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기자] 아직 낯선 얼굴, ‘미세스 캅 2’에서 잠시 얼굴을 비친 것이 대중에게 알려진 전부다.
신인인 그가 ‘사임당, 빛의 일기’에 캐스팅 됐을 때는 우려의 말이 많았다. 이영애의 12년 만의 복귀작이자 한류스타 송승헌의 캐스팅만으로도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에 덜컥 출연하게 됐으니 말이다. 거기다 이영애와 대부분 함께 출연하는 그의 몸종 역을 맡았다.
9개월 동안의 긴 대장정 ‘사임당, 빛의 일기’ 촬영을 마치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배우 장서경을 만났다. ‘variety’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화보를 통해 아직 대중들이 모르는 그의 이미지를 여러 갈래로 풀어냈다.
무심한 듯 차가운 얼굴에서부터 보는 사람도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랑스러움 그리고 만개해 진한 향을 풍기는 듯 한 섹시한 모습까지. 그의 변화는 무궁무진했다. 보면 볼수록 알아가고 싶은 장서경과의 인터뷰를 들여다보자.
Q. 첫 화보촬영이었다. 오늘 어땠나
첫 화보촬영이어서 많이 어색했지만 재밌었다. 어색함을 이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연기도 그렇지만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업을 한다는 게 힘든 것 같다.
Q. 9개월간의 ‘사임당, 빛의 일기’ 촬영을 마쳤다. 어떤 역할을 맡았나
이영애 선배님, 사임당의 몸종인 향이역을 맡았다. 가족들을 책임지고 사임당의 아이들을 돌보는 역이다. 원래는 두 명과 러브라인이 있어서 촬영은 마친 상태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임당 옆에서 그를 도와주는 되게 발랄하고 귀여운 캐릭터다.
Q.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함께 연기했다.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근 한 달여 동안 오디션을 봤다. 일단 감독님이 나를 선택해주신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 내가 완전 신인이었기에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다고 들었다. 첫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드라마 촬영을 했다. 그 시간동안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감독님이 나를 처음 보셨을 때 ‘너 향이라는 애하면 딱 어울리겠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를 차분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고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로 보는 분들도 있다. 감독님이 보시기엔 후자였던 것 같다. 연기 잘한다고 해주셨다.
Q. 대부분의 촬영을 이영애와 함께 했겠다
이영애 선배님께 많이 배웠다. 너무 좋으시다. 이영애 선배님은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잘하시더라. 정말 대단하시다. 촬영 중에만 선물을 5개 이상은 받은 것 같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챙기는 걸 좋아하신다.
내가 마음 상한 모습이면 다가와서는 힘내라고 말씀해주셨다. 연기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현장에서 항상 밝고 씩씩하게 하라고, 너는 좋은 배우가 될 거라며 말해주셨다. 연기에 대한 부분도 지적하실 수 있을 법도 한데 함부로 연기에 대해 지적하지 않으신다. 내가 조언을 구해도 ‘여기서는 그렇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말해주신다. 그 외에도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좋았다.
Q. 처음으로 호흡이 길었던 드라마 촬영을 마쳤는데 그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내가 생각한 드라마 그리고 연기와는 달랐다. 나는 연기를 잘하고 싶었는데 무언가를 창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연극이 더 재밌었던 것 같다. 그래도 드라마 촬영장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재미가 있었다.
Q. 드라마를 마친 지금 어떤 기분인가
사람들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극 중 향이가 16살이다. 그런데 나는 어릴 때부터 어른스럽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 나와 완전 다른 모습을 연기했다. 그래서 지인들이 나인지 몰라볼 것 같다. 연기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촬영하고 있는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달라고 부탁했었다. 나는 연기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외에 중요한 것들이 너무 많더라. 우선 카메라를 아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기술적인 면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기에 배울 것이 많았다.
Q. 연기는 어떻게 시작한건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면서 제대로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한예종에서 진행하는 영재학교에 멋모르고 지원했다가 합격했었다. 그 때 한예종을 알게 됐다. 재밌어 보이면 무작정 도전하는 편이다. 한예종 지원도 그 일환이었다.
Q. 한예종 출신 연기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고은이, 소담이, 유영언니가 동기다. 고은이와 소담이는 이미지가 비슷하다. 초반에는 동기들도 고은이에게 소담이라고 부르고 소담이에게 고은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친해지면 둘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서 그런 일은 금방 없어졌지만(웃음). 동기들이 잘 돼서 너무 좋다. 다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른 것 같다.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동기들이 더욱 잘되면 좋겠다.
Q. 해보고 싶은 연기, 역할이 있나
사랑을 받거나 사랑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집착이어도 좋으니 사랑을 연기해보고 싶다. 사랑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대중들이 장서경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나
사람으로서는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배우로서는 ‘저 역할은 저 사람이 아니면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건 재미가 없다.
Q. 연기적 롤모델이 있나
한국에서는 고 장진영 선배님. 사진을 붙여 놓는 게 취미인데 어쩌다보니 거기에 붙여 놓은 분들을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되더라. 장진영 선배님도 그 중 한 명이셨다. 나도 얼른 나만의 색을 찾고 싶다. 아직 그 색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예쁜 배우보다는 매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Q.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얼굴을 알릴 수 있다면 다음 작품은 꼭 영화를 하고 싶다. 좋은 역할, 좋은 캐릭터를 만나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워낙 욕심이 많이 편이다.
Q. 최종적 목표가 무엇인가
놀이동산을 짓는 것(웃음).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 건축이라는 게 최종적으로 공간에 시간을 잡아서 넣는 거라 생각한다. 그 시간은 추억이고 삶이고. 연기도 인생을 끝없이 배울 수 있는 일이다. 한 사람을 연기하면 그 사람을 왜 그럴까 사람을 관찰해야 하고 항상 감성적이어야 하니깐 세상을 보는 눈이 더 구체적이게 된다. 그런 모든 것을 집약한 것이 놀이동산이더라. 행복한 공간이지 않느냐. 놀이동산을 지어서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싶다.
기획 진행: 이유리
포토: bnt포토그래퍼 심규태
의상: 레미떼, 보그핏
슈즈: 아키클래식
백: 보그핏
헤어: 엔끌로에 준 디자이너
메이크업: 엔끌로에 정경화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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