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동차산업협회가 최근 고효율 소형차 개발 촉진을 위해 배기량 1.6ℓ 미만일 경우 세금을 영구적으로 없애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친환경차 보급이 더딘 상황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소형차 확대를 들고 나온 셈이다.
중국 완성차업계가 소형차 세금 면제를 요청한 이유는 명확하다. 늘어나는 자동차 수요에 소형차로 대응, 탄소배출을 줄이되 실질적인 자동차산업 유지라는 측면이 동시에 고려됐다. 실제 지난 2015년 10월부터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중국 정부가 소형차의 취득세율을 10%에서 5%로 내리자 수요가 증가했고, 이 가운데 68%는 1.6ℓ 이하였다. 연간 2,500만대에 달하는 자동차 신규 수요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소형차를 늘리는 게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는 업계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 또한 해당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런데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 소형차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물론 여전히 배기량 1.6ℓ 미만의 준중형 승용세단이나 CUV는 주목받지만 같은 배기량의 소형차는 존재감이 사라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월보에 따르면 현대차 엑센트 1.6ℓ는 올해 1~4월 459대 판매에 머물렀고, 기아차 프라이드는 1.4ℓ가 947대, 1.6ℓ는 445대에 그쳤다. 쉐보레 아베오 또한 1.4ℓ가 455대로 저조하고, 1.6ℓ는 1대가 고작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세금 감면 혜택이 경차에 몰려 있어서다. 다양한 세금 감면이 경차에 집중되면서 소형차보다 경차를 선호하게 됐고, 경차가 아니라면 소형차를 넘어 조금이라도 덩치가 큰 준중형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 당연히 소형차는 시장 내 입지가 줄었고, 제조사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제품이 됐다. 굳이 존재 이유가 있다면 수출뿐이다.
국내에서 소형차 세금 감면에 관심을 두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구매 패턴이다. 중국은 여전히 가구당 1대 시대여서 비용 절감을 위해 소형차를 첫 차로 구매하는 반면 한국은 평범한 가정에서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로 사는 경우가 많다. 중대형차를 줄이는 대안이 아니라 경차처럼 보유대수를 늘리는 역할이니 세금 감면이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 논란이 크게 일었다. 그리고 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디젤차 운행 및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대책이 시행될 경우 디젤 수요가 가솔린으로 일부 이동한다는 예측이 전제됐다. 하지만 가솔린 사용이 많아지면 이산화탄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디젤 수요 억제가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 감축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가솔린 사용이 증가하면 탄소배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중국 완성차업계가 소형차 세금 감면을 요구한 것에는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GM이나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등 이른바 합자법인들이 중대형차 시장에 집중할 때 중국 토종 기업은 소형차로 경쟁력을 키우면서 배출 감소에도 기여한다는 명분이 더해졌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경차 혜택이 다시 부활한 것은 지난 2003년의 일이다. 그 때는 경차 판매 중 '1가구 1차'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그런데 지금은 준중형차 가격을 뛰어 넘는 경차도 등장했다. 무늬만 경차일 뿐 사실상 '고급차(?)'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경차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이 집중돼 있으니 시장 편중화만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소형차 시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 게다가 소형차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명분도 충분하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나 정부에게 소형차는 관심 없는 세그먼트다. 한 마디로 수익도 적고, 세수도 얼마 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편에선 친환경을 외치며 효율 높이기도 추진한다. 소형차의 고효율은 애써 외면하며 말이다. 그래서 소형차 시장은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중요하다. 경차의 절반만이라도 혜택을 줘야 할 명분이 있다는 뜻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6@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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