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동차, 누구를 보호해야 하나

입력 2016-07-01 09:25  


 미래에 등장할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개념 논란이 한창이다. 어쩔 수 없이 보행자를 추돌해야 할 때 어떤 선택을 하도록 심어주느냐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행자에게 충격을 가하느냐, 아니면 보행자를 보호하되 어떤 사람을 먼저 피하느냐가 여전히 논쟁이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10세의 아이와 70세의 노인이 서 있을 때 자율주행차가 운전자를 먼저 보호하도록 프로그래밍 됐다면 아이와 노인 둘 중 어느 한 쪽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선택의 논란은 지금도 예외 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바로 자동차의 '파트너보호개념' 때문이다. 일찍이 유럽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교통약자와 충돌할 경우 상대방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그 결과로 등장한 게 '파트너보호개념'이다. 예를 들어 대형 승용차와 경승용차가 충돌할 때 대형차의 차체 손상이 많아도 경차 운전자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게 파트너보호개념의 핵심이다. 차의 크기와 기타 여러 적극적 안전장치(Active Safety)에 따라 운전자보호는 얼마든지 높일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파트너호보개념이 적용된 사례가 뾰족한 엠블렘이다. 한 때 멋과 고급의 상징이었던 보닛 끝의 엠블럼이 평면에 부착된 것으로 바뀐 것은 어린이를 포함한 보행자의 상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자동차와 살짝만 부딪쳐도 쉽게 넘어지는 어린 아이들의 머리에 뾰족한 엠블럼은 매우 치명적인 흉기도 돌변할 수 있어서다. 그래도 멋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일부 제조사는 충돌 순간 엠블럼이 보닛 아래로 사라지도록 만들어 파트너보호개념을 담아냈다. 엠블럼이 흉기로 변하는 것만큼은 제거한 셈이다. 

 최근 북미의 스몰오버랩 시험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차 앞부분의 25%만 충돌시켜 안전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고속도로 운행의 안전을 연구하는 보험사단체 'IIHS'가 2012년 도입한 제도다. 물론 미국 정부의 공식 시험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자동차 안전도를 연구해온 곳이어서 결과에 대해선 신뢰가 높다. 워낙 자동차가 대중화 된 국가여서 자동차와 바이크, 자동차와 보행자 또는 바이크와 자전거 등의 교통사고보다 자동차와 자동차의 충돌 사고가 많다는 점에서 도입됐는데, 해당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획득하면 자동차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IIHS 스몰오버랩 충돌 시험에 파트너보호개념은 없다는 사실이다. 스몰오버랩 평가가 좋을수록 상대적으로 작은 차는 상해율이 높아지고, 작은 차 또한 구조적인 설계 변경 등을 통해 안전도를 보강할 수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그보다 더 작은 차, 또는 바이크나 자전거 등의 상해율은 또 다시 높아질 수 있어서다. 그래서 스몰오버랩 제도를 한국이나 유럽은 아직 도입을 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안전도라면 미국 못지않게 민감한 유럽도 미국의 스몰오버랩 충돌 시험은 파트너호보개념에서 벗어난 것이어서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아가 유럽은 반대로 보행자 충돌 안전 시험을 엄격하게 시행하는데, 앞부분으로 보행차를 충격했을 때 피해자가 입을 상해 가능성이 높으면 오히려 제조사에게 개선을 권고한다. 운전자보다는 파트너를 보호하라는 취지에서다. 

 국내에서 공식적인 충돌시험으로 안전도를 평가하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김규현 박사는 "미국은 파트너호보개념보다 운전자보호개념을 높게 보는 것이고, 유럽이나 한국은 파트너보호개념이 많이 남아 있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한다. 둘 중 어느 게 낫다고 볼 수 없고, 각 나라의 교통사고 유형에 따라 정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자동차에서 사람을 보호하는 안전도 개념은 늘 논쟁거리다. 운전자를 우선 보호할 것이냐, 아니면 바이크와 자전거 및 보행자 등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상대를 보호할 것이냐의 문제로 집결돼서다. 둘 모두 완벽히 보호하면 이상적이겠지만 교통사고는 불특정 및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어나기에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쉽지 않다. 단적으로 손해보험협회가 저속에서 자동차를 충돌시킨 후 수리 손상성을 평가할 때 많이 부서지면 수리비가 많이 들지만 그 돈이 상대 운전자의 목숨을 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여전히 진행형인 논란이고,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안전도 판단의 돋보기를 어디에 두느냐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차이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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