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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PSA그룹이 '디젤 테크놀로지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80여 년을 갈고 닦은 PSA의 디젤 기술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일본에서 최초로 출시하는 푸조-시트로엥 및 DS의 디젤 라인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그 동안 일본은 유럽 및 미국에 비해 디젤차 보급이 뒤진 상황이었다. 이는 디젤 엔진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및 디젤차에 대한 증세 등 억제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디젤차의 기술혁신으로 배출가스는 줄고, 효율이 높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일본에선 전기차, 하이브리드카에 이은 '제3의 친환경차'로 '디젤열풍' 조짐마저 일고 있다. 한국이 미세먼지 및 폭스바겐게이트 등으로 디젤에 대한 억제정책을 펴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는 셈이다.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 날 PSA그룹은 디젤 라인업 소개와 함께 일본 훗카이도대학교 공학대학원 오가와 히데유키 교수와 함께하는 '디젤 토크쇼'를 마련했다. 오가와 교수는 지난 2002년 '디젤이 지구를 구한다'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와의 대화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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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중에게 디젤 엔진은 친환경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1998년, 당시 도쿄 도지사였던 이시하라는 디젤차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도 했다. 디젤은 정말 좋지 않은 엔진인가.
"(오가와 교수)당시에는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지 않았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디젤차가 도로를 채웠고 사람들은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그 이후 규제를 강화하면서 완성차 및 부품업체의 기술혁신으로 상황은 조금씩 개선됐으며 공기도 좋아졌다. 그럼에도 디젤차의 검은 매연 이미지는 여전하다. 깨끗한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던 디젤 승용차의 성장이 주춤하게 된 건 매우 유감스럽다"
-지난 2004년 저서 '디젤이 지구를 구한다'에서 일본에 디젤차를 더욱 보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는데 현재는 어떤지.
"그 동안 일본은 효율 및 성능 등에서 가솔린을 능가하는 디젤 엔진이 있었지만 과거 부정적 이미지로 규제가 엄격해져 그 기대가 꺾였다. 현재는 디젤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예전보다 크게 줄어 보급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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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당시 디젤차의 비중은.
"당시 디젤차는 미니밴이나 SUV를 중심으로 점유율이 전체의 6% 정도였다. 2000년대들어서 '디젤 NO' 정책 및 엄격해진 규제로 디젤차 수요가 2010년까지 거의 0%에 가까웠다. 2008년 일본에서 디젤차 재판매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일부 모델이 나왔다. 이어 2009년부터 친환경차에 세제혜택이 생기면서 디젤차가 6% 비율로 회복되는 중이다"
-일본에서 디젤차 선택의 폭이 좁은 이유는.
"일본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카에 보다 집중하고 있는 데다 디젤차를 개발하고 배기가스 기술에 대한 투자비가 많이 들어서다. 물론 하이브리드카 역시 비슷한 수준의 기술개발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 완성차는 하이브리드카를, 유럽은 디젤차를 택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디젤 퇴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기에 디젤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디젤은 가솔린 대비 효율이 좋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연료가 되는 디젤 그 자체도 제조공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적어 지구온난화 예방 역할도 한다. 둘째, 일본은 원유를 정제할 때 가솔린 생산량에 비례해 디젤도 생산한다. 그러나 승용차는 대부분 가솔린에 의존하고 있으며, 상용차에서만 디젤을 소비하고 나머지는 수출한다. 디젤차의 보급은 석유제품에 있어 에너지 수급 밸런스의 정상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셋째, 에너지 다양성 측면에서도 디젤차를 보급해야 한다. EV, PHEV. FCEV 등과 같은 친환경차가 등장하지만 자동차용 에너지는 여전히 액체연료가 가장 적합하다. 배터리의 경우 무게와 부피, 자동차 자체의 에너지 효율면에선 현재까지 불리한 조건이다. 지금부터 10년 앞을 생각한다면 디젤의 역할은 매우 크다. EV, FCV 등도 모두 향후 기술개발이 기대되지만 앞으로 수십 년간은 액체에너지차를 대체하기 어렵다. 게다가 연료적인 측면에서도 디젤은 안전성이 높다. 가솔린은 휴대하기 어렵지만 디젤은 플라스틱통에 담아 보관, 운반이 가능해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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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젤 엔진은 질소산화물 감소를 위해 SCR을 단다. 획기적인 시스템인데 왜 일본 브랜드에서는 도입하지 않는지.
"SCR 사용 여부는 각 메이커의 기술에 대한 정책에 따라 다르다. LNT 방식의 경우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편리함 때문에 10년 전까지만 해도 소형차에 주로 적용했으나 일본 브랜드들은 LNT를 쓸 경우 발생하는 희토류에 대한 비용문제로 채택하지 않았다. 또 LNT는 디젤이 가진 효율의 장점을 희석시키는 단점이 있어 일본 메이커가 디젤이 아닌 하이브리드를 지향했다. 반면 SCR은 요소수를 운전자가 구입해 보충하는 단점이 있지만 교환시기가 엔진오일과 비슷해 실용성이 매우 높다"
-운전자 입장에서 디젤차를 운행하는 소감은.
"현재 거주하는 홋카이도 삿뽀로에서 시루토코까지 거리가 편도 500㎞, 왕복 1,000㎞인데 보유중인 디젤차는 중간에 주유하지 않아도 왕복 주행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카는 진보한 기술이지만 한편으로 기존에 없던 걸 장착해야 하는 반면 무게 증가, 공간확보면에서 보면 매우 큰 손실이다. 필요한 것 외의 것을 추가하지 않고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면 그 것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하이브리드카는 시내주행에서 유리하지만 고속주행 시에 다소 불리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디젤은 가장 효율면에서 시내와 고속주행에서 밸런스가 좋으며, 어떤 주행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운전자도 만족시킬 수 있다"
도쿄=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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