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화 “지금 정말 행복해, 그런데 더 행복해지고 싶다”

입력 2016-09-12 13:39  


[배계현 기자] 16년이라는 세월을 MBC 아나운서로 보낸 김경화. 1년 전 프리랜서 선언은 그에게 또 다른 삶의 시작을 예고했다.

한 회사의 직원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여자 김경화로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에 한 번 놀라고 인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두 번 놀랐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면, 어쩌면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지금이 그의 빛나는 청춘 아닐까.

Q.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방송으로는 MBN에서 진행되는 ‘아궁이’에서 MC를 맡고 있어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방송 홍보 때문에 잠실에서 시구도 했었죠. 여러 가지 방송 더빙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팟캐스트에서 영어 방송인 ‘잉글리피싱’ 시즌2를 시작해요. 시즌1은 오디오로만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동영상을 통해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사실 수익이 있는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제 돈 들여서 하고 있는데 재미삼아 시작했다가 정말 재미가 있어서 계속 하게 됐어요. 그리고 개강을 해서 연세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고요.

Q. 구독자라고 하나요? 많이 늘어나셨어요?

팟빵, 팟캐스트만 했었는데요 전체 7천개 중에 3백 초반 대까지 올라갔었어요. 몇 달도 안됐는데 상위에 올라가서 정말 좋더라고요. 한, 두 달 동안 방학하고 시즌2로 업그레이드 됐는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서 올라가야죠.

Q. 작년 8월에 프리 선언을 하시고 갓 1년이 지났어요. 어떠세요? 소감이랄까.

안 좋았던 순간이 없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굉장히 신났어요. 하하.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예를 들면 밤에 갑자기 영화나 드라마를 몰아서 본다거나 하는 거요. 사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굉장히 오래된 것처럼 느껴져요. 지금은 다 재미있고 좋아요. 요즘에 연기도 배우러 다니거든요. 재미있어요.

Q. 원래부터 욕심이 있으셨나 봐요.

그런가 봐요. 하하. 회사에 다닐 때는 누구나 그렇듯이 그저 상사한테 잘 보이고 제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나요.


Q. 프리 선언 이후 자녀분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아요.

사실 회사 다닐 때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더 없는 것 같기도 해요. 하하. 그래도 아침 등교도 다 챙겨줄 수 있고 오후에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거나 라이드 해주는 것 등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해요. 아이들은 제가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올 수 있는 상황이 돼서 정말 좋아하죠.

Q. 지금 5학년과 2학년, 두 딸의 엄마세요. 예전에 책도 내셨는데 자녀 교육에 대한 철학이 궁금해요.

사실은 엄한 엄마에 속해요. 하지만 사랑을 많이 주는 엄마이고 싶어요. 모든 엄마가 원하겠지만요. 평소에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뽀뽀도 많이 해주고 포옹도 많이 해요. 그런데 잘못한 일이 있으면 엄청 무서운 엄마로 돌변하죠. 훈육은 어렸을 때부터 잘 지켜온 것 같아요. 무서운 모습이 있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많이 좋아해줘서 다행이에요. 제가 집에 들어가면 아이돌 급으로 환영을 받거든요.(웃음)

Q. 혹시 치맛바람도 있으세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심했어요. 휴가를 내서라도 각종 모임에 다 나갔어요. 심지어 5년 연속으로 녹색 어머니도 하고 학년 대표 학부모를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부질없더라고요. 엄마들의 소셜라이징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Q. 성적도 많이 신경 쓰시나 봐요.

많이 신경 써요. 아이들이 공부를 엄청 잘하는 건 아닌데 잘 따라와 주는 편이에요. 제가 미취학 아동 언어교육 습관에 대한 책을 썼잖아요. 결국 공부는 자기 혼자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남들 다하는 학습지도 아직 안 시켰어요. 학원은 보내는데 대신 집에서 공부를 하는 편이에요. 문제집 한 권을 풀면 포인트를 주는데 그걸 모아서 자기들 필요한 곳에 쓰기도 하고요.

Q. 아나운서 시절부터 영어를 굉장히 잘하셨잖아요. 지금도 영어 컨텐츠를 만들고 계시고요.

사실 국내파에요. ‘학원발’이죠. 하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는데 엄마가 안 보내주시는 거예요. 그때 인신매매가 유행이었는데 제 키가 163이었거든요. 위험하다고 생각하셔서 반대하시다가 6학년 때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냥 재미있고 잘 외워지더라고요. 대학교에 가서 1년 동안 교환학생을 다녀왔어요. 교환학생은 실제 대학교 친구들과 수업을 듣잖아요. 그때 도움이 되게 많이 된 것 같아요. 어릴 때 배운 것 갖고 지금까지 써먹고 있는 거죠. 하하.


Q. 운동은 언제 그렇게 열심히 하셨어요? SNS도 그렇고 매거진 화보에서도 완벽한 복근을 봤어요.

사실 계속 해 오긴 했어요. 어느 날 옷을 갈아입는데 거울에 물개 한 마리가 앉아있는 거예요. 너무 깜짝 놀랐죠. 방심한 사이에 조금씩 살이 쪘더라고요. 가족 모두 연 초에 올해의 목표를 세워요. 그때 애플힙과 복근 만들기를 목표로 세웠어요. 얼마 전에 매거진에서 헬스 화보를 찍었는데 그거 때문에 좀 더 섬세하게 만들었죠. 전문적인 운동을 했다기보다 골고루 운동을 했어요.

Q. 맞아요, SNS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SNS는 회사 그만두고 시작했어요. 보디 프로필, 보디 화보 찍으면서 그것 때문에 몸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저를 보고 자극 받아서 실천하고 있다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있죠. 그 반응이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거잖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어요.

Q. 정말 멋있는 워킹맘이세요. 가정과 일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일단 어느 부분은 손을 놔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요리를 손 놨어요. 하하. 대신 아이들 교육만큼은 책임졌죠. 그리고 사실 남편이 많이 도와줘요. 시장도 봐주고 주말에 요리도 해주고요. 제가 워낙 활동적이라 집에만 있으면 병날지도 모른다는 걸 안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Q. 사실 요즘 아나운서들은 몇 년 회사를 다니다가 자연스럽게 프리 선언을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다소 늦은 프리 선언이었어요.

네, 요즘은 방송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프리랜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사실 프리랜서를 할 생각이 없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계기가 있었어요. 미국에 있는 제 동생 영향이 컸죠. 원래는 국문학 전공인데 갑자기 어카운팅, 회계를 공부하고 싶다는 거예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회계 공무원을 12년 동안 했어요. 미국도 공무원에 대한 혜택이나 복지가 정말 좋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되고 싶다고 회사를 그만 두는 거예요. 내년이면 나이 제한에 걸려서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요. 저는 정말 충격이었죠.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연봉도 훨씬 적고 힘든 일을 선택하는 거잖아요. 그걸 보고 느꼈죠. 내가 만약 100살까지 산다면 20대, 30대는 아나운서로서 잘 살아온 것 같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을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았나 봐요. 너무 두려워말고 한 번 해보자 싶었어요.
 
Q. 방송국이 그립지는 않으세요?

MBC는 제 청춘이었어요. 23살에 입사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곳이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추억이나 감상은 분명히 있어요. 정말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았는데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게 다른 곳이 아니라 MBC여서 정말 많이 감사해요. 그리고 워낙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았잖아요. 사실 손석희 선배님이 저를 뽑아주셨어요. 면접 때 질문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저는 재수, 삼수를 계속 했을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좋은 감정이 많아요.  지금 그때와 비교해보면 조금 성장해 있는 것 같고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할 게 남았죠.

Q. 지금도 충분히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앞으로는 조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너무 많이 벌려놨잖아요. 제가 90살까지는 일을 할 거거든요. 하하. 궁극적으로는 작가생활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방송과 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Q. 정말 에너지 넘치는 인생을 살고 계세요. 원동력이 뭘까요?

기질인 것 같아요. 하하. 다른 생활이 평안해서 그럴 수도 있고요. 밖에 나가서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아이들이 잘 커주고 있고 사랑을 많이 주고받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원래 에너지가 많기는 했어요.(웃음)

Q. 이제 본격적인 아나테이너의 시작이에요. 대중에게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요.

사실 제가 방송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실제 저의 모습이 거리가 있었더라고요. 화면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얌전하고 밝은 그런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끔 게스트로 방송을 하면 주위에서 좋은 의미로 의외다, 이런 성격인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물로 조금 더 캐릭터를 잡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하나로 규정짓기는 힘들겠지만 김경화를 떠올렸을 때 세련된 품격 갖췄지만 친근한 매력이 있는 사람으로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진행도 좋고 게스트도 좋아요. 저를 보여드릴 수 있는 장과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기획 진행: 배계현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양
의상: 듀이듀이, 레미떼
슈즈: 라니아로즈
주얼리: 젬케이
헤어: 정샘물 이스트점 이혜진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점 서윤 팀장
장소: 스튜디오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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