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눈길’ 김향기, 이렇게나 기특한 배우...“참 잘 컸다!”

입력 2017-02-28 08:00  


[이후림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종분을 연기해줘서 고마워요”

2000년생, 18살의 어린 나이다. 분하고 아픈 역사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쩌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을 시기. “이 아픔을 많은 분들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는 영화 ‘눈길(감독 이나정)’ 속 종분을 연기한 배우 김향기를 2월21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앞서 진행된 ‘눈길’ 언론시사회 때와 마찬가지로 여지없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후원하기 위한 위안부 배지를 달고 나타난 그의 모습에,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일한 책임감을 아주 무겁게 그리고 자연스레 느꼈다.

배우의 선한 영향력을 강력하고 옳은 방법으로 드러내는 그를 보면서 18살이라는 나이는 그저 의미 없는 숫자임에 불과함을 다시 한 번 깊이 통감했다.

Q. 영화 ‘눈길’, 어린 나이에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 같다.

“사명감이었다. 어렵지만 그만큼 너무 중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한 분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게 됐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실제 생존해 계시고, 그분들의 인터뷰 영상도 분명히 남아있지 않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자극 받고 열심히 했다. 그분들께 배우로서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Q.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어땠나.

“처음 받았을 때는 걱정을 많이 했다. 워낙 예민한 부분이고, 어렵고 무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걸 배우로서 정말 잘 표현해야 하는 거니까,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모두 읽고 나서는 마음에 너무 와 닿았다. (작가님이) 충격적인 장면을 모두 제외하셨는데, 그런 장면 없이도 충분히 감정이 와 닿았던 게 더 좋았다. 그래서 담담하지만 마음에 더 깊이 새겨졌다.”

Q. 영화 찍기 전과 후에 크게 달라진 점들이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가 ‘눈길’을 찍었을 때 내 나이가 중3(16살)이었다. 그때는 중학생이다 보니까 사회적인 일들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아무래도 즐거운 이야기들, 재밌는 게 더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다. 딱히 찾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찍고 나서는 친구들이랑 함께 이 사건에 대해 찾아보면서 저절로 기사가 뜨면 누르게 되고, 다른 것보다 더 관심이 가게 됐다.”

Q.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여전히 배지를 달고 왔다.

“너무 고맙게도 친구들이 같이 관심을 가져줘서 좋다. 이런 팔찌나 배지 같은 것에 관심 가져줘서 같이 구매하다 보니까 동일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고맙다.”


Q. 영화 속에서 추운 겨울이 굉장히 시리게 표현됐다. 추웠겠다.

“육체적으로 추운 건 있었다. 그렇지만 혼자만 하는 게 아니고 많은 동료 스태프 분들과 배우 분들이 그 상황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거라서 힘들진 않았다. 그 상황은 잠깐만 견뎌내면 되지 않나. 그런 것들이 힘들기 보다는 실제 있었던 일을 잘 표현해야 된다는 내면적 고민이 많았다.”

“특히 스태프 분들께 참 감사했다. 무거운 장비 들고 산 올라가야 하고, 한 겨울 촬영이라 지치고 힘들지 않나. 그 상황에서 단 한분도 힘든 내색을 하시거나, 화를 내시는 분이 없었다. 나랑 (김)새론이가 연기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분위기를 잘 형성해주셨다.”

Q. 감독님은 현장에서 주로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하셨나.

“특별하게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하시진 않았다. 항상 우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계셨다. 항상 고맙다고 말씀 해주시고. 현장에서 우리가 역할과 상황에 맞게 감정을 쏟아내면 부족한 점을 말씀해주시기 보다는 생각했던 모습과 우리가 표현하는 모습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주셨다. 다행이다. 감독님이 촬영 들어가기 전에 목화솜을 선물해 주셨는데, 아직도 우리 집 피아노 위에 올려져있다. 그 목화솜이 너무 예뻐 잘 간직하고 있다.”

Q. 벌써 13년 차 배우다.

“영화 ‘마음이’가 뚜렷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게 있긴 있다. 한 50-60%는 기억이 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마음이랑 찍은 사진을 봤는데 되게 재밌더라.(웃음)”

Q. 그때는 연기를 어떻게 했을까.

“그때는 잘 몰랐다. 대본을 혼자 읽고 판단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였다. 연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동화를 읽는 것처럼 엄마가 읽어주는 대본에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다. 현장에서도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실제라고 생각하고 했던 것 같다.”

Q. ‘마음이’에서 감독님이 “컷!” 하자마자 눈물 흘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감독님이 설명해주시는 걸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 상황에 이입이 됐다. 또 (유)승호 오빠한테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야기를 듣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Q.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연기 하는 게 너무 좋다. 지금으로서는 배우의 길을 꼭 가고 싶다. 딱 언제부터, 그 시기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작품을 하나하나 하면서 연기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 어느 캐릭터에 이입을 해서 표현한다는 일이 나에겐 참 즐거운 일이다.”

Q. 아역이란 타이틀 때문에 부담감도 조금 있을 것 같다.

“부담감은 있다. 근데 나뿐만 아니라 정도가 조금씩 다를 뿐이지 내 또래 친구들은 다 있을 거다. 그 부담감은 내가 연기자의 길을 선택한 이상,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이겨내려고 한다.”

Q. 그런 스트레스들은 어떤 방법으로 푸나.

“사실 작품 들어가기 직전에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많이 받는 것 같다. 근데 또 좋아하는 일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쁜 마음이 커지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연기를 하면 이상하게 스스로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는 크게 예민해지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 집에 있을 때 좋아하는 일은 빵을 만드는 일이다. 반죽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웃음)”

Q.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안 그래도 가족들이랑 그 이야기를 했다. 연기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일단 내가 (연기를) 너무 좋아해서 심지어 연기 안하고 집에서 쉬는 시간도 되게 지루하다. 현장에서 내 장면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많은데 그건 또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만약에 연기를 안했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거기에 내 열정을 쏟지 않았을까.”

Q. 특별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 것 같다.

“다중인격을 가진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배우로서의 욕심이 안 해본 역할들을 다 해보고 싶은 꿈이 있지 않나. 다중인격은 한 인물이 똑같은 얼굴을 하고서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되게 힘들고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기엔 정말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역할을 잘 해내보면 앞으로도 크게 도움 되는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욕심도 나고 궁금하다.”

매 질문마다 겸손하고 똑부러지게 답하는 김향기의 모습에 “잘 커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종분을 연기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눈길’은 봐야하는 이유가 필요한 영화 아니다. 이유가 있어서 영화를 봐달라기 보다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누구나 한번쯤 관심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김향기.

그의 말마따나 암울한 역사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아직까지도 겪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눈길’은, 이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겪은 아픔을 함께 느끼고 위로하고자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프고 분한 역사 가운데, 필람 영화로서 자리 잡아야 하는 ‘눈길’을 응원하는 동시에, 아직도 아픈 역사와 싸우고 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깊은 위로와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전한다.

“우리 모두가 잊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한편 영화 ‘눈길’은 3월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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