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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차는 BMW 640d x드라이브 그란 쿠페다. 평소 궁금하기도 했고, 역동적인 디자인에 시선을 빼앗겼던 차이기도 하다. 더구나 전에 BMW X5 M50d를 시승했던 짜릿한 감각이 아직 몸 속에 남아 있어 성능에 대한 기대감도 생긴다. 또한 내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억!' 소리 나는 차라니 시승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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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시승차가 눈앞에 도착한 순간 들었던 첫 느낌은 '멋지다'였다. 5m가 조금 넘는 길이에 차체가 낮아 훨씬 더 길어 보이는 유려한 라인은 6시리즈만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됐는데, 외관상으로는 펜더 부분과 20인치 휠에 작은 M로고가 들어간 정도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M스포츠 패키지는 진짜가 아닌 'M' 흉내를 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리 흥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부분 변경된 디자인은 언제 보아도 시선을 끌어당긴다. 특히 우아하게 선을 그리며 완성된 쿠페 라인을 보고 있으면 뿌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은 차종에 따라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스포티하게, 때로는 귀엽게 얼굴을 만들어가는 매력이 있다. 여기서는 쿠페형 디자인과 어울리는 스포티한 인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 "이 좌우 대칭인 키드니 그릴로 언제까지 차의 얼굴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란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한계가 오지 않을까 했는데 차종별로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는 모습이 이제는 재미있기까지 하다.
실내에 들어가 보면 굳이 BMW 로고가 있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BMW스럽다. 10.2인치 모니터에서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서라운드 뷰 시스템과 좌우 전방까지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다.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각종 편의 품목으로 무장돼 있다. 단, 내비게이션만 빼고…. 내비게이션 조작이 불편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닐뿐더러 개선의 여지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통풍 기능이 들어간 컴포트 시트로 교체돼 체형에 맞게 시트를 완벽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이것 역시 가격을 보면 당연한 것이어서 패스. 일단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다. 운전할 때 손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앞서 말했듯 외관에서 보이는 M로고는 진짜 M이 아니지만 스티어링 휠을 비롯한 실내에서의 M로고는 내리기 전까지 진짜 M을 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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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및 승차감
나는 5년 째 대형 SUV를 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낮은 차를 타려니 뭔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내 SUV보다 긴 차를 운전하려면 좀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몰아보니 금방 적응이 될 정도로 운전이 편안하다. 낮은 차체는 흡사 스포츠카의 느낌과 비슷하고 2,993㏄ 배기량이 뿜어내는 최고 313마력, 최대 64.3㎏.m의 토크,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5.2초는 성능 불만을 원천 제거하는 것 같다. 게다가 차체가 낮아 스포츠카가 그렇듯 과속 방지턱 앞에서 조심히(?) 넘어야 될 것 같은 걱정마저 들었지만 어지간한 방지턱은 별 문제되지 않았다.
물론 주행 시 노면의 상태가 엉덩이에 전해지긴 하는데 상당히 완화된 느낌이다. 요즘 고급 대형세단 중에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방지턱과 같은 장애물을 넘어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충격이 거의 전해지지 않는 차들도 있다. 엄청나게 진보한 기술이지만 난 아직 내가 상황에 맞게 대처하며 운전해 가는 것이 더 좋다. 이런 게 운전의 재미이고, 내 차를 길들여 가는 맛인데, 완벽하게 모든 것을 차가 알아서 조정하면 차에 사람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이번 시승차는 이런 내 생각과 뜻을 함께하는 듯 운전하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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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차를 받아 정체가 심한 서울 시내를 여기저기 다녔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인천 공항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가속 페달을 제대로 밟아 볼 수 있었다. 역시 발끝에서부터 그란 쿠페의 스포티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주행은 연료효율을 최대화하는 에코모드와 편안한 컴포트 모드, 민첩성이 증가하는 스포츠모드, 스포츠플러스모드로 선택이 가능하다. 각 모드의 역할에 맞는 충실한 움직임은 물론이다. 앞서 X5 M50d를 시승했을 때도 언급한 바 있지만 요즘 나오는 프리미엄 제품에는 스포츠모드가 많이 적용된다. 하지만 BMW만큼 스포츠모드를 제대로 구현하는 차는 많지 않다. 무늬만 스포츠모드인 차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시승차의 경우 절제돼 있던 힘이 느껴지고, 가속감 또한 월등히 좋아지며, 고속시에도 안정감이 따라온다. 스포츠플러스모드로 바꾸는 순간 모든 것이 봉인 해제되는데, 오롯이 운전자에게 모든 상황을 맡기는 야생마와 같다. 비록 이번 시승차가 진짜 M 버전도 아니고 M50d가 아닐지라도 운전자에게 다이내믹한 주행과 짜릿함을 선사하는 데는 충분하다. 아니, M버전은 그 성능이 과할 정도로 넘쳐 초현실적인 반면 이 차는 현실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성능 좋은 차의 기준을 정확히 채우는 느낌이다.
차체가 낮고 사륜구동인 x드라이브인 만큼 코너링에서도 뛰어난 안정성을 보인다. 급커브 시에도 뒤뚱거리다 자세를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안정감 있게 돌아나간다. 공인 연비는 12.8㎞/ℓ이고, 3박4일 동안 200㎞ 정도 운행한 실제 효율은 10.7㎞/ℓ가 나왔다. 차가 막히는 주말, 그리고 스포츠모드를 자주 사용하며 운행했음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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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이 차는 그란 쿠페가 가진 멋스러움과 성능까지 제대로 구현한 제품이 분명하다. 그래서 잠시 '내 차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내와 아이를 태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요일, 가족과 함께 외출을 했다. 일단 4도어 쿠페 디자인의 특성상 뒷좌석 헤드룸이 낮아 키가 큰 사람은 불편할 것으로 생각했다. 솔직히 내가 앉았을 때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지만 카시트를 설치하고 26개월 된 아이를 태운 후 아이의 옆자리에(나보다 키가 큰) 아내가 앉았는데 역시나 지붕이 낮다는 얘기를 제일 먼저 한다. 그리고 중간 통로가 막혀 있어 짧은 치마는 불편하며, 비오는 날 긴 우산을 접어놓을 데도 없다는 말을 했다.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단점들이다.
내 차는 아니지만 뒷좌석의 단점을 만회해보려고 스포츠모드로 바꿔보았다. 그 순간 애가 탔는데 뭐하는 거냐며 뒤에서 막 뭐라고 한다. 뒤에 앉은 아내가 갑자기 달라진 속도감에 바로 반응을 하는데, 역시 스포츠모드는 제대로 구현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아내와 아이를 생각해서 에코모드 또는 컴포트모드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차의 단점이 드러났다기보다 내가 용도에 맞지 않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BMW 640d x드라이브 그란 쿠페는 누군가를 태우고 모시는 차가 아닌 운전자가 스포티한 주행감각과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차다. 그래서 아내가 이 차를 타면 내가 느꼈던 짜릿함을 느끼며 '오빠, 이 차 멋있다!'라는 말을 할 것으로 여겼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이 차를 타고 싶어도 못타는 것이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가족과 함께 탈 수 있는 차가 아니라는 핑계를 먼저 말할 수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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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개그맨,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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