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아우디폭스바겐 할인 논란의 안타까움

입력 2017-02-07 10:00   수정 2017-02-07 15:55


 인증취소로 수개월 간 평택항에 계류 중인 아우디폭스바겐 재고물량 2만여 대에 대해 회사측에서 최소 30%에서 최대 40%까지 파격적인 할인을 적용한다는 얘기가 떠돌아 업계가 난리였다. 덕분에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 뿐 아니라 일선 전시장에선 너도나도 재고분을 사겠다는 문의가 폭증했다. 

 할인제도가 만연한 수입차 업계에서 할인이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이번에 언급된 할인폭이 사실이라면 대수가 맞다. 유례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만약 6,320만원의 '아우디 A6 35 TDI'를 40% 할인을 받는다면 3,792만원, 30%를 할인받아도 4,424만원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신차를 이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40% 가까운 할인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40%에 가까운 할인은 구조적으로 쉽지가 않다. 할인율이 40% 가까이 되면 자동차 회사가 소비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발생해서다. 수입 원가 이하의 가격에 해당 제품이 판매되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론상 가정이지만 자동차 회사가 무리하게 30% 이상의 할인을 가져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 내 직원 할인도 30% 미만이 대부분인 연유다. 

 게다가 자동차 회사가 30%가 넘는 할인정책을 쓰면 실제 판매한 금액 이상으로 매출액이 잡힌다. 이렇게 되면 회사 역시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할인은 할인대로, 세금은 세금대로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이유로 실제 수입차 할인은 최대 29.9%이하로만 책정돼 왔다. 최근 FCA코리아가 '울트라 세일' 명목으로 피아트 500X를 대대적인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할인율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28.2%였다. 

 이러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30% 이상의 할인은 아우디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는 이상 당위성이 떨어져 수입사 입장에선 단행할 이유가 부족하다. 브랜드 가치 및 중고차 가치 하락 등이 불 보듯 뻔해서다. 판매정지만 아니라면 국내 수입차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아우디폭스바겐이 그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처럼 40%에 가까운 할인설은 당초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였으며 아우디폭스바겐 내부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일부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사실이 언급되면서 소비자와 일선 판매사 혼란만 가중시키는 꼴이 된 셈이다. 나아가 적정 할인을 추진하고자 했던 아우디폭스바겐 입장에선 이제 그 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실제 아우디폭스바겐 내부적으로는 10% 내외의 할인을 일부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보증기간을 기존보다 대폭 연장하는 혜택을 더해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고 소진을 하는 방안이 여러 논의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 추후 영업 정상화를 위한 일종의 워밍업을 한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폭 할인설이 나돌며 이마저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소비자로선 오히려 할인 받을 기회가 부풀려진 할인설에 날라가버린 형국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이 향후 할인을 단행할지는 미지수다. 판매 대신 자체 렌트카로 돌리거나 독일로 쉽 백(Ship Back)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할인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폭을 두고 상당히 골머리를 않게 생긴 것은 자명해졌다. 

 어찌됐든 이번 논란으로 소비자와 아우디폭스바겐, 판매사 모두에게 아쉬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조건으로 수입차를 살 기회를 잃을 수 있게 된 것이며, 수입사는  2만대에 달하는 재고처리가 쉽지 않게 됐다. 또 판매정지로 지난 몇 개월간 실적이 거의 없었던 판매사와 영업사원들은 실적을 올릴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 섣부른 추측이 오히려 모두에게 피해를 낳은 셈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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