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베코 “천연가스, 현실적인 디젤의 대안”

입력 2016-07-01 09:46   수정 2016-07-22 20:28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신형 트랙터 스트라리스 NP는 이베코의 최신 기술을 집약한 야심작이다. '디젤 트럭에 대한 대안'이자 가장 지속가능한 장거리 운송수단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베코가 지난 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신형 트랙터 '스트라리스' 글로벌 미디어 출시행사를 열었다. 스트라리스는 3종의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단거리 수송이나 위험물 운반 등에 최적화한 스트라리스, 장거리 운송용 트랙터 스트라리스 XP,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스트라리스 NP 등이다. 특히 피에르 라우트 이베코 브랜드 사장은 천연가스 트럭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베코는 신차 출시와 함께 'TCO2 챔피언'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여기엔 차를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총비용(TCO)과 대표적인 배출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CO2)를 동시에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상용차 운전자들에겐 차를 운영하며 들어가는 총비용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들에게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수익을 올려주는 자산이다. 여기에 수십t의 화물을 싣고 수백ℓ의 연료를 쓰며 수백~수천㎞를 달리는 상용차, 특히 디젤엔진이 주를 이루는 트럭분야는 배출가스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베코가 신차를 출시하며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이유다.

 스트라리스는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유로6 '스텝C' 규정에 맞춰 새로운 동력계를 탑재, 연료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였다. 여기에 NP 라인업을 통해 최근 세계적으로 비난 대상이 된 디젤의 대안으로 천연가스를 제시하며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에서도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는 적지 않게 보급됐으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대형 트랙터는 생소한 편이다. 힘세고 효율좋은 디젤 엔진의 대항마로 천연가스 엔진을 내세운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동급 디젤 엔진과 성능 동일...주행거리 1,000㎞ 이상 확보
 스트라리스 NP의 파워트레인은 8.7ℓ 커서(Cursor) 9 내추럴 파워 유로6 엔진과 12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신형 커서 9 엔진은 최고 400마력, 최대 173.5㎏·m의 성능을 발휘한다. 구형 엔진 대비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각각 21%와 30% 개선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 내 동급 디젤 엔진과 동일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연료는 CNG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한다. 연료탱크 조합에 따라 한 가지 연료만 태우거나 두 연료를 혼용할 수 있다. 460ℓ의 CNG 탱크와 540ℓ LNG 탱크를 장착할 경우 1,035㎞까지 주행할 수 있다. LNG만 쓸 경우 연료탱크 용량을 1,080ℓ까지 확보하며 최대 주행가능거리도 1,500㎞까지 늘어난다.


 천연가스 엔진의 장점 중 하나는 소음과 진동이 적다는 점이다. 덕분에 운전자의 피로를 줄여줄 뿐 아니라 대형 디젤트럭의 심야 진입을 금지하는 지역에서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다. TCO면에서도 디젤보다 유리하다. 연료펌프의 경우 가스 엔진이 디젤보다 40% 더 저렴하다. 유로6 디젤 엔진에 필수적인 요소수나 입자필터 등도 필요없다. 그 만큼 정비비도 줄고 연료효율이 좋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도 CNG와 LNG가 디젤보다 저렴하다. 같은 거리를 주행했을 때 디젤 대비 20% 이상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이베코가 가스 트럭에 공을 들인다는 점은 제품 구성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통합 유압식 리타더(엔진 브레이크의 일종)와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등을 기본 적용하는 것. 높이 2m,  전체 10㎡에 달하는 캡 내부는 정숙성을 개선한 공조 시스템과 다양한 수납공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디젤트림과 동일하게 선택할 수 있다. 침대 역시 1~2인용의 배치가 가능하다. 틈새시장에 머물렀던 천연가스 트럭부문을 볼륨마켓으로 키우겠다는 게 회사 목표다.

 ▲바이오메탄, 새로운 물류 생태계의 열쇠 될까
 천연가스는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입자상물질, PM)가 가장 적게 나오는 화석연료다. 유로6 기준으로 천연가스 엔진의 배출가스량은 디젤과 비교해 NOx는 30%, PM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일반적으로 같은 기술 수준이라면 디젤 엔진이 더 적다. 연료 내 수소와 탄소의 함량비는 천연가스가 경유의 절반(경유 1:6, 천연가스 1:3)이지만, 연료효율이 좋은 디젤 엔진이 같은 거리를 주행한다면 가스 엔진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내뿜는다.

 국내에서도 디젤 엔진이 이산화탄소 관리면에서는 더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2013년 서울연구원이 정부에 제출한 '서울시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연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주행거리 1㎞ 당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CNG버스 965.9g, 디젤버스 747.4g으로 디젤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베코는 바이오메탄에 주목했다. 천연가스 엔진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한편, 바이오메탄을 중심으로 연료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운송의 전 분야에 걸쳐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큰 그림을 1990년대부터 그렸다. CNG와 LNG 등 천연가스는 매장 상태의 것을 채굴해 쓰기도 하지만 유기성 폐기물에서 나오는 가스를 정제, 생산할 수도 있다. 이른바 바이오메탄의 천연가스화(化)다.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친환경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유럽 물류시장이 대형 플릿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수백~수천 대의 대형 상용차를 보유한 운송업체들, 육상 물류운송의 주고객인 유통업체들에게 환경문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 생존문제와 직결해 있다. 여기에 유통업체들은 음식물쓰레기 등의 처리에도 관심이 많다.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해 연료를 만들고, 이를 운송분야에 투입한다면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오 가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물류업체들이 천연가스 상용차를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실제 프랑스 대형 유통그룹 페레노는 스트라리스 NP 출시와 함께 250대 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6,000대 이상의 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CNG트럭,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까
 스트라리스는 유럽시장에서 올해 4분기부터 판매한다. 강화된 유로6 규정에 따라 개발한 만큼 해당 규정을 적용하는 지역부터 공급한다. 한국은 아시아지역에서 유일하게 유로6 규정을 따르고 있는 나라다. 이베코코리아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중 스트라리스를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그러나 천연가스트럭의 출시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수요가 충분한 지, 운전자들이 CNG충전소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부터 우선 조사해야 한다는 것. 비싼 차값도 걸림돌이다. 선택품목과 특장작업에 따라 달라지지만 CNG트럭은 디젤트럭 대비 50% 이상 비싸다.

 올해 2월 기준 국내 CNG충전소는 196개 소, 충전기는 498개가 있다. 충전소의 절반에 해당하는 96개 소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지역 간 이동이 상용차의 특성이란 점을 고려하면 부족한 지방 충전인프라 역시 CNG트럭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을 철저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가 요동치면 국가 경제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큰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가솔린과 디젤, 천연가스, 대체에너지 등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연료에 집중하기보다 다각적인 에너지 활용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성이 큰 미덕인 상용차분야에서 이베코는 기술 개발을 통해 디젤에 준하는 경제성을 갖춘 천연가스 상용차를 시장에 내놨다. 유럽을 넘어 우리나라 상용차업계에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마드리드(스페인)=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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