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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강용묵 교수, 배터리 밀도 높이는데 성공
"EV의 주행거리가 10년 후 내연기관에 버금가거나 앞선다면 소비자들의 선택도 달라질 겁니다." 동국대학교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부 강용묵 교수의 말이다. 강 교수는 이어 "우리가 개발한 배터리가 실제 자동차에 활용돼 사용자가 만족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지난 17일 동국대학교 신공학관에서 강용묵 교수를 만났다. 비교적 앳된 얼굴인 강 교수는 최근 배터리 분야에서 주목받는 젊은 학자 중 한 명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신소재 분야를 공부한 후 삼성 SDI 및 공주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국대학교 융합에너신소재공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후학 양성 및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는 영국왕립화학회 한국대표로 선정됐을 만큼 신소재 분야에선 주목받는 연구자다.
그의 주력 연구 분야는 배터리 소재다. 흔히 말하는 리튬이온배터리, 니켈수소 배터리 등 전기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물질을 발굴, 배터리의 밀도와 효율을 높이는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얻어진 성과는 모든 전자제품의 수명과 성능, 효율을 향상시키는 일에 활용된다. 그리고 전자제품 중에는 강 교수가 생각하는 전기자동차, 즉 EV도 포함된다.
강 교수에게 EV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물론 전통적인 운송수단, 즉 '비히클(Vehicle)'은 여전히 기계 분야지만 적어도 '비히클'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전기라는 점에서 '비히클' 앞의 '일렉트릭(Electric)'은 그의 연구 과제다.
현재 EV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는 바로 '리튬'이다. 그러나 리튬 소재 배터리는 여전히 가격이 비싸고, 무거운 게 단점이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 자동차가 50ℓ 연료탱크에 50ℓ를 가득 채우고 500㎞를 간다면, 리튬소재 배터리는 50㎾h의 전력을 모두 충전해도 200㎞ 밖에 주행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주행거리가 내연기관의 30%에 불과한 셈이다. 게다가 연료를 채우는 시간도 기름은 5분이면 충분하지만 전기차는 40분 이상(급속충전기 기준)이 걸리고, 충전할 곳도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리튬 소재 배터리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먼저 충전 속도다. 휘발유를 채우는 것만큼 에너지 재충전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해서다. 지난 5월 카이스트 EEWD대학원 강정구.김용훈 교수팀이 스마트폰 충전 시간을 20초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EV에 적용하면 충전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지금의 불편함도 개선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리튬 소재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연구다. 예를 들어 지금의 기술이 50㎾h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해 200㎞를 간다면 같은 크기의 배터리에 소재를 더 많이 넣어 100㎾h로 늘리는 일이다. 물론 이 경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세 번째는 새로운 물질의 발굴이다. 리튬 소재가 비싼 만큼 이를 대체할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 배터리에 적용한다면 가격이 크게 떨어져 EV 구매 장벽인 '고가(高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이 가운데 강용묵 교수가 주목한 것은 두 번째, 즉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연구다. 물론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앞서 언급한대로 더 많은 리튬 소재를 넣으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무게 부담도 커져 EV의 ㎾h당 주행 가능 거리, 즉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1회 주유 후 멀리 가겠다고 연료탱크를 키워 기름을 많이 싣고 가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BMW가 배터리의 에너지밀도, 다시 말해 더 많은 소재를 저장하는데 성공해 i3 94Ah 버전을 내놓은 것도 리튬소재 배터리의 함량을 늘려 에너지밀도를 높인 결과다. 무게는 일부 증가했지만 같은 크기의 배터리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160㎞ 가량 늘려 1회 최장 주행거리를 300㎞로 확대했다.
그런데 강 교수는 소재를 많이 넣어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방식의 한계를 파고들었다. 리튬배터리의 음극 소재인 실리콘계 소재의 구조의 변형 방지 방법을 찾아낸 것. 그는 "음극 소재로 실리콘 물질인 그래핀을 사용하면 에너지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지만 화학적 구조가 무너져 그 동안 사용이 어려웠다"며 "어떻게 하면 그래핀의 화학적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도파민을 이용하면 그래핀 산화물의 화학적 구조가 유지된다는 점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의 안정화를 이뤄내 배터리의 전압을 높일 수 있었고, 덕분에 에너지밀도가 향상돼 전력의 저장능력이 향상됐다는 뜻이다. 강 교수가 해당 기술을 발표했을 때 '1회 충전으로 서울~부산 주행 가능'이란 제목이 붙은 것도 전력 저장능력이 개선된 점에서 비롯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배터리가 글로벌 주요 완성차의 핵심 부품에 포함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이번 기술은 상용화를 전제로 개발한 것이어서 현재 중소기업에 기술 이전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EV 시대는 열릴 것이고, EV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배터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1회 충전으로 장거리 이동을 원하면 원할수록 배터리가 답이 될 수밖에 없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는 "과거 어떤 연구 아이디어가 떠올라 특허망을 살펴봤더니 일본이 이미 오래 전에 선점한 것도 있었다"며 "사람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나직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생각은 다르지 않을지라도 누가 먼저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만큼 젊은 연구자들의 다양한 생각이 주목받는 연구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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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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