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향후 전개될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미리 예측하는 미래 기획을 마련했다. 과거 10년이 내연기관의 정점이었다면 앞으로 전개될 10년은 다양한 에너지원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단기적 미래를 진단, 예측하는 기획이다. 최근 봇물처럼 터지는 자동차와 IT의 융합,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이 과연 10년 후 한국 사회의 자동차 시대를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을까? 본지는 2026년 자동차 미래기획을 위해 국민대학교 유지수 교수(자동차산업), 국민대학교 송인호 교수(자동차 디자인),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창업경영컨설팅과 이항영 특임교수(소비 트렌드), 그리고 한국카쉐어링 하호선 대표(자동차 소비 트렌드)를 찾아 '2026년 자동차의 미래'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이들 전문가들의 답변을 통해 미래 자동차 사회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편집자 주>.
전문가 대담을 통해 그려 본 2026년 자동차 미래 자동차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누군가는 2030년이면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고 전기차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 예측한다. 하지만 전기차는커녕 아직까지 가솔린과 전기모터를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카도 어색한 소비자가 대다수다. 때문에 10년도 채 남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스스로 운전하는 전기차가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란 기대(?)는 수긍하기 어렵다. 자동차산업에 관해선 누구보다 선구적이면서 혜안을 가진 국민대학교 유지수 총장(사진)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유지수 총장은 '10년 뒤 미래 자동차'라는 주제를 굉장히 흥미로워 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아니라 10년 후인 2026년을 전망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라 카더라'식의 일반적인 예측 대신 한 걸음 보다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미래 전망을 요청했는데, 상당히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유 총장은 "10년이 지나도 완전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긴 힘들 것으로 봅니다. 인간의 사고를 방지하고 편의를 도와주는 스마트 기능은 강화되겠지만 완전 자율주행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법적, 기술적, 안전상 문제뿐 아니라 단가의 문제도 있습니다. 도로 위의 모든 차가 자율주행차로 바뀌려면 모든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를 사야한다는 얘기인데, 수십 개의 레이저와 레이다, 센서가 들어간 비싼 차를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경제적으로 봤을 때 답이 안 나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율주행은 사고예방을 강화하는 차원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 가겠죠"라고 덧붙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에 도달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이미 뒤처지고 있다"고 답했다. 유 총장은 "구글은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시험하며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대도시나 사람이 많은 곳, 교통이 번잡한 곳은 아닙니다. 정보 가치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정부와 지역사회, 자동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서 그런 정보를 수집하는 데 늦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을 얻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삼성전자처럼 10년에 걸쳐 개발할 것을 1년 만에 인수합병을 통해 살 수도 있습니다. 관련 기술은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구매할 것인지 혹은 스스로 개발할 것인지는 각 업체의 전략입니다. 다만 정보 수집 측면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 맞고, 정보와 같은 재산권은 스스로 갖고 있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됩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IT기업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측했다. 최근 하만그룹을 인수한 삼성전자도 전장사업 외에 자동차 제조는 어려울 것이라 언급했다. 유 총장은 "구글이나 애플이 직접 연구개발을 통해 자동차 생산에 진출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고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만 애플의 상호나 브랜드가 들어간 자동차는 만들 수 있겠죠. 특히 오디오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동차의 현가나 조향, 제동 기술과 엄연히 다른 차원이라는 점을 각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능 및 안전과 직접 관련된 기술들은 진입장벽이 훨씬 높습니다. 세계적인 부품회사가 축적한 기술력이나 노하우를 쫓기 어려울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2026년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물었더니 그는 "10년 뒤 자동차의 주 동력원은 여전히 휘발유와 디젤 등 내연기관일 것입니다. 아무리 적어도 50%, 많게는 80%는 차지하겠죠. 하지만 국가별로 굉장히 다를 것이라 봅니다. 중국은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뛰어 넘고자 상대적으로 장벽이 낮은 전기차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전기차를 유도하고 있어서 분명 전기차가 주를 이룰 겁니다"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전기차가 환경에 과연 좋은 것이냐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유 총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사견입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처럼 전기를 수력발전에서 얻어오면 친환경적이겠지만 미국은 전기차가 확대되면 환경이 조금 개선되는 정도, 우리나라는 개선이 안 되거나 아주 미미한 정도라고 합니다. 중국과 인도는 대부분의 전기를 화석연료에서 얻어기 때문에 매연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세계 전기의 70%는 화석연료에서 얻고, 우리나라 역시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전기를 얻는 발전 방식이 친환경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전기차는 친환경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세계 시장의 자동차 수요 예측도 내놨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주를 이루고 나머지가 보좌하는 식이다. 인도가 꾸준히 성장하고 러시아와 이란 등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국산차 업체는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총장은 "한국차는 현재 시점에서 성장세가 가장 급격하고, 앞으로는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중국 브랜드에 중저가 시장과 소형 SUV 등이 밀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차종이 다양하게 개발돼야 합니다. 미국을 향한 중대형 SUV와 중국을 겨냥한 중소형 SUV가 출시되면 안정적일 겁니다. 하지만 핵심은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얼마나 키울 수 있느냐하는 겁니다. 다만 일본차 역사를 고려했을 때 제네시스 브랜드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본도 렉서스 정도만 성공했는데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국가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 개발, 고성능, 스타일링 등이 브랜드와 연계돼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부각된 자동차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기조는 10년 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유 총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 이후 다른 대통령이 돼도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가 가장 큰 문제인데 생각보다 훨씬 비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멕시코 등 해외로 빠져나간 공장을 미국으로 되돌려 놓으려 할 겁니다. 국가 간 외교보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성향이 강해질텐데, 기아차의 경우 17~18곳 부품업체들이 함께 진출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크고 복잡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 총장은 10년 뒤 자동차 관련 학과 및 교육에 대해 언급했다. 국내 최초 자동차융합대학을 개설한 장본인으로써 10년 뒤에도 여전히 자동차 관련 학과는 전도유망할 것이란 설명이다. 유 총장은 "엔지니어링이나 IT 업계에서는 대학졸업생들의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불만을 많이 합니다. 당장 실무에 투입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거죠. 따라서 실습 교육이 중요합니다. 제조사 연구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키워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유는 단 하나, 자동차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고 10년 뒤에도 그럴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유지수 총장 프로필
서울대학교 농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일리노이 대학교 어배너샴페인캠퍼스 대학원 경영학 박사
現) 제10대, 11대 국민대학교 총장
前)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前) 한국생산관리학회 이사
수상)제4회 자동차의 날 대통령표창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