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황인선의 하루, ‘오늘도 맑음’

입력 2016-06-30 15:57  


[배계현 기자] 누군가로 인해 용기를 얻는다는 건 사실 말만큼 쉽지도, 쉽게 일어나지도 않는 일이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용기가 돼준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일 터.

‘가수’ 타이틀을 당당히 거머쥔 황인선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세상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지만 자신만은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결국 이뤄냈다.

‘프로듀스 101’의 맏언니 ‘황이모’로 시작해 최근 방송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그는 누군가에게는 긍정의 아이콘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요즘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황인선, 그의 진심은 통했다.

Q. bnt와 첫 화보 촬영이에요.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사실 앨범 재킷 촬영 말고는 이런 화보 촬영을 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Q. 요즘 바쁘시더라고요. 근황 좀 말씀해 주세요.

라디오나 예능에 출연하면서 모습을 많이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음 주에는 ‘플랜맨’ 촬영을 위해 푸켓으로 가요. 은지원 선배님이랑 제아 선생님과 함께하는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에요.

Q. 신곡 ‘이모티콘’ 발표 이후 모습을 많이 드러내고 있어요.

드문 드문이긴 한데 그래도 계속 활동을 하고 있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더 많이 활동하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Q. ‘프로듀스 101’ 참가자라고 해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앨범을 낸 친구들은 별로 없잖아요. 기회가 빨리 찾아온 케이스 아닌가요?

맞아요. 거의 가장 빨리 앨범을 낸 거니까요. 운이 좋은 것도 있고 그 운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이도 있다 보니 빨리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Q. ‘음악의 신’도 나왔지만 SBS ‘신의 목소리’ 녹화까지 끝냈다고 들었어요. 관심이 더 많아지겠네요.

네, 다이아 희현이와 함께 촬영을 했어요. 방송은 7월에 될 거고요. 시청률도 좋고 요즘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기대 중이에요.

Q. 예능은 음악프로랑 좀 다르잖아요. 많이 떨렸겠어요.

아무래도 신인이고 선배님들과 함께 하다 보니 제 모습을 마음껏 보여줄 수는 없었어요. 자제해야 할 부분도 있더라고요. 제 맘대로 계속 이야기하고 그럴 순 없잖아요. 나중에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을 때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Q. 같은 동기들에 비해 많은 활동 중이에요. 어떤 점을 어필했는지 궁금해요.

‘프로듀스 101’에서 떨어졌을 때 예능에 많이 불러달라고 마지막 소감을 말했어요. 그러자마자 라디오에서 섭외가 들어왔고요. 라디오에서도 그 말을 하니까 바로 게릴라 콘서트 MC의 기회도 있었어요. 많이 어필을 하니까 찾아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말을 잘한다는 소리도 좀 들었고요.(웃음)


Q. ‘프로듀스 101’이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리고 황이모라는 애칭 때문에 인선씨도 관심을 많이 받은 게 사실이고요. 나이에 대해 웃고 넘길 수 있는 지금이 왔지만 당시만 해도 큰 고민이 됐을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좋지만은 않았어요. 실제로 조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모라고 부르니까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나니까 대중도 긍정적이라며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Q. 일부러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아니요, 저는 그저 열심히 하려고 했죠. 그런데 나이가 많아서 생긴 것도 있지만 하는 행동들이 이모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성숙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어른스럽긴 하지만 이모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었던 게 유쾌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친구처럼 편하게 혹은 푼수 같은 모습이 보이니까요. 원래 성격도 그래요. 호탕하고 쾌활하고.

Q. 그런데 그런 이미지가 굳혀지면 안 좋지 않아요?

지금 활동도 사실은 중간 지점에 있다고 생각해요. 다들 트로트가 어울린다고 추천했는데 그렇게 안 한 이유가 이모도 걸그룹 할 수 있다, 발라드 할 수 있다고 편견을 깨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트로트로 나왔으면 더 이슈가 됐겠죠.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Q. 가요계 신인으로 치면 정말 많은 나이일 수도 있어요. 물론 지금은 활동 중이지만 정말 내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프로듀스 101’ 안에서는 다들 저보다 어렸으니까 ‘내가 있을 곳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친구들하고 나하고 똑같이 가려고는 하지 않았어요. 일단 저는 무용을 오래 했었고 또 다른 어떤 점들을 지니고 있는 게 있으니까 조력자의 역할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간혹 아이오아이가 잘 나가는데 부럽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혀요. 엄마의 입장에서 정말 진심으로 잘 돼서 좋아요.

Q. ‘프로듀스 101’에서도 알게 모르게 경쟁심이 많이 있었어요?

저는 정말 1%도 없었어요.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처음에는 엄청 울기도 했어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고요. 오히려 경쟁심보다는 창피하다는 생각이 더 컸죠. 하지만 동생들은 경쟁이 엄청 심했을 거예요. 

Q. 프로듀스 101 출연 이전과 이후를 나누자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가수로서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두 번의 걸그룹이 무산되고 뮤지컬로 진로를 정해 오디션을 많이 봤었어요. 그러던 중 ‘맘마미아’에 정말 작은 역할로 힘들게 캐스팅이 됐어요. 그런데 프로듀스와 시기가 겹친 거죠. 많은 고민 끝에 프로듀스를 선택했는데 이것 때문에 그만둘 수 있었던 가수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뜻 깊죠.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Q. 어떻게 보면 뒤늦은 출발인 게 사실이에요. 무용 외에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을 했어요?

25살 때 시작했으니까 일찍 시작한 편은 아니죠. 오래 준비한 편도 아니고요. 그런 거에 비해서 빨리 뜬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무용에 대한 딜레마에서 시작했어요. 많은 대중과 소통을 하고 싶었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Q. 그래도 전향을 하게 되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한 번 이룬 사람은 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 있었어요. 마음을 먹고 난 후로는 무용에 대한 발을 완벽하게 뗐어요.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작정을 했거든요. 사실 ‘댄싱 나인’ 섭외도 들어왔었어요. 그런데 저는 가수로 이름을 알리고 싶은데 그저 인지도를 위해서 다시 무용을 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건 아니라는 생각에 정중히 고사했죠.


Q. 짝에 출연했던 경력은 정말 의외에요. 그때 정말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었어요?

네, 하고 싶었어요. 그 시점이 성균관대에서 최초로 현대무용 상을 받았던 당사자였기 때문에 다 이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목표의식이 없어지던 차에 결혼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때만 해도 ‘짝’이 그렇게 유명한 프로그램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찾아냈는지 진짜 과거가 무섭긴 무섭구나 싶었죠.(웃음)

Q. 지금은 상큼하고 밝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다른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번 곡 전 노래가 ‘사랑애’라는 발라드 곡이에요. 사실 그런 발라드 곡을 하고 싶어요. ‘역시 나이가 있어서 감성 발라드가 어울리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가수로서 가창력도 보여주고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Q.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죠. 가수나 예능 패널 말고도 다른 분야도 생각 중이세요?

당연하죠. 지금 가릴 때가 아니잖아요. 섭외가 들어오면 거의 다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바쁜 게 없잖아 있어요.

Q. 타이틀로 보면 ‘방송인’이라는 수식어가 더 좋을 수도 있잖아요. 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고요. 대중이 원하고 대중에게 더 친근히 다가갈 수 있다면 기꺼이 열려있어요. 저는 팬들하고도 톡을 해요. 오픈채팅방이라고 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요. 팬클럽 이름이 ‘이모댁’인데 가족처럼 편히 쉬고 싶으면 오고 맘에 안 들면 나가고 이런 식이죠. 억지로 팬클럽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것 보다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요. 이런 것처럼 대중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융통성 있게 활동하고 싶어요.

Q. 그럼 꼭 노래가 아니어도 된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명분은 가수이고 싶어요. 성시경 선배님도 그렇듯이 앨범도 계속 내고 다양하게 활동을 하시잖아요.

Q. 버스킹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많이 했어요. 홍대, 신촌, 여의도 공원, 한강 등. 우선 저를 알리는 데 목적을 둔 거죠. 큰 회사가 아니다 보니 대중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찾아가는 편이에요. 지나가다 한 명이라도 볼 수 있다면 만족해요.

Q. 부모님도 많이 좋아하시겠어요. ‘프로듀스 101’ 촬영 때는 많이 걱정하시지 않았어요?

사실 ‘프로듀스 101’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오히려 더 해보라고 하신 분이 어머니세요. 가수를 하면서 언제 또 그런 도전을 해볼 수 있겠느냐고. 밑바닥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해보라고 해주셨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하세요.

Q. 꿈을 이뤄서 좋지만 무용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아요.

당연히 있죠. 오늘도 포즈를 취하면서 몸이 굳은 걸 느꼈는데 다시 좀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웃음) 나중에 무용과 노래를 콜라보해서 퍼포먼스도 하고 버스킹도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Q. 현재의 고민이 있다면요?

더 바빴으면 좋겠어요.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많이 보여주고 싶죠. 제가 너무 의욕이 앞서니까 방송 피디님들도 조급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면서 조금 누그러졌어요. 열심히 하다보면 점점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려고요.

Q. 지금의 만족도는요?

사실 만족을 못하는 성격이에요. 욕심이 많아서 한 개를 이뤘으면 그 다음 일을 항상 생각하죠. 사실 이정도도 복에 겨운데 좀 더 노력해서 더 많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응원할게요. 앞으로의 각오 한 마디 해주세요.

때론 유쾌한 친구 또는 고민 상담이 가능한 이모로서 대중과 보다 가까워지고 싶어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대중에게 친근하게 어필할 수 있는 황인선이 되고 싶어요. 가끔 ‘언니 보고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 살아있음을 느껴요. 사회적으로 규정된 나이에 대한 기준, 혹은 편견을 깰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긍정적인 친구, 도전하는 황인선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기획 진행: 배계현
포토: bnt포토그래퍼 박지나
의상: 플러스마이너스제로, 레미떼
슈즈: 아키클래식, 사뿐
헤어: 정샘물 청담 EAST 정다빈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청담 EAST 다현 디자이너
장소: AR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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