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명렬 “2016년은 내게 의미 있었던 한 해”

입력 2016-12-28 14:35  


[김민수 기자] 다소 늦게 시작했던 연기 인생이 어느덧 40년이란 세월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배우 남명렬, 무심코 들었을 땐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의 얼굴을 보면 모두가 다 아는 연기자임에 틀림없다.

흘러가는 세월을 그 누가 막겠는가, 손에 쥔 모래처럼 흩날리는 시간은 아쉽지만 그가 연기 인생에서 보여준 열정은 자신에게 있어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늘 든든한 기둥이자 조력자 같은 존재 남명렬.

‘배우로 살아 배우로 남을’ 그와 만나봤다.

-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간단한 화보 소감 부탁한다

패션 화보는 처음인데 정말 좋더라(웃음). 공연을 할 때 보면 여러 의상 스태프들이 있지 않나. 그들이 의상을 제작해서 오면 때로는 본인 마음에 드는 것도 있겠지만 혹여 잘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들을 한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걱정도 없고 가끔 스타일이 좋다는 말을 하더라. 그러다보니 신경도 쓰지 않았던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

-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는

두 번째, 세 번째 콘셉트가 마음에 들더라. 첫 번째는 약간 노멀한 느낌이라 앞으로 두, 세 번째 스타일로 입어볼까 생각 중이다.

- 먼저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드라마나 다른 방송이 있다면

일단 남자들은 최근 기억부터 하지 않나. 그래서 가장 최근에 했던 MBC 드라마 ‘가화만사성’, ‘쇼핑왕 루이’ 이 두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작품은 캐릭터가 극과 극이다. 한 역할은 와이프 손아귀에서 주저하는 한심한 아버지고 또 하나는 아들의 모든 것들을 도와주고 선택을 지지해주는 멋진 아버지 역이어서 기억이 많이 남는다. 그리고 4년 전에 방송 진행자를 맡았던 EBS ‘문명과 수학’이라는 다큐멘터리도 생각이 난다.

- 반대로 주 무대인 연극 중에 기억나는 작품은?

아무래도 연기의 기반을 연극으로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드라마보다는 대표할 작품이 많다. 지금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역을 맡았던 ‘코펜하겐’이란 작품과 2~3년 전에 했던 ‘알리바이 연대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1995년도에 ‘이디프스와의 여행’이란 작품을 했었는데 여기에서 오이디푸스(올림푸스)의 어머니이자 나중에 아내가 되었던 이오카스테 역을 맡았었다. 여장이었다. 그때 이 역할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린 기억이 있는데 당시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아마 처음으로 팬레터를 받아봤던 작품(?)이었을 것이다.(웃음).


- 연극 ‘이디프스와의 여행’ 이오카스테 역 이후 반응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연극을 전업으로 시작한 것이 33살 때였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35살 때부터 작업을 한 것 같은데 ‘이디프스와의 여행’은 37살 때 했던 작품이다. 그때 이 역할 이후 연극계에 남명렬이란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 연극은 배고픈 직업이라고 알고 있다, 본업으로 하기에는 힘들지 않았나

비단 대한민국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연극배우의 삶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필연이다. 연극을 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하고 시작해야 된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을 떨칠만한 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에 연극배우로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현재는 매체와 연극을 넘나드는 시대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내가 연극에서 어떤 무대를 보여주느냐가 다른 매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 직장을 그만두고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꽤나 걱정했을 텐데

반대까지는 하지 않았다. 알아서 잘하겠지? 라는 이런 생각이었다. 한편으로 반대가 있다할지라도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하고 그만뒀는데 당시 내가 영업부 소속이라서 경쟁이 심했다. 그런 경쟁사회가 내 자신의 삶과는 잘 맞지 않더라.

그렇다고 연극을 해야겠다는 대책을 가지고 그만둔 것이 아니었다. 일단 그만 둔 것이다. 그 뒤에 뭘 하면 될까? 라는 의문을 가졌고 결국  내가 연극 무대 위에서 배우 생활을 했던 것들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늦은 나이에 연극을 시작하게 됐다.

-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던 작품이 있다면

아까 언급했던 작품 중 ‘코펜하겐’이 가장 기억에 남는 반면 어려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론 물리학자 역할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용어들이 전부 생소하더라. 예를 들면 ‘불확정성의 원리’라든지 ‘상보성의 원리’ 그리고 핵폭탄이 어떻게 폭발되는지 등등 이런 난해한 문장과 단어들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 했다.

또 하나는 ‘한스와 그레텔’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내용의 대사들이 전부 철학적이고 현학적이고 문학적으로 되어 있는데 전체 공연 중 70%가 나 혼자서 하는 독백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 연극 ‘에쿠스’ 정신과 의사 역

나는 작품을 할 때 그 배역이 내 일상을 지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무대가 끝나고 분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순간 맡은 역할에서 내 자신으로 돌아오려고 애를 쓴다. 극장 안이 아닌 그 외의 시간은 남명렬의 일상으로 살아가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쿠스’란 작품에서 정신과 의사 역은 자꾸만 나의 일상을 지배하고 괴롭히더라. 너무 힘들었다. 여태 다른 배역들은 내 일상을 지배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 최근 눈여겨보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그런 것 같다. 이건 안 되겠다고 거부하는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없다. 그냥 내 일상 속에서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책’이다. 나의 심심함을 덜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나에게 조언을 주기도 하고 상상력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책은 여러 방면에서 내 친구다.

- 책과 연기

연기의 시작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사람에게는 늘 옆에 있어야하는 것이며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떤 연기든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대본이다. 이 대본을 어떻게 해석하고 인지하느냐가 기초적인 것이기 때문에 연기에 있어서 책은 정말 중요하다.

- 배우 남명렬이 생각하는 연기란

사실 연기가 어떤 것이다, 무엇이다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인으로는 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타인의 모습이라는 것이 내가 상상을 하거나 주변에 것들을 차용하는데 여기서 흉내를 내면 개그가 되는 것이고 연기가 되려면 흉내를 낸 다음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면 연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다보면 내 안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모습들이 나타날 텐데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다. 

- 2016년은 어떤 해였나

사실은 다른 해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나만의 세계를 잘 구축해나가는 여정 중의 하나로 생각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난리법석인데 그것 또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나에게 의미 있는 2016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bnt독자들에게 한마디

남명렬이란 사람이 꾸준히 자기의 길을 가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배우라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을 뜻하는 말로 모든 것들을 심상하게 바라보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년에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김민수
포토: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헤어: 정샘물 이스트 다빈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 홍서윤 팀장
스타일리스트: 김기동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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