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②]DOHC V6 3.5ℓ 탑재한 뉴그랜저

입력 2016-12-29 08:20   수정 2016-12-29 09:32


 1989년 9월9일, 현대차는 V6 3.0ℓ 엔진이 탑재된 최고급 그랜저를 내놓고 매월 400대씩 판매했다. 이를 통해 그랜저는 2.0ℓ, 2.4ℓ, 3.0ℓ 등의 엔진 라인업이 완성됐으며, 가장 뒤늦게 등장한  V6 3.0ℓ의 가격은 2,700~3,000만원이었다. 

 현대차가 그랜저 3.0ℓ를 내놓자 국내 최고급 대형차 시장은 대우자동차 임페리얼, 기아차 세이블 등의 3파전이 치열했다. 1990년 매일경제신문 3월7일자에는 국산 3사의 최고급차쟁탈전이 치열하게 펼쳐진다는 기사가 게재됐는데,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국내 자동차업체가 3,000㏄급 고급 승용차를 첫 개발한 것은 지난해 5월. 대우자동차가 임페리얼을 개발,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임페리얼은 생산이 부진, 지난해 겨우 169대를 팔았을 뿐이다. 이어 10월부터 현대자동차가 V형 6기통 엔진의 그랜저를 발매하고, 기아산업이 미국 포드사의 세이블을 도입함에 따라 고급차 경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 -이하 중략

 "현대자동차가 자랑하는 3,000㏄ 그랜저의 장점은 안전성과 승차감, 제동시 바퀴의 잠김 및 회전현상을 방지하는 첨단 브레이크시스템인 ABS를 장착했다고 회사측은 설명. 또한 엔진정비 경고등과 초광폭타이어를 채택해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며 기염이 대단하다. 이와 함께 노면 상태에 따라 차체의 높낮이와 스프링의 강약이 컴퓨터로 자동조절되는 ECS(전자제어 현가장치)도 장착시켜 외제 못지 않은 첨단 기능의 차라고 자랑.

 국내 승용차 중에는 유일하게 그랜저 3,000㏄에 적용된 이 장치는 링컨컨티넨탈, BMW 750 등 최고급 차종에만 장착돼 있다고. 뒷좌석 파워시트오디오 리모컨장치 등 최고급차에 어울리는 첨단 내장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것." -이하 생략

 최고급차 시장에서 자신감을 가진 현대차는 1992년 9월19일 2세대로 불리는 '뉴그랜저'를 등장시켰다. 2세대를 두고 현대차는 '신세대대형차'라는 표현을 써가며 고급차를 강조했다. 에어백과 트랙션 컨트롤, 야간 주행 때 눈부심을 방지하는 감광식 룸미러 등을 넣었고, 원격 도어잠금장치, 전자동 에어컨 등의 품목을 넣었다.

 가격은 1,850만원의 2.0ℓ DOHC 엔진을 시작으로, 동일 엔진의 'EXE' 트림은 2,250만원, 배기량 3.0ℓ의 6기통 SOHC 제품은 소시알 트림으로 2,590만원, DOHC 엔진은 3,190만원, DOHC 엔진의 최고급 트림인 골드는 3,490만원에 판매했다. 

 그러나 품질 악재도 터졌다. 1993년 9월17일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그 해 2~3월에 출고된 뉴그랜저에 심한 잡음이 발생했다. 원인은 머플러 용접 불량으로 현대차는 부품교환으로 즉각 대응했다. 이어 보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대외적으로 표명했다.

 1994년 들어 국내 대형차 시장은 더욱 고급화로 치달았다. 그 때까지 고급차는 3.0ℓ 엔진이 가장 큰 배기량이었지만 대우자동차가 3.2ℓ 엔진이 탑재된 혼다 아카디아를 국내에서 생산하자 현대차도 그랜저에 3.5ℓ 엔진을 탑재했다. 3.5ℓ 그랜저는 가격만 4,000만원이 넘고, 최고급형은 5,000만원에 육박했는데, 이에 뒤질세라 기아차도 포텐샤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램프 디자인을 바꾸고 경쟁에 나섰다. 그만큼 고급차 인기가 치솟던 때였다.  

 한편, 고급화와 별개로 그랜저 인기는 높았다. 그러자 현대차는 1994년 울산 제2공장에 그랜저 생산설비를 확대하며 생산대수를 월 2,500대에서 3,600대로 늘렸다. 당시 5월 기준으로 6,400대의 출고가 적체돼 인도에만 2~3개월이 걸렸는데, 고급차 선호 현상이 맞물리며 그랜저는 부유층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실제 1994년 12월, 동아일보 '횡설수설' 란에는 재미나는 기사가 하나 소개됐다. 경찰이 소매치기 범인을 잡아놓고 보니 월급 50만원을 받는 부천시 회계과 기능직이 아파트 두 채에 그랜저를 몰고 평일에도 사장행세를 하며 골프장에 드나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랜저를 보유한 것 자체가 일종의 부자로 여겨지던 때였다는 의미다.  -다음에 계속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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