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쇼핑마스터 정윤정, 이름 세 글자에 담긴 무게

입력 2016-06-0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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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효선 기자] ‘쇼핑마스터’라 불리는 정윤정이 1분1초라는 짧은 순간에 엄청난 기록을 세우기까지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그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기 바빴지만 정윤정은 사람들이 보내는 부러움의 시선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정윤정은 기록을 세우는 여자다.

정윤정이 세운 기록은 유일무이했고, 그를 쇼핑호스트계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쇼핑마스터’라는 타이틀을 만들어낸 것도 그가 처음이다. 무궁무진한 성장을 이루는 홈쇼핑 업계에서 정윤정은 매번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방송 포맷이기도 했고, 뛰어난 매출이기도 했고, 그를 이름 앞을 수식하는 수식어이기도 했다. 정윤정, 이름 세 글자에 담긴 의미가 무거운 이유다.

Q. 평소에 화보 촬영은 많이 하는 편인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착장은?
평소에 카메라 앞에 자주 서있지만 화보 촬영은 어색하다. 오늘 두번째 그린 원피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화보 촬영이 아니고서는 입기 힘든 옷이지 않나.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것 같은 느낌이라 낯설면서도 좋았다.

Q. 곧은 각선미 때문에 스태프들이 모두 놀랐다. 몸매 관리법이 따로 있나?
다리가 마른 편이긴 한데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고 식이 요법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운동을 평소에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한번 운동을 하면 온몸이 붓는 스타일이다. 몸이 부을 때는 고객들한테 “제가 오늘 좀 부었죠”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제 컨디션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걸 고객들이 더 좋아한다.

Q. 인스타그램을 굉장히 활발히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인스타그램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다. SNS 활동을 하면서 저보다 훨씬 어린 사람들과도 소통하게 됐다. 비교적 멀리 있던 고객층과도 가까이 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 운영했던 카페에서 하던 방식대로 고객들의 댓글에 일일이 댓글을 또 달아줬다. 처음에는 ‘누가 댓글을 모두 달아주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저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댓글을 직접 달기 시작했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하더라. 확실히 고객들은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Q. 자신을 팬이라 부르는 고객들이 있지 않나? 고객과 팬의 차이가 있나?
팬심으로 다가오는 분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그저 친구들 사이에서 조금 예쁜 아이 정도로 저를 봐주시는 것 같다. 오히려 젊은 층 분들이 ‘저렇게 성공해야지’, ‘저 위치까지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지’라는 동경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Q. 쇼핑호스트계에서 정윤정은 아이콘이 됐다. 아이콘이라 불리는 위치에서 부담감은 없나?
부담스럽다. 남과의 경쟁에서 성장했다기 보다 내 자신에게 실망하는 게 싫어서 달려온 캐릭터다. 언젠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저 이 자리에 올라가야지 하는 생각보다 그날 주어진 일에 올인해서 열심히 노력했다는 답밖에 할 수 없더라. 더불어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심한 때가 없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웃으면서 일할 수 있지만, 성공한 이후에는 웃으면서 일하기가 힘든 것 같다. 백조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 속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누군가가 부럽다고 하는 말이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나를 부러워하고 따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여유가 없다.

Q. 쇼핑호스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자기 고집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기 고집이란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내 장단점을 알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보통 쇼핑호스트 같은 직업의 경우는 잘못된 생각들이 자신의 생각 속에서 생긴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고객의 중심에서 생각해보면 새로운 자아를 찾게 된다. 그 자아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상품을 선별하게 되면 고객의 신뢰가 이어진다.

Q. 쇼핑호스트에 대한 편견?
쇼핑호스트가 부끄러운 직업일 때가 있었다. 같이 방송하는 FD나 PD가 상품을 소개할 때 ‘오늘 판매할’이 아니라 ‘오늘 방송할 상품은’이라고 멘트를 해달라고 한 시절이 있었다. 방송에서 무엇을 판매하고, 방송인이 아닌데 TV에 나오는 것이 부끄러울 때였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방송과 판매를 그리 구분 짓지 않는다.

Q. 쇼핑호스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 노력한 점이 있나?
편견과는 정반대로 방송하듯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방송의 포맷을 홈쇼핑에 도입한 거다.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방송이 서울컬렉션 디자이너들의 의상을 선보이는 방송이었다. 파티라는 콘셉트 아래에서 시작했는데 그게 ‘정윤정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란 이미지를 만들게 된 시작이다. 채널 고정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악플도 많았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홈쇼핑의 주고객층이 나보다 열살은 많으신 분들이시니 색다른 포맷으로 방송을 하는 게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콘셉트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유지하고 있다.

Q. 쇼핑호스트로서 보람찬 순간이 있다면?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정쇼’를 시청하고 있을 때가 즐거운 것 같다. 그리고 간혹 ‘오늘은 지갑 안 열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잘 버티셨어요’, ‘잘 참으셨어요’라고 대답한다. 혹자는 그런 말을 무엇하러 하냐고 하는데 그렇게 고객들과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서 좋다. 또 드라마를 보면서 위안을 받듯이 홈쇼핑을 보면서 집안일이나 회사 일에서 오는 공허함을 달래기도 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Q. 쇼핑호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30대 초에 나이가 이미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끝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이 바쁜데 10년, 20년 이후는 가늠이 전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 친구들이 미래 계획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 디테일한 계획까지는 세울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Q. 쇼핑호스트보다 발전된 단계의 ‘쇼핑마스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쇼핑마스터의 의미는 무엇인가?
7년 정도 방송을 하고나서 홈쇼핑을 하게 됐다. 방송을 했던 경험 덕분에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고 무대 세팅이나 BGM, 편집이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홈쇼핑에서 15년 정도를 있다 보니 상품 기획, 선별 등 홈쇼핑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을 기획하고 조정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 그렇게 쇼핑마스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 같다.

Q.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무게감이 클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팀워크를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제 색깔이 강하다 보니 팀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정쇼’를 시작하면서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때의 저는 사람들에게 계속 올라오라고 소리만 치고 있었다. 1층으로 직접 내려가서 팀에 맞추면 되는데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아, 내가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하는구나’를 느꼈고 그렇게 팀워크를 맞춰 가기까지 2년정도가 걸린 것 같다.

Q. ‘정쇼’만의 특징이 있다면?
‘정쇼’가 리얼리티 홈쇼핑의 최초이지 않을까요? ‘정쇼’는 각본이 없는 드라마에요. 무대에 피팅룸을 설치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죠. 뻔하지 않아서 고객들이 재미있어 해요. ‘정쇼’만이 가지는 재미라고 할 수 있죠.

Q. 홈쇼핑이 시작된 이후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성장은 현재진행형을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의 가능성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기기가 발달해가는 걸 보면서 ‘이러다가 홈쇼핑이 망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TV는 시청자가 감정을 공감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기가 좋은 매개체이다. 주부들이 공허하게 생각하는 토요일을 채워줄 수 있고, 가족들과 둘러 앉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TV다. 그런 의미에서 홈쇼핑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Q. 홈쇼핑과 예능 프로그램이 접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홈쇼핑과 방송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홈쇼핑이 그만큼 시청자에게 쉽고 빠르게 다가간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을 방송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알게 된 것 같다. 제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작가님들로부터 ‘PD님이 정윤정 씨를 당최 모르셔서 섭외하기가 어려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나가는 아버님들도, 남학생들도, 어린 여대생들도 저한테 ‘팬이에요’, ‘엄마가 너무 좋아하세요’, ‘우리 와이프가 팬이에요’라는 말을 하시곤 한다. 그만큼 홈쇼핑과 대중과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기획 진행: 위효선
포토: bnt포토그래퍼 문진우
의상: 메릴링 by 스페이스 눌, 데이드림네이션 by 스페이스 눌, 그레이양
주얼리: 스와로브스키, 미드나잇모먼트
슈즈: 지니킴, 이로스타일
헤어: 재클린 민애선 실장
메이크업: 재클린 정소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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