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술사 하재용, ‘마술’을 넘어 ‘예술’을 꿈꾸다

입력 2016-12-21 14:15  


[임미애 기자] 익숙한 듯 생소한 직업 마술사. 과거 특집 방송에서만 다뤘던 마술은 현재 다양한 프로그램 주제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시청자는 보다 쉽게 마술을 접하게 됐다.

방송 외 일상생활에 직접 찾아가 마술을 보여주는 마술사도 있다. 스크린을 통하지 않고 바로 눈앞에서 매직을 선보이며 사람들과 함께 재미를 만들어가는 것. 마술사 하재용은 이를 실천하는 중이다.

초등 학창 시절 교내 선거를 위해 마술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어느덧 마술로 ‘소통’하는 진정한 마술사가 됐다. 인터뷰에서 그는 “매직으로 엔터테이너 활동을 응용할 수 있는 ‘매직테이너’가 되고 싶다”는 바램을 전했다.

Q. 오늘 화보 촬영 소감.

정말 즐거웠다. 아직은 마술사라는 직업이 패션과 콜라주 되는 점이 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저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 마술사는 충분히 좋은 엔터테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마술사와 엔터테이너를 결합해 ‘매직테이너’라는 수식어를 만들었죠.

매우 만족하는 수식어다(웃음). 마술사라는 직업은 단순하게 보면 마술을 하는 사람이지만 저는 ‘마술사는 엔터테이너가 마술을 무기로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법사를 연기하는 사람이 마술사다(웃음). 그렇기에 패션을 통해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음악, 미술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활용하고 싶은 다양한 분야 중 가장 도전하고 싶은 일은?

연기에 관심이 많다.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12학번 하재용입니다(웃음). 고등학교도 연기과를 졸업했지만 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술에서는 마술사로서 스토리를 구상하며 연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갈 수 있지만 극에 몰입하는 연기는 어렵더라.

Q. 고등 학창 시절부터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웠죠. 왜 배우가 아닌 마술사가 되었는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교어린이 임원선거에 나가기 위해 선거문 낭독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선거문을 평범하게 읽기만 하지 말고 마술을 함께 보여주면 어떨까”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말 재밌더라(웃음). 이후 마술 도구를 추가 구매했고 과천에서 열린 어린이 마술대회에서 2등 상을 탔다.

그 다음 해에 청소년 마술대회에 출전, 1등을 했다. ‘마술은 내 길이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지하게 마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술사가 되기 위해 습득해야 할 지식은 광범위했다. 기본적으로 마술은 마법사를 연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연기 실력은 마술을 더욱 극대화해준다는 생각에 연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것.

Q. 해외에서도 공연을 몇 번 진행했죠. 가장 반응이 좋았던 나라는 어디에요?

홍콩 반응이 가장 좋았다. 홍콩에서는 방송도 했다.

Q. 어릴 적 아버지 권유로 마술을 배우기 시작, 어떤 마술사를 바라보면서 꿈을 키웠는지.

초창기에는 이은결, 최현우 마술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두 분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마술사로서 마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부흥시켰다. 그분들을 보면서 꿈을 키웠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몇 년 전부터 해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무대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Q. 이은결, 최현우 마술사를 실제로 만난 적 있는지.

네. 마술계는 매우 좁다. 제가 BNT 화보 촬영한 걸 SNS에 올리면 대한민국 마술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웃음). 최현우 선배님은 후배를 정말 잘 챙겨준다. 제가 공연, 콘서트, 방송을 하면 항상 전화로 조언을 해준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마술을 극대화하는 방법론에 대해 가르쳐준다. 많은 도움이 됐다.

Q. 마술계가 좁은 만큼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어릴 적 사기를 많이 당했다. 14살에 중고 거래 시장에서 시가 200만 원 상당의 마술도구를 팔기 위해 올렸다. 성인 한 분이 구매하겠다고 해서 만났는데 저를 옥상에 데려가더라. 제 물건을 모두 빼앗아 갔다. 현재 그분은 마술을 접고 떡집 사업 중이라고 들었다.

Q. 마술에 과학적인 원리도 많이 사용되죠?

많이 사용한다. 마술과 과학은 땔 수 없는 관계다. 학창시절 과학을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마술사가 된 후 과학, 수학, 제단, 설계 등에 관련된 지식을 많이 습득했다.

Q. 가장 오랜 시간 연구했던 마술은?

시계 마술로 2006년에 처음 무대를 꾸민 후 2012년까지 약 7년 동안 꾸준히 연구했다. 매 무대마다 새로움을 더하기 위해 기존의 것을 업그레이드했다.

Q. 시계 전문 마술가였나요?

그랬었죠(웃음). 지금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새로운 마술을 준비 중이다. 현재 ‘마술가 하재용의 NO DOUBT’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무대가 아닌 길거리, 카페 등 일상 속에 있는 물건들로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마우스로, 키보드로, 테이블로 마술을 할 수 있을지 공부하고 있다.

Q. 가장 터득하기 어려웠던 마술은?

아직도 사람 몸을 분리시키는 대형 마술이 굉장히 어렵다. 카드 마술부터 시작해서 모든 장르의 마술을 터득하면서 현상과 원리,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대형 마술을 시작할 수 있다. 그만큼 준비 과정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할 수 있다. 저도 공연에서 대형 마술을 하고 있긴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Q. ‘마술가 하재용의 NO DOUBT’를 통해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 마술을 보여주면 힘든 점도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 준비를 하는데 3년 걸렸다. 프로그램 한 편을 찍는데 두 달 정도 투자했다. 정말 오래전부터 찍었던 영상을 차근차근 풀어가고 있다.

Q. 사람들 앞에서 마술을 하면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지.

엄청 많죠. 며칠 전 추웠던 날 길거리 마술을 했는데 손이 얼어서 실수를 많이 했다. 동전이 무엇인가를 관통해서 들어가는 마술이었는데 손가락이 굳어서 동전을 엄청 떨어트렸다. 사람들이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하. 능청스럽게 실수가 아닌 척 넘겼다(웃음).

Q. 마술사는 손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정말 중요하다. 각각의 손가락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핑거발레가 손가락을 유연하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Q. 마술을 할 때 트릭을 찾으려고 열심히 보는 분들도 계시죠.

저는 대한민국에 마술 심사위원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웃음). 예전에는 마술의 신기한 매력에 많은 분들이 호응했지만 요즘은 그 뒤에 숨어있는 트릭을 찾아내는데 흥미를 갖고 있더라. 이제는 트릭을 찾으려는 시선을 피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즐거움으로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아무리 마술사가 트릭에 유능하다고 해도 사람들 바로 앞에서 마술을 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어렵다(웃음). 아무래도 무대와는 다르게 관객 눈앞에서 마술을 보여드리는 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연습할 때 각도와 위치 등을 세밀하게 신경 쓰고 오랫동안 준비한다. 프로그램 전 카메라 없이 길거리에 나가 실전처럼 마술을 보여주면서 연습도 한다.

Q. 아무리 각도를 신경 써도, 무대가 아닌 길거리에서 마술을 하면 사방에서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숨길 수 있는지 궁금해요.

트릭을 사람들 눈에 안 보이도록 숨긴다고만 생각하는데 그 외에도 마술의 비결은 많다 하하.

Q. 과거 마술에 대한 트릭을 공개하는 마술사도 있었죠.

마술계에서는 트릭을 공개한 사람은 마술사로 인정 안 한다. 우리의 곁을 떠나 마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Q. ‘마술가 하재용의 NO DOUBT’에 게스트도 등장하죠. 초대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배우 강동원, 이정재 씨를 초대하고 싶다. 정말 팬이다 하하.

Q. 마술사 직업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예전에는 ‘왜 마술사를 하는지’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요즘은 방송에 마술도 많이 보이고 저 역시 마술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대견하게 봐준다. 호기심이 담긴 시선이 많다.

Q. 하재용 씨를 알아보고 마술 보여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올 것 같아요.

엄청 많죠(웃음). 카페에 가면 커피로 할 수 있는 마술이 무엇이냐는 질문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부탁으로 많은 영감을 얻곤 한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누가 저를 알아보고 마술을 보여달라고 하면 매우 당황스럽지만 저는 마술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커피로 하는 마술을 개발했다.

Q. 마술을 배워 실생활에 도움 되는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내가 갖고 있는 장기를 많이 선보일 수 있어서 좋다. 마술을 배우고 성격도 활발해졌다.


Q. 마술사에게는 미녀 도우미가 있죠.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나요? 미녀 도우미는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인지.

시선을 분산시키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할 수 없지만(웃음). 남녀가 무대에서 무언가를 연출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마술사가 아닌 제3자의 도우미를 통해 마술을 보여주면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

Q. 미녀 도우미도 마술 전공자인지.

주로 무용, 발레 등을 전공한 분들이 많다. 무대에서 자신의 선을 아름답게 표현해줄 수 있는 분들이다.

Q. 슬럼프가 있었다면.

처음에 시계 마술만 준비하다 보니 국한된 활동 범위로 인해 매너리즘에 빠졌다. 내가 원하는 길이 맞는지 16살에 처음으로 고민했다. 이후 콘서트를 하면서 지방 투어를 했는데 한 달에 총 60회, 하루에 2~3번 공연을 했다. 마치 무대를 위한 기계가 된 기분이었다. 바빴던 스케줄이 오히려 독이 됐다. 하나의 무대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하고 싶은데 공연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Q. 취미 활동이 있다면.

연예인 축구팀 FC 어벤저스 소속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만든 모임이다(웃음). 함께 모여서 대화를 나누다가 모두 축구를 좋아하니까 운동팀을 만들자고 해서 결성된 것. SS501 김형준이 단장님이고 가수 에디킴, 장범준, 유승우, 배우 이현우, 곽희성은 팀원이다. 래퍼 하주연은 팀 매니저다. 곽희성이 축구를 진짜 잘하더라(웃음).

Q. 가수,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있어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궁금해요.

제가 예술 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아이돌 혹은 연기자로 데뷔한 친구들이 많다. 그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축구팀 크루가 형성됐다(웃음).

Q. 출연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정말 많다. 모든 프로그램에 관심 있다. 가장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운동, 패션, 토크쇼 관련된 방송(웃음).

Q. 마술사로서 관객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만약 3년 전에 질문을 받았다면 트릭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즐겨달라고 답했을 것 같다. 지금은 관객이 마술에 대한 속임수를 찾아내려고 몰입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만 마술사가 어떤 이야기를 토대로 마술을 연출하고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지 흐름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다(웃음).

Q. 앞으로 활동 계획.

새로운 회사 에이치에이트컴퍼니에 들어간 만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제가 하고 싶은 무대와 방송을 통해 많은 분들을 찾아뵙고 싶다.

기획 진행: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유진
의상: 빅터앤롤프, 버버리프로섬, 펜디, 블라디스
슈즈: 프라다, 크리스찬 루부탱
헤어: 순수 설레임점 주명선 부원장
메이크업: 순수 설레임점 박현아 스타일리스트
장소: 모델디렉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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