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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펼치는 효율과의 전쟁은 자동차가 만들어진 이후 쉼 없이 펼쳐져 왔다. 단 0.1%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한 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차이는 공장에서 발생한다. 세계적으로 배기가스와 효율에 관한 규정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최종 설계에서 불필요한 중량을 덜어낼 수 있는 아주 작은 부품까지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에너지국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후원하는 포드자동차와 마그나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컨셉트카 '다중 소재 경량 자동차(Multi-Material Lightweight Vehicle, MMLV)'는 중량이 기존 대비 25% 가까이 줄면서 효율은 15~20%까지 향상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획기적인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차체를 알루미늄 구조로 하고, 탄소 섬유와 마그네슘 그리고 티타늄 소재를 차체 곳곳에 대거 사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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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MMLV를 이루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본지는 산업용 고성능 소재의 설계 및 제조분야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 생고뱅의 전문가에게 MMLV 원칙을 적용하려는 완성차업체의 과제를 직접 물어봤다.
-단기적인 중량 감소는 어떤 위험을 가져오나
"(자동차 섀시 및 파워트레인 담당 크리스 니데스)는 우리는 다중 소재 자동차가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도 알리고 싶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컬럼, 도어 힌지 또는 모터 스테이터과 같은 시스템 내부의 한정된 공간에 다중 소재를 사용하면 부식 속도가 빨라져 단 시간에 고가 부품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중량 감소라는 이점이 무의미해진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익스테리어 글로벌마켓 매니저 한스 위르겐 예거)도어 힌지의 경우 강철과 알루미늄이 비좁은 공간에서 상호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은 음극 역할을 하는 힌지 스트랩(알루미늄)과 양극 역할을 하는 베어링과 핀(주로 강철 또는 강철 성분), 그리고 전해질이 만나 배터리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부식이 가속화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그렇다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크리스 니데스)우리는 자동차 부품에 다중 소재를 이용하는 문제와 이러한 소재가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 지에 대해 연구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 왔다. 스티어링 컬럼, 도어 힌지, 전기 모터 스테이터 마운트와 같은 특정 부분에 획기적으로 작으면서도 중요한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그렇게 된다면 전체 메커니즘의 성능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추가 설명을 부탁한다
"(한스 위르겐 예거)예를 들어 접이식 스티어링 컬럼은 강철을 알루미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구조여서 경량화에 적합하다. 이를 위해 우리의 경우 고품질의 탄소강과 합금 톨러런스 링을 설계했는데, 이 부품은 서로 짝을 이루는 부품 간 결합을 최적화하기 위한 것으로 실질적인 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서로 다른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중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편, 생고뱅은 설계 변경이 소음도 감소시킨다고 설명한다. 특수 개발된 톨러런스 링을 사용, 스티어링 샤프트 간의 작은 틈도 허용되지 않기에 진동이 줄어 내부 소음을 없앨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최근 생산되는 자동차에는 전기 모터가 25개까지 들어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각각의 모터에서 25배만큼의 중량 감소 효과가 있다고 생고뱅은 덧붙였다. 결국 차량 무게도 훨씬 가벼워지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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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를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은 자동차 도어 힌지다. 차에는 도어, 트렁크, 보닛, 오버헤드 캐노피 입구 등에 많은 힌지가 있는데 결과적으로 중량을 줄일 여지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한스 위르겐 예거는 "힌지 부분에 있어 자동차 제조업체와 공급업체는 이제 순수 강철 부품만 사용할 때와 비교해 총 부품 중량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고, 이러한 부품에 사용되는 베어링은 도어를 보다 더 부드럽게 열고 닫을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다중 소재 자동차는 미래차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고뱅은 강조한다. 그러나 무게 문제에만 집착한다면 앞서 말한 부식이나 녹과 같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완성차 입장에서는 더 큰 그림을 이해하는 파트너사와 함께 가장 작고 복잡한 세부사항에 대해 더 많이 협의하고 파고 든다면 이상적인 '미래의 차'를 만드는 데 한 걸음 더 다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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