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를 뜻하는 '톱 티어(Top-tier)'는 한국타이어가 항상 강조하고 갈망하는 단어다. 어찌보면 국내 최초이자 국내 1위 타이어기업으로 세계 시장에서 톱클래스의 안착은 당연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8일 대전에서 한국타이어 신축 중앙연구소인 '테크노돔'의 준공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국내 1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한국타이어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현지 국가의 외신기자도 다수 참석해 높은 취재열기를 보였다. 이날 진행된 조현범 사장의 프레젠테이션과 연구소 투어를 경험하면서 테크노돔 완공이 단순한 기업의 연구시설 확충이 아닌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존재감을 글로벌 시장에 본격 알리는 시발점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조현범 사장의 테크노돔 소개에서 가장 시선을 끌어당긴 부분은 건축 디자인이다. 애플의 신사옥과 애플 스토어를 디자인한 노만 포스터라는 세계적인 거장이 설립한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참여한 것. 실제로 건물 전경과 실내 곳곳에서 애플의 기업 이미지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가 강조하는 것은 신축연구소로 기대되는 기업문화의 변화다. 창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구성원들의 소통과 교류를 극대화 하겠다는 의지다.
국내 유일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타이어 소음테스트 실험실' 등 기업의 연구센터에 당연히 있을법한 시설도 시설이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을 위한 숙박시설과 라운지, 피트니스 센터, 한의원과 심지어 심리치료실 등의 시설에 눈길이 갔다. 한 마디로 과거 수직적인 기업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인간 중심의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일하기 좋은 시설, 환경 등은 기업의 내부경쟁력 향상 뿐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내는 것이 사실이다. 구글이 꿈의 직장이라는 칭호를 듣는 것도 근무 시설과 환경이 큰 일조를 했다. 때문에 이번 테크노돔 공개를 통해 구글 혹은 애플과 같은 일터를 만들고자, 혹은 완성했다는 한국타이어의 자부심을 얼핏 엿볼 수 있었다.
사실 타이어 회사가 제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방법은 의외로 많지 않다. 대부분의 제조사가 내구성, 승차감, 연료효율성 등 기술력을 내세우지만 '타이어=검정색의 동그란 자동차 부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과거와 달리 글로벌 타이어 브랜드 간 기술력과 품질차이가 점차 좁혀지는 추세여서 기술력을 어필하는 마케팅 메세지가 제대로 전달되는 경우도 드물다. 그래서 모터스포츠에 매진하지만 국내는 자동차경주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늘 고민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타이어의 마케팅 행보가 눈에 띄고 있다. 지난해 현대카드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유럽 최고의 프로축구 명문구단인 스페인 레알마드리드와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즉,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토대로 이제는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겠다는 공격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테크노돔의 대대적인 공개도 단순히 기업의 연구기반의 확충을 드러내려 한 것은 아니다. 무언가 그 이상의 마케팅 메세지를 전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글 및 애플과 같은 타이어계의 혁신적인 기업으로 대중과 시장에 각인되겠다는 의도 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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