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올해 4월까지 누적 판매된 디젤 SUV는 17만9,000대이고, 디젤 세단은 43만대다. 갑자기 이 숫자를 언급하는 배경은 43만대라는 디젤 세단이 어느 날 갑자기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2005년 세단형 경유승용차 판매를 허용하며 나타난 수입 디젤 세단의 가파른 증가가 곧 미세먼지의 이유로 여겨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같은 기간 누적 판매된 27만대의 국산 디젤 세단, 그리고 303만대에 달하는 국산 디젤 SUV는 주목하지 않은 채 수입 디젤 세단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수입차 업계에선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수입 디젤에 시선을 둘까. 이유는 단순하다. 세단형 수입차 가운데 디젤 비중이 63%를 차지하고 판매대수도 국산차보다 16만대가 많은 43만대에 이르니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승용 디젤의 확대는 303만대가 늘어난 국산 SUV에 있음에도 2005년 디젤 승용차 판매 허용 이후 디젤 세단 시장을 개척한 곳이 유럽산 수입차이니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5년 디젤 세단 허용 당시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은 1,560만대였고 10년이 지난 2015년은 2,170만대로 610만대가 늘었다. 이 가운데 디젤 세단은 10%인 60만대에 머물렀던 반면 RV 누적 판매는 319만대에 달하고, 이 중 국산차는 303만대로 무려 97%의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디젤 승용의 직접적인 증가는 수입 디젤 세단이 아니라 국산 RV가 이끌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국내에서 RV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때는 2012년부터다. 2011년 25만대 판매에 그쳤던 RV는 이듬해 30만대, 2014년에는 46만대, 2015년에는 61만대로 껑충 뛰었다. 수입 디젤 RV 또한 비슷하다. 2011년 연간 1만대였던 수입 디젤 RV 판매는 2012년 1만9,000대, 2013년 2만5,000대, 2014년 3만5,000대로 늘더니 지난해는 4만9,000대까지 치솟았다. 다시 말해 국산이든 수입이든 국내에 RV 바람이 불었고, 이런 현상이 디젤 승용차 확대를 주도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환경부가 장기적으로 경유 사용 억제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면 RV 구매자가 가솔린 또는 LPG로 돌아서거나 세단형 가솔린 엔진으로 이동할 때 경유 사용이 억제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LPG는 여전히 RV 사용이 막혀 있다. 그래서 수입차는 물론이고 국내 완성차업계도 가솔린과 경유의 계산기 두드리기에 한창이다. 수요가 이동할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RV=디젤'로 남을 것인가를 두고 말이다. 여러 의견이 들리지만 경유 가격이 장기적으로 올라도 'RV=디젤'에 무게가 쏠린다는 게 전반적인 예측이다. 경유 사용을 억제해도 RV 대세론은 여전히 유지되고, 그래도 가솔린보다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LPG도 RV의 길을 다시 열어 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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