‘함정’ 촬영이 끝나고 진짜 많이 울었다. 속초에서 마지막 촬영을 했을 때 동석 오빠 차를 얻어 타고 가는데 엄청 울었다. 사람들이 또 볼 건데 왜 우냐고 못 보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영화에서도 계속 만날 거라 말하는데도 계속 눈물이 났다. 정말 애착이 갔던 작품이기에 촬영 마지막 날 다시는 못 볼 사람들처럼 엄청 울었다. 그 때 진짜 눈이 퉁퉁 부었었는데 그 날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지금은 민망할 정도로 자주 본다. 심지어 이번 주에도 만나기로 했다.(웃음)
Q. 영화 ‘함정’ 이후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 왔는지?
한 15~20개 정도 들어 온 거 같다. 나는 아직 무명이고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오고 많이 찾아주시는 걸 보면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함정’ 끝난 지가 6개월밖에 안 지났는데도 벌써 4작품이나 했다는 것은 배우로서 굉장한 일이다. 사실 이메일을 보면 주연 작품도 많이 들어오는데 굉장히 뜬구름을 걷는 거 같아서 되게 신중히 작품을 고르려고 한다. ‘함정’ 이후 팬들도 생기고 너무 많은 사랑을 받게 되어서 정말 뜬구름을 걷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아 이럴 때 정말 신중해야겠다. 내가 뭐라도 된 사람 마냥 방심하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되게 많이 노력을 한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건 너무 감사하지만 함부로 내가 이 작품을 해야지 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얻고 주조연이나 단역을 떠나서 시나리오의 내용과 작품성 그리고 차기작을 바라보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 되게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상범씨의 첫사랑(가제)’ 같은 경우 옴니버스 식의 단편영화이다. 실제로 수많은 상업영화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옴니버스 단편영화를 찍는 이유가 그만큼 작품의 시나리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역할은?
정말 코믹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 나는 진짜 망가지는 거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내가 망가지길 싫어한다고 많이들 오해한다. 미인 대회 출신이라서 망가지는 거를 되게 두려워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학교 다닐 때도 별명이 푼수였다. 그 정도로 망가지는 건 자신 있다. 예를 들어 결혼한 여자들이 대부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집에서 무릎 나온 츄리닝을 입고 망가지지 않느냐.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그런 삶 속에서 코믹스러운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멋진 꽃미남이 나타나가지고.(웃음) 그런 로맨스 코미디나 멜로 그리고 사극도 해보고 싶다. 한복 모델도 해봤고 미스 춘향 출신이다 보니 한복이 잘 어울린다. 이번에 6월1일에 개봉하는 영화 ‘무서운 이야기3’에서도 한복을 입긴 했는데 그런 거 보단 중전 같은 예쁜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웃음) 주인공을 사랑해야 하는데 사랑할 수 없는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역할도 해 보고 싶다.
Q. 차기작인 영화 ‘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가 6월1일 개봉했다. 어떤 역할을 맡았는가?
영화 ‘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는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눠지는 옴니버스 구성의 공포 영화이다. 그 중 나는 과거 이야기인 ‘여우골’에서 인간으로 둔갑한 여우 역할을 맡았다. 노인분들이랑 같이 촬영을 했는데 외모상으로는 내가 제일 젊지만 대를 이어가야 하는 가장 오래 산 우두머리 여우 역할을 맡았다. 영화 장면 중 내가 여우골 안에서 떠받들어야 하는 족장 느낌이여서 할머니들이 나를 주물러 주시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한 할머니께서 “내가 왜 이렇게 젊은 새댁을 주물러야 해? 바뀌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농담 삼아 얘기하시는데 너무 죄송했었다.
Q. 영화를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정말 많다. 먼저 촬영장이 전화가 안 터지는 깊은 산 속이었는데 화장실이 너무 급했다. 당시 한복을 입고 여우 분장을 했는데 분장을 하면 머리를 휘어 감아서 내가 거울을 보고 놀랄 정도였다. 그런데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안개가 너무 짙고 너무 못 가겠더라. 화장실 안에 작은 거울이 있는데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무서웠다. 너무 놀라서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매니저님한테 앞에 서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남자인데도 말이다.(웃음) 계속 “어디 안 갔죠? 앞에 있죠?” 외치고. 너무 무서워서 그랬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 웃기다. 그리고 내가 눈이 너무 약해서 렌즈를 못 낀다. 조금만 건들어도 눈물이 나는데 여우 분장을 하려면 눈 안에 빨간 약을 계속 넣어야 하는데 너무 아팠다. 나중에는 눈 주변이 마비되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 때 정말 힘들었다. 또 한 번은 상대 배우가 임슬옹씨랑 김종수 선배님, 민무제 선배님이었는데 촬영 전 사진 몰아주기를 했다. 이상한 사진을 막 찍고 내가 SNS에 올리고 신난 상태로 슛이 들어갔다. 그런데 자꾸 그 표정이 생각나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김종수 선배님이 수염분장을 하셔가지고 말할 때마다 웃음이 계속 터졌다. 내가 원래 교수님이나 감독님께 집중력, 지구력, 끈기 이거 하나는 타고 났다고 칭찬받던 사람인데 그렇게 집중이 안 된 건 처음이었다. NG가 진짜 많이 났다.(웃음)
Q. 평소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는가?
연기 연습이라고 하기 보다는 직접 연기를 보는 편이다. 그리고 대본이 들어오면 그 사람이 되어서 실생활에서 연기를 해 본다. 영화 ‘함정’ 때는 백화점에 가서 민희가 되어 물건을 사보고 그냥 그 캐릭터가 되어서 똑같이 해 보는 거다. 예를 들어 악녀 역할을 맡으면 모든 사람한테 그런 사람이 되어서 연기를 해본다. 영화 ‘48미터’에서 탈북자 역할을 할 때는 탈북자들을 여러 명을 만나서 말투도 다 배웠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듣고 억양 자체도 바꾸고 그 사람들의 삶을 다 듣고 어떤 감정이 느껴졌을지 공감한다. 그래서 지금 탈북자 친구들이 3~4명 정도 있다. 북한 사람을 맡았을 때는 북한 사람이 되고 선생님 역할을 맡았을 때는 선생님이 되고 그런 거 같다.
Q. 평소 작품을 선정할 때 기준이 있는지?
아직까지는 작품을 선정할 때 ‘써주면 감사하다’는 마음이다.(웃음) 내가 선택하고 그런 게 없다. 다만 너무 터무니없게 노출신이 있는 거는 배제하고 있다. 내가 노출로 있어서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닌 영화 ‘함정’ 속 민희처럼 시나리오 안에 베드신이 꼭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데 이유 없이 영화 안에서 내가 희생양이 되는 노출은 피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 많은 역할을 하고 싶다. 지금 인터뷰하고 계신 기자님이나 매니저 역할처럼 수많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것만 봤다. 물론 오디션도 한 두 번은 봤었지만 앞으로는 내가 직접 오디션을 보려고 찾아다니려고 한다. 들어오는 작품만 하는 것보단 미팅이나 오디션을 직접 보러 다녀야 방금 전에 말씀드린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
원래 남자 배우한테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 ‘남과여’ 시사회 때 공유씨를 봤는데 너무 멋있었다.(웃음) 후광이 나면서 진짜 멋지시더라. 그래서 공유씨랑 한 번 연기를 해보고 싶다.
Q. 롤모델이 전도연이라고 들었다. 이유가 궁금하다.
전도연 선배님은 정말 카멜레온 같다. 배우분들을 보면 어떤 역할을 맡아도 캐릭터가 똑같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도연 선배님은 해녀면 해녀, 다방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그 사람처럼 완전 바뀌는 거다. 그리고 선배님만의 매력이 있는데 그 매력 플러스 캐릭터를 완벽하게 입히는 걸 도와주고 그 영화 안에서 전혀 다른 인물이 되는 게 너무 멋지시다. 연기에 꾸밈이 없고 거짓이 없어서 너무 좋다. 나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어쩌면 연기를 흉내만 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전도연 선배님은 그 배역이 자기 삶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깐 너무 매력 있으신 거 같다.
Q. 실제로 뵀을 때 어땠는지?
‘남과 여’ 시사회 때 봤다.(웃음) 너무 멋있었다. 실제로 뵙자마자 내가 “선배님이 롤모델이라서 인터뷰 때마다 선배님 얘기해요” 이러니깐 선배님께서 “어 진짜요?” 이러시면서 웃으셨다. 원래 실제로 만나게 되면 사인해달라고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당시 분위기가 뒷풀이 분위기라 사인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웃음)
Q.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나는 많은 사람들한테 기쁨이 되는 엔돌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사람과 있으면 우울했다가도 기뻐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 아까 말씀 드렸지만 거짓말하는 연기자가 아닌 전도연 선배님처럼 그 캐릭터 안에서 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 앞으로 나한테 수많은 숙제가 주어지겠지만 다 해야 하지 않겠나.(웃음) 정말 천 명 만 명 많은 사람들의 삶을 살아보는 게 최종 목표이다.
Q. 마지막으로 지안을 응원하고 있을 팬들에게 한 마디
솔직히 영화 ‘함정’ 이후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셨다. SNS으로 쪽지도 오는데 그거를 한 명 한 명 놓치는 게 아니라 다 읽는다. 답장을 못 해 줄 뿐이지 다 읽는다. 얼마 전엔 한 팬이 군대 가기 전까지 연락을 계속 남겨줬는데 그런 팬이 있다는 게 나는 너무 감사하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준다는 게 정말 고마워서 그 글을 읽고 울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팬 분들한테 실망이 안 되게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나서 그 사람의 삶을 완벽하게 담은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전하고 싶다.
기획 진행: 김벼리
포토: bnt포토그래퍼 오우훈
의상: 레미떼, 브룩스브라더스
슈즈: 이로스타일
헤어: 에이바이봄 하나 부원장, 아름
메이크업: 에이바이봄 미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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