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BMW에게 'x드라이브'란 '퍼포먼스'

입력 2016-11-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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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륜구동 시스템이 SUV 같은 덩치 큰 차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단지 '험로 주파를 위한 무거운 장치'란 이미지가 강했던 탓이다. 그러나 수입차를 중심으로 세단에 적용되면서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고 국산차 업계의 중점 개발 분야로도 부상했다. 






 BMW 역시 4륜구동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BMW는 1985년 출시한 2세대 3시리즈 알라드(Allrad)를 시작으로 4륜구동을 탑재했다. 앞뒤 37:63 비율로 구동력을 배분하는 기계식 장치로, 트랜스퍼케이스와 뒤 디퍼런셜에 비스커스 커플링을 장착해 회전차에 대응했다. 이어 1991년 선보인 525iX는 앞뒤 36:64의 전자식 컨트롤 시스템을 처음 적용했으며, 1999년엔 첫 SUV인 X5 내놓으면서 DSC, ADB-X, HDC 등의 전자장치를 더해 주행안정성을 높였다.

 2003년 출시한 컴팩트 SUV X3부터는 'x드라이브'란 명칭을 부여했다. 40:60을 기본으로 필요할 때 '0:100', '100:0'까지 구동력을 달리하는 인텔리전트 4륜구동이다. DSC 정보를 125㎳ 이내로 실시간 모니터링(선회 각도 가속페달 위치, 횡가속 등)하면서 작동한다. 구동력을 잃어야 개입하는 기존과는 달리 언더 오버스티어 위험성을 감지하면 즉시 구동력을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주요 제품으로 장착을 확대한 데 이어 좌우 구동력을 나누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과 친환경차의 모터를 활용한 4륜구동 등을 개발하면서 진화해 왔다. x드라이브의 현재를 경험하기 위해 강원도 홍천 소남이섬 일대에 마련된 시승회에 참가했다.






 첫 순서는 X5와 달리는 인공 장애물 구간이다. 롤러, 언덕경사로, 테라포드의 세 장애물로 구성했다. 안전을 위해 인스트럭터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참가자가 직접 탈출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먼저 롤러는 조수석쪽 뒷바퀴를 제외한 모든 바퀴의 구동력을 뺏는다. 세 바퀴가 롤러에 갇혀 헛도는 동안 단 하나의 바퀴가 지면에 구동력을 전달해 탈출했다. 여기엔 ASC(Automatic Stability Control)의 즉각적인 개입이 숨어있다. 센서가 미끄러운 노면을 감지하면 엔진 출력과 브레이크를 제어해 마찰력이 높은 쪽에 구동력을 실어준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다.






 언덕 경사로는 오를수록 진입각이 커지면서 전방 시야는 하늘로 가득 차는데 이르렀다. 역시 일반적인 경사는 아니었다. 스티어링 휠 조작없이 직진만 하면 되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블라인드 상태라 꽤나 무서웠다. 이어진 내리막 역시 차가 앞으로 구를 것 같은 각도이지만 내리막저속주행장치인 HDC(Hill Descent Control)의 도움을 받아 안정적으로 극복했다. HDC는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조작없이 가속을 억제하는 장치로, 시속 8~25㎞ 내에서 설정이 가능하다.






 테라포드는 서스펜션의 상쇄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시소같이 생긴 구조물에 진입하다보면 무게중심 변화에 따라 앞쪽이 기울어지면서 결국 충격이 발생하는데, 2t이 넘는 차체와 위치 에너지가 만든 충격량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만큼 서스펜션의 상쇄력, 차체 강성이 뒷받침된다는 의미다.






 다음은 온·오프로드 주행에 나섰다. X1부터 X6까지 다양한 제품군이 시승차로 마련됐다. 이 가운데 오른 차는 X6 M50d x드라이브로, SUV와 쿠페의 역동성을 결합한 고성능 크로스오버다. BMW의 온로드 주행 성능은 이미 세단과 쿠페 등을 통해 정평이 나있다. 한 발 빠른 가속력과 후륜구동을 바탕으로 한 핸들링은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X6 역시 디젤차임에도 불구하고 날랜 움직임을 보였다.

 시승의 하이라이트인 비포장길에서 들어서자 뒷바퀴의 미끄러짐이 보다 확실히 전해진다. 계기판엔 노면이 미끄럽다는 경고등이 계속 켜지고 있었다. 하지만 운전자가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정도의 슬라이드다. 온로드 운전 재미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다. 큰 덩치의 차체가 보여주는 역동적인 거동은 스포츠카에 버금간다. 속도가 그리 낮지 않았음에도 시트로 전해지는 노면의 충격은 담백하다. 적당히 읽고 거부감 없이 출렁이는 정도가 인상적이다.






 BMW에 따르면 x드라이브는 지난해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500만대 이상 출고됐다. 전체 제품 가운데 36%가 x드라이브를 장착한 것으로, 한국은 42%(지난해 기준)를 차지했다. 선택의 이유는 확실하다.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주행안정성을 강조한 까닭이다.

 특히 지난해 신형 7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새 x드라이브는 후륜 조향과 더불어 앞바퀴에 전달할 힘이 필요없을 경우 오일 공급을 차단해 효율을 높인다. 주행안정성은 물론 효율까지 넘보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그런 점에서 x드라이브는 단순히 네바퀴를 굴리는 안전장치를 넘어선 BMW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x드라이브가 보여줄 지속 가능성이 기대되는 이유다.

홍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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