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친환경차 의무판매는 강매 제도일 뿐

입력 2016-10-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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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더뎌 내놓은 대책이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국내 상황을 무시한 채 제도만 먼저 도입하려는 무리한 시도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전기차 보급 부진은 판매할 제품이 없는 게 아니라 구입할 소비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문제가 아님에도 의무 판매제 도입을 밀어 붙이면 정부가 관용차 전부를 바꾸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의 의무제 도입 배경은 미국이다. 미국이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각국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및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친환경차 인센티브(혜택)가 다른 상황에서 '의무판매' 자체만 벤치마킹하려는 발상은 당국의 정책 목표달성의 책임을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같다. 
  
 정부는 당초 올해 전기차 1만대 보급 목표를 설정했지만 9월까지 2,400여대에 그쳤다. 원래는 8,000대를 목표로 삼았지만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일환으로 1만대로 올린 것이다. 시장 수요와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없이 오로지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성급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2020년까지 전기차 누적판매도 20만대에서 25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충전 인프라 확대 투자는 부진한 상황에서 목표만 높이 잡는 셈이다. 
 

 정부는 저유가와 노조 파업으로 인한 현대차 아이오닉의 출고 지연 등이 올해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하나 같이 부족한 충전인프라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 나아가 정부의 진정성 없는 전기차 보급 의지 등을 원인으로 계속해서 꼽고 있다.
 
 실제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인 국가들의 전기차 보급 속도는 우리와 달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각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자동차 시장은 한국의 10배 크지만 전기차 보급은 30배 이상 높다.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3배 큰 규모의 시장이지만 전기차는 판매 차이는 6배에 이른다. 전기차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올해 전기차 보급속도가 지난해보다 2배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각국의 충전 인프라기 각국의 높은 전기차 보급률을 뒷받침해 준다. 미국은 6.6대 당 1개의 충전기가, 일본은 3.2대, 중국은 3.8대다. 반면 한국은 무려 17.1대 당 하나다. 전기차의 천국이라 불리는 노르웨이는 전기차 8.6대당 충전기 하나가 있다.

 친환경차 확대 보급을 외치는 정부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항상 의문부호가 따라온다. 보급 확대를 외치면서 뚜렷한 대책 없이 관련 예산은 삭감하기 때문이다. 실제 환경부는 내년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1만5,000대분만 책정했다. 심지어 개인용 완속 충전기 지원금은 지난해 600만원에서 올해 400만원으로 줄였으며 이마저 내년에는 다시 300만원으로 아낀다는 방침이다.


 아직 전기차 등 친환경차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쌍용차 및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의무제가 도입된다면 형평성에 있어 불만을 토로할 수 밖에 없다. 충분한 제품이 갖춰 진다해도 특별한 인센티브없이 시장에서 제품을 무작정 반긴다는 확신도 없다.

 전기차를 필두로 하는 친환경차 보급은 '돈' 문제로 귀결된다. 충전 인프라 확산도, 각종 구매 인센티브도, 세제혜택 모두가 결국은 비용이다. 친환경차 보급 활성화와 관련된 정책 토론회가 있어 왔지만 항상 이 '돈'을 좌지우지 하는 기획재정부가 참여하지 않아 항상 의아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친환경차 보급 확산을 희망한다면, 그들의 주장대로 미세먼지확산 방지를 위해 전기차 보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일부 부처가 아닌 모든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진짜 방안을 내놓아야하지 않을까? 강매(強賣)에 의존하지 않고 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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